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포가는 길을 읽고나서 삼포 가는 길

『삼포 가는 길』을 읽고…….
황석영의 작품은 수능을 한창 준비하던 고등학교 시절에 처음 접해 보았다. 『삼포 가는 길』을 통해서였다. 그 작품 이외에 황석영의 작품은 『아우를 위하여』나, 『삼국지』를 통해서 접해본 적이 있다. 특히 『삼국지』의 경우에는 나관중의 작품을 번역한 것으로써 흔히 이문열의 『삼국지』와 해석방법에 따라서 많이 비교가 되기도 한다. 신문에서 책을 소개하는 코너에서의 작가에 대한 해석을 살펴보면 흔히들 ‘서민적이다’는 말로 그를 표현하곤 한다. 『삼국지』에서 그는 유비를 아꼈고 『아우를 위하여』에서는 불합리한 반장의 독재에 민중들이 스스로 대항할 수 있도록 하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가 쓴 작품 중에 가장 유명하다고들 하는 『장길산』의 경우 아직은 읽어보지 못했지만 그가 이야기를 구성하고 서술하는 스타일로 볼 때 그는 민중의 편에선 영웅이야기를 써 나갔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생략)

고향을 찾아가는 즉, 산업화에 반(叛)하는 행위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씨의 발걸음의 끝은 그가 바랬던 고향의 모습이 아니다. 그의 고향은 산업화의 흙으로 메워져 고향이 아닌 낯선 도시가 되어 있을 뿐이다. 도시를 벗어나 마음의 안식처를 얻기 위해 고향을 찾았지만 고향마저도 낯선 곳으로 변해버린 현실 속에서 정씨는 길 위에서 황망해져 버리고 만다.
‘기차가 눈발이 날리는 어두운 들판을 향해서 달려갔다.’ 이렇듯 점점 현대인들은 고향을 잃어가고 있다. 현대인의 향수 속에 남아있던 고향은 점점 변해가고 사라져 간다. 그래서 고향에 닿아도 그 곳은 이미 그들의 고향이 아니기에 자꾸만 발걸음을 돌리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산업화를 추진하지만 산업화되어가는 나라에 비해 도시의 민중들은 일용직 노동자로 전락하거나 농사를 지을 때보다 더 빈곤한 삶에 허덕인다. 그들은 ‘길’위에서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길’위에서 서로를 감싸 안으며 ‘길’위에서 만나고 헤어진다. 그것이 『삼포 가는 길』이 가지는 상징성이다. 작가가 말하려고 하는 것은 아마 고향인 삼포 보다 그들이 계속해서 황망한 발걸음을 옮기는 ‘길’이라는 장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