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쥐와 인간을 읽고 생쥐와인간

중학교 시절 방학때면 나는 라디오와 함께 지냈다. 공부하는 시간이나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보다 라디오를 듣는 시간이 더 많았다. 라디오를 틀어 놓고 밤을 새는 경우도 허다했다. 즐겨듣는 심야 프로그램에는 매주 한번씩 좋은 책을 소개해주는 코너가 있었는데 평론가 한분이 나와서 책 내용과 간단한 평을 해주었다. 존 스타인백의 `생쥐와 인간`을 거기서 처음 만났다. 존 스타인벡이라면 노벨문학상을 탄 소설가로 알려져 있기에 이 책을 읽었을 때는 얼른 작가와 작품이 잘 연결되지가 않았다. 왜냐하면 이 책은 얼핏 어른을 위한 동화가 아닐까, 싶게 약간은 우화적이고 동화적인 부분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 친구’라는 제목으로 한 때 번역이 되기도 했듯이, 이 책은 두 친구에 대한 이야기이다. 조금은 약삭빠르면서 세상이치에 눈이 밝은 조지와 덩치와 힘은 무지하게 세지만, 세상을 보는 눈은 어둡고 생각은 아둔하여 늘 조지의 뒤만 따…(생략)

지만, 조지는 레니를 버리지 못하고 그를 보살펴준다. 그래서 이 짧은 소설 한 권을 읽자면, 우정이랄까 삶의 계획이랄까 우연이랄까 하는 다양한 문제 앞에서 수시로 생각에 잠기게 된다. 결국, 200페이지밖에 되지 않는 얇은 책 한 권은 어른을 위한 동화가 아니라, 어른을 위한 퍼즐 맞추기 소설임을 읽어가면서 서서히 알게 되었다. 인생이 무엇인지 친구가 무엇인지 삶이 무엇인지, 한칸 한칸 생각해보게 하는 그런 소설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