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964년 겨울 서울 1964년 겨울

서울, 1964년 겨울을 읽고
이 소설은 언어 모의고사 지문에 몇 번 나왔던 소설이다. 지문에는 짧게 나오지만 그 짧은 부분의 내용과 문체등이 나에게 독특하고 강하게 와 닫았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전문을 읽어보았다. 얇고 내용이 짧아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난 후의 공허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너무 편하게 책을 읽어 내려갔기 때문에 더욱 그런 것일까?
안과 김의 대화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아서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읽어보았다. 안과 김은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지만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인지 그들의 대화에서는 자신들의 진실한 이야기나 따뜻한 이야기는 없이, 단지 사소하고 형식적인 대화만을 나누고 있었다. 작가는 철저하게 개인주의적인 현실을 말해주려는 것이었을까?
여기서 안과 김이 말하는 꿈틀거…(생략)

까지 나의 소중한 시간을 들여 참을성 있게 들어주어야 한다. 따라서 아무리 적은부분이라도 일단은 나에게 피해가 오게 되는 것이다. 나 역시 개인주의적인 현대인의 삶 속에서 살고 있어서 일까? 마음속에서 이기적이라고, 차갑다고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나를 먼저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두 사람은 죽은 부인을 팔아 받은 돈을 모두 쓰고 싶다는 가난뱅이의 요청을 받아들여 돈을 쓰고 다닌다. 하지만 가난뱅이는 화재현장에서 불 속에 돈을 모두 던져 버린다. 가난뱅이가 불 속에 돈을 던졌을 때, 가난뱅이가 겪고 있는 고통과 절망이 느껴져 마음이 쓰려졌다. 그리고 미안했다. 이렇게 모든 걸 버리고 싶을 만큼 절망적인 사람이 작은 구원이라도 바라면서 얘기를 털어놓는 것이었을 텐데 그것을 무시하려 했다니.. 미안하고 또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 후 세 사람은 여관에 묵게 되는데, 가난뱅이가 자살할 것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안은 피곤하다며 각기 다른 방에 들어가 잠을 잔다. 가난뱅이의 처지나 상황을 모두 알고 있으면서도 신경 쓰지 않는 안은 정말 지독한 개인주의자 이자 이기주의자다.
우리는 학교에서 도덕시간에 개인주의와 이기주의의 문제점에 대해 배운다. 현재 이것들이 사회의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 역시, 당시 개인주의와 이기주의의 문제점을 뼈저리게 느껴 이 소설을 쓰게 된 것 같았다.
다음날 아침, 가난뱅이가 자살한 것을 알고 두 사람은 그 자리를 황급히 떠나버린다. 물론, 그 두 사람이 가난뱅이를 죽여서 두 사람이 황급히 떠는 것은 아니다. 혹여 누명을 쓰게 될까봐, 죄를 뒤집어 쓸까봐 황급히 걸음을 재촉한 것이다. 이 후, 두 사람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다.
허무함과 공허함이 밀려왔다. 끝부분이 정말이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두 사람이 이기주의에 의한 소외로 상처를 받아 옛날의 가난뱅이를 떠올리며 자신의 행동을 반성해야 이야기가 끝이 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가난뱅이의 말을 피해버리려고 생각했던 내가 그렇듯이.
그러나 작가는 더없이 공허한 결말로 끝을 냄으로써 희망의 싹을 잘라버렸다. 현실을 그대로의 반영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아직 희망이 남아있는 세상을 과장되게 차가운 세상으로 만들어 버렸다. 읽는 사람이 소름이 끼쳐 이기주의의 문제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도록, 그래서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고 반성하게 만들려고 했던 것이었을까.
그렇다면 나에게 이 책은 작가의 의도대로 나 자신과 세상의 이기적인 모습에 대해 다시 한번 심각하게 생각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좀 더 부드럽고 원만하게 주위를 둘러보며 살아야겠다는 다짐도 함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