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록수를 읽고서 상록수를 읽고

출판사:소담출판사
제목:상록수
-상록수를 읽고..-
상록수라는 작품은 워낙 유명해서인지 초등학생 시절에서부터 많이 들었었던 작품이었다. 그런데 기회가 닿지 않아서 읽지 못했고,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린 작품의 아주 일부분만을 읽었을 뿐이었다. 중학교 교과서에 나왔던 부분은 영신이 농촌 계몽운동을 위해 헌신하는 부분이었기 때문에, 이 소설에 애정문제가 얽힐 것이라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정작 이 소설의 아주 기초적인 이야기들과 이야기를 꾸며 나가는 대부분이 영신과 동혁의 사랑 이야기다. 오히려 농촌 계몽운동이라는 딱딱한 이야기를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바탕으로 이끌어 나가는 것이 독자들을 덜 지루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이 책의 첫 시작은 농촌 계몽운동을 하는 학생들이 모이는 간친회 장면으로 시작된다. 나는 이 첫 장면에서부터 영신과 동혁의 성격을 간파할 수 있었다. 발언권…(생략)

보이고 `아낌`이라는 단어가 소박하고 순수해 훨씬 더 어울려 보일 정도이다. 게다가 맑은 비가 떨어지는 풍경은 그들의 순수함과 깨끗한 사랑을 한층 더 강조해 주고 있었다.
그들이 주고받던 편지들의 내용도 참 인상깊었다. 내가 만약 내가 정말로 많이 사랑하는 사람과 멀리 떨어져 있어서 편지로 밖에 서로의 안부를 물을 수 없었다면, 내가 그 사람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또 얼마나 걱정하고 있는지의 정말 연애편지 같은 편지를 보냈을 것이다. 그런데 영신과 동혁을 달랐다. 서로가 벌이고 있는 사업이라면 사업인 농촌계몽운동에 대해 정보를 교환하고 서로의 힘든 점을 충고도 해 주는, 연인이라기 보다는 동지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정말 멋진 사람들이었다. 그래도 가끔씩 서로의 애정을 표현하기도 했는데, 그 중에서 `큰덕미 나루터의 커다란 바윗덩이와 같이 변함 없으실 당신의 사랑을 얻고…`라는 영신의 아름다운 표현이 가장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상록수`라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작가에 대해서도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 작품을 썼던 심훈이라는 작가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아는 것이 하나도 없다. 그런데 이 작품을 읽으면서 심훈이라는 작가가 얼마나 사람의 감정을 치밀하게 생각하는지 알게 되었다. 그것을 가장 크게 느끼게 해 주었던 부분은 영신이 몸이 아팠음에도 불구하고 동혁의 편지를 받고 더 힘을 내었다는 부분이었다. 그런데 그 편지 내용은 영신에게 몸관리를 제대로 하라는 부탁이 담긴 편지였다. 내각 만약 작가였다면 이런 장면을 삽입할 때 정말 단순히 생각해서 영신이 자신이 사랑하는 동혁의 말을 들었을 것이라는 내용의 작품을 썼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심훈은 사람의 심리를 세밀히 분석해서 동혁의 몸조심하라는 걱정의 말이 오히려 영신에게 채찍질이 되었다고 표현하고 있다. 마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스메르자코프가 이반의 침묵을 살인의 인정으로 생각한 인간의 사소한 심리 묘사처럼 말이다. 심훈은 사람의 사소한 심리까지 놓치지 않으려고 애썼던 것이다.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 깊었고 기억나는 장면을 꼽으라면 아마 영신의 장례식 장면을 꼽을 것이다. 영신이 죽음으로 가는 그 과정만큼이나 영신의 장례식장에서의 그 애절했던 동혁의 모습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특히 동혁이 관 모서리에 얼굴을 비비며 "내가 왔소. 내가왔소. 여기 동혁이가 왔소."라고 했던 동혁의 울음 섞인 말...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내가 모르는 사이에 죽었다면... 그 장면을 상상만 해도 나는 동혁이가 받은 상처의 몇 배쯤은 더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영신의 장례식 장면은 제일 인상깊기도 하면서 참 많은 안타까움을 준 장면이었다.
이 작품의 제목이 왜 `상록수`일까라는 의문에 대해서 작품의 첫 장을 읽을 때부터 맨 끝장을 읽을 때까지 생각을 해 보았다. 그런데 영신이 죽고 영신이 이때껏 해 왔던 행동들, 말 하나하나를 새겨볼 때 상록수는 바로 영신이었다. 늘 푸른 나무란 뜻의 상록수. 영신이, 아니 이 작품이 내게 준 감명은 정말 하나의 상록수처럼 내 가슴 깊은 곳에서 변하지 않고 자리잡아 잘 자라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