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 있는 것은 모두 아름답다!! 생명이 있는 것은 모두 아름답다

생명이 있는 것은 모두 아름답다.
2학년 1학기 국어 책에 실린 최재천의 글 ‘개미와 말한다’를 읽었을 때, 개미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들을 이해하기 쉽게 잘 정리되어 있어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더구나 그가 교수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조금 놀랐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개미에 대한 지식도 폭넓고 글재주도 있는 걸까? 당시 선생님께서 추천해 주신 최재천 교수의 책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를 읽으려 마음 먹었지만 계속 미뤄오던 중, 방학을 맞아 이 책을 가장 먼저 읽게 되었다.
처음 책을 집어 들었을 때 약간은 망설였다. 서울대 행동생물학 교수의 글이라면 아무래도 어렵거나 따분하지 않을까? 제목부터 철학적인 느낌을 주는데...? 이러한 나의 걱정들은 첫 장 ‘글을 시작하며’에서 싹 사라지게 되었다. 최재천의 글을 읽고 있자니 그가 나에게 말을 거는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친근하고 편했다. 그의 글은 동물…(생략)

못했다. 그런데 집을 나서면 아파트 단지 입구까지 엄청난 계단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버스의 높은 계단은 내겐 ‘불가능’ 그 자체였다.
하지만 가장 약올랐던 것은 사람들의 눈초리였다. 거리의 타인들은 뒤뚱뒤뚱 오리걸음의 내가 지나갈 때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훑어보거나 혀를 차는 것이다. 나의 걸음걸이는 분명 정상인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 정도로 다친 것을 보고 저러한 반응을 보인다니, 장애인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갔다. 시간이 흘러 요즘 내 무릎은 아주 흉한 흉터로 덮여있다. 나는 몇 달을 함께 해 온 상처이기에 익숙해졌는지 상처가 드러나는 반바지를 입고 다닌다. 그러나 지하철 의자에 앉을 때면 맞은 편 의 자 사람들의 눈길은 어김없이 내 무릎으로 쏠린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이리도 유별난지 모를 일이다. 왜 자신과 조금만 달라고 이해하지 못하고 쓸데없이 의식하며 심하게는 멸시하고 냉대하는 걸까? 정상적인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며 잘못된 ‘집단주의’에 물들어서일까? ‘나는 나, 너는 너’라는 유럽의 개인주의가 새삼 부러워지는 때이다. 그리고 정말로 부러운 것은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다친 동료를 돌보는 고래이다.
몸을 다친 동료를 둘러싸고 들어 나르며 그가 숨을 쉴 수 있도록 떠받쳐 주는 고래. 우리는 스스로를 ‘만물의 영장’이라 일컬으며 그들을 사냥 할 권리가 있을까? 대다수의 사람들이 장애인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장애인의 날’에만 특별히 봉사하고 끝나는 인간들의 세계에 비해 한낱 ‘동물’에 지나지 않는 고래의 세계는 인격적으로, 도덕적으로 더욱 훌륭하지 않은가? 지능적으로, 기술적으로 최우선이 되어 다른 동물 위에 군림하는 인간이 아닌, 정신적으로 앞선, 인간다운 인간이 모여 사는 사회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고래가 보여준 우정어린 행동을 본받아 그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두 번째로 동물들의 자식사랑에 대한 여러 글이 기억에 남는다. 뻐꾸기는 자식 키우는 일을 남에게 떠넘기기 위해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는 얌체 새이다. 물론 새끼가 다 자랐을 때 다시 찾아온다고는 하지만 아주 매정한 부모임에는 틀림이 없다. 뻐꾸기보다 더 심한 경우는 물고기인데, 특히 암컷 물고기들은 수컷을 만나 알을 낳자마자 그대로 떠나버리기도 한다. 한편 염낭거미는 자식들에게 자신의 몸을 먹여가며 키워낸다고 한다. 이 얼마나 엄청난 차이인가! 자식을 낳자마자 나 몰라라 도망치는 부모가 있는가 하면 항상 데리고 다니며 자신의 살을 먹이는 부모가 있다. 문득 세상이 눈물나도록 무섭고 지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만약 인간이 아닌 물고기로 태어났다면, 나는 깊은 물 속에 부모 없이 버려진 수많은 알들에서 깨어날 수 있었을까? 거미로 태어났다면,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부모님의 살을 뜯어먹으며 살았겠지? 부모님의 따뜻한 사랑과 보호 속에 자라온 지난날들에 새삼 너무나도 감사하게 된다.
최교수의 글은 동물세계와 인간세계의 관찰, 분석을 통하여 수많은 감동과 깨달음을 선사해주고 있다. 여성이 더 우대되는 ‘부러운’동물의 세계, 사람처럼 능력 위주의 경쟁이 아닌 ‘생존의 경쟁’을 하는 동물들.. 평소에 내가 알지 못했던, 또는 알고 있어도 관심을 갖고 깊은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던 동물의 세계를 실로 놀랍게 보여 준 책이었다.
늦은 시간인데도 매미가 시끄럽데 운다. ‘매미는 밤잠도 안 자나?’라며 짜증을 내려다가 입을 다물고 생각한다. 매미의 울음소리는 암컷을 사로잡기 위한 수컷의 처절한 구애소리라는 것을.. 그러고 보면 똑같은 소리만이 지겹게 반복되는 것처럼 들이는 매미 울음소리도 일종의 감미로운 사랑노래 아닌가? 아! 이처럼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다운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