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포 가는 길 삼포 가는 길

삼포 가는 길
이 글의 시작부분은 등장인물 중 하나인 영달이가 새벽 무렵에 어느 식당에서 밥값을 떼먹고 소동을 피운 뒤 도망쳐 나와서 황량한 들판에 서서 어디로 갈까 고민하고 있는 장면입니다. 그 곳에 서 있다가 그는 식당에서의 소란을 본 정씨라는 인물과 마주치게 됩니다. 허름한 모습의 두 사람, 겉모습은 둘 다 거지같지만 그 둘은 커다란 차이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목적지의 차이입니다. 영달은 정처 없이 도망가는 길이고 정씨는 `삼포` 라는 고향, 즉 목적지가 있습니다. 겉모습이야 어떻든 갈 곳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입니다. 어쨌든 그 두 사람은 몇 마디 말을 나눈 뒤 동행하기로 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읍내로 가서 어느 식당에서 국밥을 시켜먹던 중 그 집에서 도망친 요즘말로 하면 다방레지라 불리는 갈보 백화의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백화의 생김새는 머리가 길고 외눈 쌍꺼풀이라며 주인집 아주머니는 만나면 꼭 잡아오라…(생략)

이름. 백화라는 이름은 얼핏 화려해 보이긴 하지만 그것은 거짓이란 껍데기입니다. 그러나 `점례`란 이름은 들으면 웃음이 날 정도로 촌스럽긴 하지만 그 이름이야말로 백화의 진실입니다. 백화가 자신의 이름을 알려준 것은 자신을 진정한 친구로 대해 준 그들 앞에서만은 자신의 거짓된 모습이 싫어서였을 것 같습니다.
어쨌든 백화는 떠나고 그들도 같이 기차에 탑니다. 그러나 기차 안에서 그들은 한 노인에게 `삼포`의 소식을 듣게 됩니다. `삼포`는 이미 정씨가 꿈꾸는 아름다운 곳이 아니라 공장이 생기고 마을은 없어졌다는 소식을. 그것을 들은 정씨는 영달과 같은 갈 곳 없는 사람이 됩니다.
이렇게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하지만 이들은 또 다시 길을 갈 것입니다. 눈발이 날리는 어두운 들판을 향해서. 그 들판 너머에서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뜨내기로서의 삶인지 정착한 삶일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우리는 모두 자신의 고향을 추구하며 살아갑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그것을 향해 나아갑니다. 이 작품 중 `눈발`처럼 그것을 향해 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곳에 도달할 지도 불분명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마음속의 `삼포`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 길이 힘들어도 그 끝에 삼포가 없어도 그냥 걸어갑니다. 저의 지금의 삼포는 아직은 불분명합니다. 그것이 이루어질지 아닐지는 모르지만 열심히 노력하려고 합니다. 저도 그렇고 여러분도 그럴 것입니다. 가는 길이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나아갈 때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삶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