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촌을 읽고 사하촌

사회의 모순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
김정한의 ‘사하촌’을 읽고
지은이: 김정한
출판사: 계몽사
사하촌이라... 나에게는 익숙지 않은 말이지만, 예전에는 절의 규모가 굉장히 커서 주변에 사는 농민들은 절의 땅을 농사지어주고 살았다 한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지만 내가 읽은 이 소설에서는 그런 절의 모습이 전혀 깨끗하고 신성하지 않았다. 오히려 절의 횡포에 수많은 농민들이 당하고 있는 입장이었다.
타작 마당 말라붙은 뜰 한 가운데 지렁이 한 마리가 바둥거린다. 극심한 가뭄이 계속된다. 성동리 주민들은 대부분 보광사의 땅을 부치는 소작농이다. 땅을 농사지어주고 거기서 얻는 몇 푼 안 되는 돈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가뭄으로 땅을 계속 타들어가고... 땅에 물을 댈 봇물은 온통 보광사의 차지가 된다. 수도 출장소에서는 물길을 틀지만 서로 자신의 논에 물을 대기 위해 인심…(생략)

마지막 길이 아니었을까. 마지막으로 치닫게 된 사람들... 얼마 전까지의 우리 농민들의 모습이 아니었던가! 지금이야 그런 절의 횡포가 보이지 않지만, 예전에는 그런 일들이 많았다고 한다. 힘없는 농민들은 결국 그렇게 당해야만 했던 것이다.
김정한의 ‘사하촌’을 읽으면서 나는 약자 위에 군림하는 강자의 횡포를 뚜렷히 보고 느낄 수 있었다. 일제 하에서 궁핍하게 살아야만 했던 농민들, 작가는 이러한 비참한 현실을 통해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려 했던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과 부조리를 날카롭게 비판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