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도

상도
이 책이 항간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런 연유에는 최인호 특유의 매끄러운 소설적 매력도 있겠지만 오늘날의 상업적인 행태를 보고 실망한 많은 사람들이 상도를 이룬 임상옥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신선한 감동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개인적인 독서 취향으로는 베스트셀러에 연연해하지 않는 체질이라 별로 내키지도 않았고
작가의 작품으로 별들의 고향, 바보들의 행진, 겨울 나그네등 상업적으로 성공한 작품이 먼저 떠올랐기 때문에 상도 역시 비슷한 흐름이겠지 하는 생각이 지배적이어 그리 달갑지 않았다.
그러나 어찌되었건 결과적으로는 이 책을 다 읽고 감상문까지 쓰게 되었으니 독자의 흥미를 끄는 작가의 매력에 나도 빠지고 만 셈인가.
이 소설은 조선 헌.철종시대 실존 인물이었던 거상 임상옥에 관한 일대기를 소설화한 것이다. 임상옥이라는 인물은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생략)

미령의 구원의 손길, 상업적 평생지기 박종일과의 만남으로 임상옥은 상업의 꽃을 피우게 된다.그리고 이 와중에 겪는 위기들은 임상옥은 석숭의 비책으로 잘 해결해 나갈 수 있었다.
첫 번째로 겪게 되는 위기는 중국 상인들의 인삼 불매운동, 사자를 통해 인삼 1근당 25냥 내외였던 인삼값을 근당 45냥에 팔아 치우면서 위기를 타파한다.
두 번째는 홍경래의 혁명에 가담하지 않는 일로 죽을 위기를 맞게 되지만 석숭이 남겨준 정자의 비결로 다시 위기를 벗어난다.
세 번째 위기에서는 석숭스님의 비기 계영배를 통해 위기를 모면하지만 그것은 곧 석숭의 죽음을 의미한다.
일생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시기를 석숭의 세가지 비책으로 이겨내고 또한 이러한 시련을 통해 그는 깨달음을 얻고 상도의 길을 걷게 된다.
‘재상평여수 인중직사형’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고 사람은 바르기가 저울과 같다. 이것은 임상옥의 깨달음의 경지이며 바로 그의 삶이다. 또한 천하제일상이었던 거부 임상옥이 가객으로 돌아 갈 수 있었던 이유이지 않을까.
그는 하루아침에 자신에게 빚진 많은 사람들의 부채를 모두 없애주고 자신은 상업에서 손을 뗀 다음 자연인으로 돌아가 여생을 끝마치게 된다. 재물이란 가지면 가질수록 더 많이 가지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고 했던가. 현대는 예전과 또 달라서 돈이 지배적인 세상이 되어 버렸다. 또한 우리나라는 재산을 대대로 상속하는 재벌기업들이 많다. 이런 세태속에서 과연 임상옥을 기대할 수 있을까? 다만 소설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고 말아야 하는걸까?
이 소설이 주는 교훈적인 의미를 새삼 되새기며 우리가 나아가야 할 가치관이 재정립되었으면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더러 불만스러운 점이 있었다면 작가가 독자를 이끌어가는 과정이 짜증스러울 정도로 미주알 고주알 사족을 다는 것이다. 독자가 사색할 여지를 남겨 놓지 않고 일일이 아이를 대하는 어른의 시선이 느껴지는 부분에서는 읽는 동안 짜증이 나기도 했다.
이런 내 생각에 작가가 어떻게 변론을 할지 궁금하다. 특히 송이가 특정 종교의 신자가 되어 찾아와 임상옥을 만난 장면등 마지막 장은 지루하고 재미를 감소시키는 역할을 했다.
현자는 모든 것에서 배우는 사람이고, 강자는 자기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고, 부자는 자기 스스로 만족하는 사람이라고 했던가. 진정한 현자, 진정한 강자, 진정한 부자가 많아지기를 바라며, 상도를 이룬 임상옥과 같은 인물들이 계속 나오리라는 기대를 또한 버리지 않는다.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도를 꿈꾼다는 것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