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도를 읽고 상도

상도를 읽고
기평그룹의 총수 김기섭 회장이 불의의 교통사고로 죽은 후 그의 지갑에서 나온 ``재상평여수 인중직사형`` 이란 문장의 출처를 밝혀 달라는 회사측의 요청에 나는 그 문장을 쓴 사람이 조선 중기의 무역왕 임상옥 임을 알아낸다.
임상옥은 의주 태생으로 스무 살 무렵 중국 연경에 들어가 처음으로 큰돈을 벌었으나 이 돈으로 유곽에 팔려 온 장미령을 사서 자유의 몸으로 만들어주고 자신은 공금을 유용한 죄로 상계에서 파문을 당한다. 할 수 없이 승려가 된 임상옥은 고관대작의 첩이 된 장미령이 자신을 찾고 있다는 말을 듣고 환속하여 재기하기 시작한다.
하산할 무렵 석숭 스님이 내려준 세 가지의 비결, 즉 죽을 사 자와 솥 정 자와 계영배의 술잔을 통해 임상옥은 일생일대의 위기를 벗어나게 된다. 첫 번째로는 베이징 상인들의 인삼불매동맹을 스스로 인삼을 태우는 방법으로 물리칠 수 있었으며, 두 번째는 풍운…(생략)

자, 말년에는 시를 지으며 여생을 보낸 시인이기도 했다.
지은이는 또한 임상옥의 일대기를 통해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돈의 노예가 되다시피 한 장사꾼들에게 따끔한 경고의 말을 전하기도 한다.
조선시대 상인 임상옥이 가졌던 부는 신용에서부터 출발하였고, 신용을 중시했던 그 전통은 경제발전의 초창기에 우리 경제의 도약에 큰 기여를 했다. 자신에게 빚진 사람에게 오히려 금괴를 나누어주는 모습에서는 불교에서 말하는 무소유의 정신을 엿볼 수 있다. 나아가 꼭 돈뿐만이 아니라 인생에 대한 철학에 까지도 이야기하고 있다.
"장사란 이익을 남기기보다 사람을 남기기 위한 것이다.
사람이야말로 장사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이윤이며, 따라서 신용이야말로 장사로 얻을 수 있는 최대의 자산인 것이다." IMF 이후부터 우리에게 경제논리가 강하게 나타나기 시작하지 않았나한다. 경제적 실패의 반성때문인지 모든 사회적 현상을 경제적 시각에서 바라보고, 그것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도 경제로 본다. 재태크가 성행하고, 경제배우기로 관련도서와 방송도 덩달아 많아지고 있다. 심지어 어린이에게도 영재교육처럼 경제를 가르치는 프로그램도 나타나고 있다. 어려서부터 경제감각을 익히자는 뜻일 것이다.
경제 행위중의 하나인 영리를 추구하는 비즈니스도 때를 맞아서 붐이다. 벤처붐을 타고 누구나 샐러리맨의 자리를 박차고 창업을 꿈꾸고, 어린나이에 사업적 성공을 거둔 신화가 먼 외국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나타나고 있다.
이때 ``상도``는 우리에게 ``도``을 보여준다. ``상인의 도``인데 지금으로 말하면 모든 사업가의 길을 보여주는 것이다.
근데 이것은 어쩌면 먼 길이며 돌아가고, 힘든 비포장도로의 길을 안내하는 것 같다. 스피드한 이 시대에 일확천금을 노리는 영리한 기업사냥꾼이나 증권투자가의 모습을 보여주기보다는 예전의 ``성자가된 청소부``라는 책제목처럼 철학이있는 비지니스맨의 모습을 보여준다.
임상옥이라는 거상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새로운 경제공부를 가르치고 있다. 임상옥을 통해 제대로 경제공부를 작품이 주목을 끈 것은 기업가의 길. 즉 임상옥이 제시한 상인이란 과욕을 부리지 않으며 결국 마지막에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그런 모습이 최근 세태에 비쳐볼 때 이례적이고 모범적이기 때문일 터. 사실 그건 분명하다. 우리 기업가들은 임상옥처럼 사고하지 않으니까.
더구나 기부에 인색하고 세습에 열중하는 우리 기업가들에게 실망하는 국민들의 정서를 콕 집어낸 측면이 있다.
다만, 임상옥이 어떻게 성공했는지에 대한 부분, 한 여인과의 인연이 그를 기사회생시켜 중국무역활로를 장악하도록 했다는데, 우연과 신비감이 지나치다. 또한 큰스님 석숭의 예언에 따라 3번 위기를 맞고 이를 극복해나가는 임상옥의 모습은 신화 주인공인 영웅이지 이미 상인의 지위를 벗어난다.
물론 그는 하늘이 낸 거상이기에 온갖 기연으로 성공했겠지만, 실제 이 같은 환상으로 장사에 나설 경우 성공이 보장되는 건 결코 아니다. 또한 재산 사회 환원 부분에 대한 묘사가 너무 부족하다. 그가 깨달음을 얻었다는 건 알겠는데, 자손들의 반응 혹은 반발이 어땠는지, 사회, 나라에서는 어떻게 평가했는지, 그의 길을 따르는 다른 상인은 없었는지, 또 그토록 엄청난 재산을 단순히 거래인 부채탕감에다 금 한덩이 쥐어주는 거로 다 없앴는지 아무런 설명이 없다.
의연금을 많이 내 주민들의 존경을 받았다는 부분이 나오는데, 그런 식으로 재산의 사회환원이 가능할 정도로 그 시대 사회보장 인프라가 괜찮았던 건지, 도대체 그 많은 재산을 어떻게 했단 말인가. 온갖 세세한 일을 다 그려나가던 작가는 마지막에 신비한 김정희와의 인연이 나은 그림을 설명하느라 이런 중요한 부분에 성의가 부족해졌다.
상도를 읽으며 내가 상인이 되어 가는 것처럼 긴 시간의 여행을 다녀온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