사씨남정기를 읽고 사씨남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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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사씨남정기 김만중
고전 소설은 예부터 내려오는 주옥같은 글이다. 때문에 몇 백년이 지나도록 읽혀지고 있으며 우리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우리가 고전을 통하여 당시 사회의 모습을 보면서 그 사회의 뿐 아니라 요즘 사회의 문제점을 추측하고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점에 있어서 이 소설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작가 김만중은 숙종 임금 때의 인현왕후의 폐위를 반대하다가 귀양살이를 했는데, 그 동안 쓴 소설이 `사씨 남정기`이다. 인현왕후와 장희빈을 사씨와 교씨에 비교하면서 문학을 통해 숙종의 마음을 되돌리려한 문학가로서의 충심을 느낄 수 있다.
유현의 아들 연수는 15세에 장원 급제를 하고 한림 학사가 된다. 연수는 덕행과 재덕을 겸비한 사씨와 결혼을 했다. 둘 사이의 금실을 좋았으나 10년이 지나도록 아이가 없었다…(생략)

계신 시부모님을 모시기 싫어하는 요즘 시대에 본받을 만한 효부상이라 하겠다.
하지만 몇 가지 이해되지 않는 대목도 있었다. 글 중에 유연수는 첩 교씨의 간교에 빠져 부인을 쫒아낸다. 어릴 때부터 총명하여 젊은 나이에 한림학사라는 벼슬에까지 오른 그가 얕은 교씨의 간교에 그토록 쉽게 빠질 수 있었을까? 내가 생각하는 유연수였다면 위급한 상황에서 좀 더 냉철하고 객관적인 방법을 찾았을 것이다. 오히려 교씨의 계획을 눈치채고 지혜롭게 처리하여 두 처, 첩간의 사이를 더욱 좋게 만들었을련지도 모른다. 또한 도덕적 성품을 지니고 타인으로부터의 존경을 받는 그가 조강지처인 사씨를 그렇게 모질게 대하고 금새 잊을 수 있었을까. 아무리 중한 죄를 지었다 하더라도 백년계약을 맺은 사씨는 정실 부인이다. 뼈대 있는 집안에서 한 쪽 기둥인 처를 쫒는 사건은 조상에 대한 죄이요, 가문에 먹칠을 하는 일이다. 하지만 유연수는 이러한 일을 너무 쉽고 간단하게 처리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었다. 이러한 부분을 보며 작가에게 있어서 섬세한 구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보기에 교씨는 천성이 악하고 질투와 시기심이 많은 간교한 여인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첩으로서의 교씨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그러한 계획들을 생각하는 것은 결코 교활하다고 만은 볼 수 없다. 평생 서자로 인간 대접도 받지 못하며 살아가야 하는 자식을 생각할 때, 자신의 처지를 생각할 때 남편의 사랑을 갈망하는 한 여인으로서의 질투와 시기는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처, 첩간의 갈등이 야기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 사회의 제도적 모순과 사상으로 말미암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김만중은 숙종에게 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귀를 기울이고 잘 들어보자. 그가 무엇을 이야기 하고자 하는지...... 우리는 그 동안 고전에 너무나 소홀해 왔다. 현재 우리의 체제, 사고 방식과 다르다고 옛날의 이야기로만 여기고 있지는 않은가. 읽을수록 새롭게 되새겨지는 우리의 고전 `사씨 남정기`는 반복되는 일상 생활 속에서 생각하기를 기피했던 나의 단순한 시각을 넓히는 신선한 자극을 주었다. 우리 생활과는 좀 다른 생소한 면이 없지 않았지만 당시 사회를 알고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