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를 읽고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를 읽고
내가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 지루할 것만 같았던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겉 표지의 초록색바탕이 높은 건물과 북적이는 사람들 속에서 느끼지 못했던 명절 때 찾아가던 시골 할머니 댁의 싱그럽고 편안한 느낌으로 나를 책과 가깝게 했다.
책을 읽을 때면 난 빠짐없이 글쓴이의 시작하는 글을 읽는다. 시작하는 글 속에서 느껴지는 글쓴이의 모든 것이 글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 주는 것 같아서 이다. 이 책에서 글쓴이의 시작하는 글에 `알면 사랑한다` 는 글이 가장 인상적이다. 서로 모르기 때문에 사랑하지 못하고 미워한다. 그래서 동물을 알면 사랑할 수 있다는 글쓴이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글쓴이가 여기서 동물을 알면 사랑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안다는 것은 동물에 대한 어떠한 지식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글쓴이의 안다는 것은 동물에 대한 지식뿐만이 아니라 동물이 느끼…(생략)

우리들의 모습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얼마 전,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 이였다. 아파트 근처에서 장애인의 날 행사가 있었던 일이 생각난다. 요즘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은어가 있다. `애자` 무슨 소린지 알 수 없다는 어른들이 많다. 장애자를 줄인 말이다. 이상한 행동을 하거나 기분이 나쁠 때면 아무렇지도 않게 `애자`란 말을 쓴다. 아무 죄가 없는 장애인들이 그들의 장난거리가 되었다. 내 친구의 아버지는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치신 장애인이다. 그 사실을 모르는 다른 친구들이 그 아이의 앞에서 `애자`라는 말을 할 때면 그 아이는 다른 친구들 앞에서 죄인이나 된 것처럼 아무 말이 없어진다. 나는 가끔 두려워 진다. 내가 그들이 말하는 `애자`가 될까봐서 그리고 그들이 말하는 `애자`에게 말하고 싶다. 차라리 고래로 태어나지 그랬냐고 말이다.
두 번째 주제 `동물 속에 인간이 보인다.`중에서 내가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까치의 기구한 운명`이란 글이다. 글쓴이는 까치를 연구한다고 한다. 까치를 연구하는데 있어 우리 나라보다 더 좋은 조건을 갖춘 곳은 세계 어느 곳에도 없다고 말하는 걸 보니 왠지 나도 어깨가 으쓱해지며 자랑스러워진다. 우리는 까치를 길조라고 해서 까치를 보면 반가운 소식이 전해진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 그런 까치가 과일이나 농작물에 피해를 주며 전봇대에 둥지를 틀어 정전사고를 일으킨다는 이유로 까치를 더 이상 길조로만 여기진 않는다고 한다. 충청도에서는 아예 까치사냥까지 한다고 하니 글쓴이처럼 나도 마음이 아프다. 최근 까치들은 전봇대에까지 집을 짓는다고 한다. 까치들을 나무랄 수는 없는 일이다. 인간이 나무를 잘라 사용했고 까치는 집을 잃었고 우리는 가져간 만큼 되돌려 줘야하지만 인간은 이기적이니까. 초등학교 때 교과서 읽기에 보면 까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도로 가운데 있는 신호등에 까치가 집을 지어서 신호등이 고장이 났고 사람들은 모두 불편해 했지만 그 신호등 안에서 까치 부부들의 새로운 생명이 깨어나자 모두 축하해주는 황당하고 따뜻하고 재밌었던 이야기. 그런데 진짜 그것은 이야기 일뿐인 것 같다. 시골 할머니 댁에 가면 마당 옆에 큰 감나무가 있다. 내가 빨갛게 익은 감을 딸 때면 할머니는 항상 까치 밥을 남겨 놓으라고 말하셨다. 우리들의 반가운 손님 까치가 다시 사랑 받을 수 있는 날이 다시 오면 좋겠다.
세 번째 `생명, 그 아름다움에 대하여` 중에 기억에 남는 글은 `언어는 인간만의 특권인가` 라는 글이 정말 기억에 남는다. 인간 말고 다른 동물들도 언어를 사용할까? 동물들의 언어와 인간의 언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글에서 벌들은 춤을 상징적인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사용하며 서로 얘기를 나눈다고 했다. 제각기 춤을 추며 자기가 찾은 꿀이 있는 곳을 동료들에게 알려준다고 했다. 내가 전혀 모르던 사실에 정말 놀라웠다. 춤으로 말을 한다. 전에 나는 춤을 배우러 학원을 다닌 적이 있었다. 그때 선생님께서는 춤은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몸짓으로 전하는 표현방법이라며 설명해 주실 때 아주 나를 흥미롭게 한 적이 있었다. 벌들의 `꼬리춤`은 방향과 거리에 관한 정보가 들어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또 하나 의문이 생긴다. 벌들은 이런 춤을 어디서 어떻게 배운 것일까? 여왕벌이 훈련을 시킨 걸까? 만약 가르치지 않았다면 태어날 때부터 알고 있었다는 것일까? 정말 재미있는 생각들이다. 얼마 전, SBS 방송에 `천재, 침팬지 만들기 아이 프로젝트` 가 방영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인간의 언어를 동물도 사용할 수가 있을까? 하는 의문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아이`라는 침팬지는 정말 나를 놀라게 했다. 아이는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언어를 변형시켜 교육한 결과 색깔의 구분과 1부터 9라는 수의 개념까지도 알았고 여러 가지 기호를 사용하여 언어를 사용했다. 완전히 언어를 사용한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얼마나 놀라운 사실인가! 아이를 본 사람들은 모두 나와 같은 흥분을 느꼈을 것이다. 나는 아이를 본 친구들과 내가 흥분했던 일들, 놀랐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내가 이야기를 하게 해주는 언어에 대해서 놀라움을 느꼈다.
네 번째 `함께 사는 세상을 꿈꾼다`라는 주제 중에는 `동물 사회의 집단 따돌림`이란 글이 기억에 남는다. 일본에서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해서 우리 나라에 들어온 `이지메` 바로 `왕따`가 사회를 구성하는 동물들 사이에서 있다고 한다. 그리 놀랍지는 않은 일이다. 어떠한 소속에 들지 못한다면 그것이 `왕따`가 아닌가? 사자나 하이에나의 경우 따돌림을 당해 혼자 평원을 헤매다가 시름시름 죽어간다. 거대한 몸집에 누가 덤비랴 싶지만 코끼리도 무리에서 벗어나 혼자가 되면 사자들의 밥이 되기 마련이다. 왕따가 죽음으로 이어진다. 개미 제국의 건국설화에서는 종종 여왕들간의 동맹이야기가 등장한다고 한다. 많은 일개미들을 길러내고 천하를 평정하고 나면 일개미들은 가장 번식력이 강한 여왕개미를 선택하고 친 어미를 왕따 시킨다는 것이다. 인간의 입장에서 보며 이해할 수가 없는 일이지만 그들은 국가를 위해서 여왕을 선택한다고 봤을 때 이유 있는 집단따돌림이다. 여기서 `이유가 있는 집단따돌림` 생각 해 봐야 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도 그랬듯이 인간은 스스로 도덕적 동물이라고 생각한다. 학교에서도 도덕시간에 인간의 도리와 도덕성을 배운다. 하지만 개미 사회에서처럼 이유 있는 따돌림과는 달리 우리 사회의 왕따는 `이유 없는 미움`에서 비롯된다. 나도 그렇듯이 다들 이유 없는 따돌림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난 그 이유 없는 따돌림을 해 봤다. 내 입장에서 볼 때 남을 따돌렸고 다른 사람들은 그런 날 이해하기보다는 비판했다. 글쓴이는 이유 없는 따돌림은 옳지 않다고 꾸짖는 사람들의 기준, 즉 옳고 그른 것의 기준은 도대체 무엇인가를 이야기했다. 우리가 만들어 낸 도덕의 기준은 무엇일까? 의문을 가진다. 그렇지만 결론은 없다. 다만, 집단 따돌림은 비도덕적인 일이고 우리 스스로 도덕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고 우리는 그럴 능력을 갖추었다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여러 가지 생각을 다양하게 해 보았고 반성의 기회를 가졌다. 아직은 내가 모자라서인지 책의 내용을 모두 완전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다른 누군가의 생각을 모두 이해한다는 것은 정말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말이다. 그래도 이 책을 읽으므로 서 삶아 있는 생명에 대해 더 많은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이 책을 읽길 잘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그리고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신비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