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동안 꼭 해야할 49가지를 읽고 49가지

<독서감상문>
살아 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
탄줘잉 / 위즈덤하우스
언젠가 서점에 갔을 때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이 책을 처음 보았다. 흔히 베스트셀러라고 하면 좀 화려하다는 생각이 내 생각에는 자리잡고 있었는데 이 책은 표지가 너무나도 소박해서 잠깐 봤는데도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남는다. 그 때는 그런 표지에 조금은 실망해서 대충대충 넘겨보고는 다른 책을 보고 왔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이 책을 친구로부터 선물받게 되었다.
살아 있는 동안 꼭 해야할 49가지. 우리가 살면서 많은 행동을 하지만 꼭 해야할 49가지라... 선물받은 책을 놓고 제목을 곱씹어보면서 과연 그런 것이 있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본격적인 내용을 읽기 전에 그 49가지의 목록을 먼저 보았다. 첫 번째 할 일-사랑에 송두리째 걸어보기부터 시작해서 마흔아홉 번째 할 일-잊지 못할 쇼 연출해보기까지 총 49가지의 목록을 보면서 나는 …(생략)

01가지 이야기는 시리즈별로 다 사서 집에 소장해두고 있고 영혼을 위한 닭고기 스프는 재미있게 읽긴 했지만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많이 들어서 친구에게 빌려서 읽고 사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이 책에 대해서 말하자면 그렇게 재미있게 읽지도 않았고 솔직히 내 돈 주고 샀으면 조금은 후회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럼에도 왜 이 책은 베스트 셀러가 된 걸까? 그런 생각을 읽고 나서 하게 되었는데 그 의문은 며칠 뒤에 풀렸다.
문학시간 선생님은 수업만 아니라 우리에게 책에 관련된 이야기도 해 주시는데 내가 책을 읽고 며칠 지나지 않아서 선생님께서 이 책에 대해 언급하시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 주셨는데 그 중 내 수수께끼를 풀어 줄만한 이야기도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이 책이 베스트 셀라가 된 이유였다. 물론 선생님께서 전문 비평가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선생님의 생각일 뿐이라고 말씀하셨지만 내가 생각하기엔 상당히 설득력있는 말씀이었다. 선생님말씀은 우선 이 책이 시기와 제목을 잘 선택했다는 것이다. 왜 우리는 흔히 살아있는 동안 꼭~, 후회하지 않을, 살면서 최고의, 뭐 이런 제목이 들어가면 웬지 궁금증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얼마나 좋은 내용이기에 혹은 얼마나 좋은 물건이기에 그런 미사여구가 들어가는지 궁금하게 되고 그래서 한번 정도는 읽어보거나 써보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이 책은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나 닭고기 스프와 비슷한 종류의 책인데 과거 이 책들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때 이런 종류의 책들이 마구 쏟아졌고 그러다가 한풀꺾여 시들했다가 지금 이 책이 그 때의 기억을 되살려 준다는 것이다. 우스갯소리로 나중에 성공하고 싶으면 시기를 잘 맞춰서 이런 류의 책을 하나내면 부자가 될 수 있을 거라는 말씀도 해주셨다. 그리고 나는 마지막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 이런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어찌보면 너무 많이 보고 들어서 식상한 내용일지 몰라도 베스트 셀러가 될 정도의 설득력은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 책을 사고 실망한 사람도 있겠지만 좋다고 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이고 우리는 그것을 책에서부터 찾아낼 수 있으면 좋은 선택을 한 것이라는 것이었다.
선생님의 말씀을 들은 그 날, 나는 다시 한번 이 책을 펴서 읽기 시작했다. 물론 여전히 비슷한 느낌이었지만 그럼에도 좋은 점을 찾아내려고 열심히 노력했다. 그리고 내가 찾아낸 이 책은 좋은 점은 바로 나 스스로를 돌아볼 수있게 해주는 책이라는 점이고 나에게 또 다른 삶의 방향을 제시해 준 책이라는 점이다. 우선 내가 맨 처음 이 책을 읽기 전에 이 49가지 리스트를 보고 내가 지금까지 무엇무엇을 해왔나 손꼽아 봄으로써 나는 내가 지금까지 했던 나의 행동들을 한번쯤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물론 가끔 이렇게 내 행동들을 되돌아보는 일이 있긴 하지만 그런 때는 주로 부모님이나 선생님으로부터 혼났을 때 반성할 때와 같이 나 스스로 원해서가 아니라 타의에 의해서 하는 경우가 많았고 상황도부정적일 때가 많았다. 그러나 이 책을 읽음으로써 나는 내 스스로 내가 원해서 나의 행동들을 돌아보는 계기를 갖게 되었고 이런 상황은 전에 비해서 훨씬 가벼운 마음으로 그리고 더 진지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살아가면서 해야할 일은 비단 이 49가지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한 것과 이 책의 지은이가 생각한 것은 분명히 다를 수 있다. 다른 나라 사람이고 문화도 개인의 경험도 다르니까 충분히 그럴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참고로 해서 내가 앞으로의 해야할 일을 리스트로 정리해 볼 수 있는 하나의 계기를 갖게 되는 것이고 내가 리스트를 만들어 하나하나씩 해결해 간다면 그것 역시 이 책 덕이 되는 것이다. 내심 이 책을 선물받고 책 내용이 기대이하라서 친구한테 미안한 마음도 있었는데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나 스스로도 기분이 좋아졌고 친구에게도 한층 고마운 마음이 생겨났다. 어떤 상황에서든 그것은 보는 사람의 눈에 따라 다르다지만 그것이 책에도 통하는지는 미처 몰랐던 일이었다. 그런 점 역시 이 책이 내게 알려준 또 다른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