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964년 겨울을 읽고 서울

`서울, 1964년 겨울..`에 대하여..
작가 김승옥은 일본 오사카 출생이며 서울대 문리대 불문과를 졸업하였으며, 1945년에 귀국하였다. 그는 지적 체험을 감각적 체험과 마찬가지로 직접적, 구체적으로 표출해 냄으로써 한국 현대문학을 한 차원 끌어 올렸다는 평을 받고 있다. 김승옥 소설의 특징은 첫째, 50년대 문학이 거의 예외 없이 보여주었던 강력한 문제의식 내지 교훈주의에서 벗어났다는 점이다. 둘째, 경직된 엄숙주의에서 탈피하여 재기 발랄한 감수성과 위트, 이국적이며 애상적인 문체가 돋보인다는 점. 셋째, 인간의 숙명적 조건으로서의 고독을 존재 그 자체의 생생한 모습으로 포착하고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이러한 점 외에도 그의 글을 통해 그의 사상과 글의 특징을 알 수 있다.
내가 소개하고자 하는 ??서울, 1964년 겨울??의 내용은 대충 다음과 같다.
구청 병사계에서 근무하는 `나`는 선술집에서 대학원생인 `안(…(생략)

안(安)`의 고집으로 각기 다른 방에 투숙한다. 다음날 아침 사내는 죽어 있었고, `안(安)`과 `나`는 서둘러 여관을 나온다.
`나`와 `안(安)`은 "우리는 스물다섯 살짜리지만 이제 너무 많이 늙었음"에 동의하면서 헤어져 버스를 탄다.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그의 모습이 보인다.

??서울, 1964년 겨울??은 동인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60년대적 의식의 방황을 그렸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평가되어진다. 50년대의 도덕주의적 엄숙성을 지닌 문학의 경향에서 탈피하여 도시에서 소외당한 현대인의 고독과 비애, 그리고 고립을 그리고 있다. 특별한 사건은 없이 우연한 만남을 이룬 세 사나이의 비현실적 대화의 행동을 통해 전망없는 세계에 처한 삶의 부조리성을 드러낸다. 소위 4.19세대가 일으킨 `감수성의 혁명`의 맨 앞자리에 놓이는 김승옥 문학의 대표작으로, 감각적이며 유희적인 문체가 인간 관계의 단절상을 극적으로 제시하게 되는, 반어적인 성취가 이루어진다. 인간끼리의 진정한 자아로서의 만남이 불가능해진 현대사회의 어두운 뒷모습을 `의도된 어색함의 상황`에 담아 보인다.
싸락눈이 내리는 이른 아침 서적 외판원의 죽음을 확인하고는 슬그머니 여관을 빠져나와 버리는 구청 병사계 직원과 대 학원생이 느끼는 `조로감`은 자신들의 행위에 대한 `부끄러운 자의식`이자 `도시적인 우수`의 다른 표현이라 평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자의식이야말로 지독히도 `60 년대식`이라고 이야기한다. `영혼`을 팔 일이라곤 경험해 보지 못한 그 앞세대는 물론 자신들의 `영혼`따위에는 관심이 없는 그 뒷세대와 구별되는 이 자의식은 `서울`이 영원한 부채의 산물이라는 것을 잊지 않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읽고 왠지 모를 허탈감을 느껴야만 했다.
처음에 이 글을 읽었을 때, ??하, 뭐 이런 글이 다 있나. 도대체 이런 글이 어떤 이유로 동인문학상까지 받을 수 있었을까???는 생각까지 했다.
주인공인??나??가 ??안형 파리를 사랑하십니까???라고 물었을 때, 난 프랑스 파리(Paris)를 생각했다. 이건 나뿐만이 아니라 이 책을 읽은 대부분의 친구들이 웃으면서 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여기에서의 ??파리??는 참새구이를 먹다 날개로 인해 생각해 낸 하찮은 파리였던 것이다.
이처럼 이 이야기는 보통 낭만적이고 우아한 맛은 없는 것 같았다. 위의 예들로 보아 어쩌면 조금 엉뚱한 면이 있는 것도 같고 작가가 그 엉뚱한 면에서 독자가 웃어주길 바라고 글을 썼다면 그 작가 역시 꽤나 문제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생각해 보니 이 글에 나오는 인물들의 행동을 보자면 뭔가 의미가 있는 듯 하면서도 그 정확성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이 어려움의 정도의 차이는 모두가 각기 다를 것으로 생각된다. 우선 그들이 만난 배경을 생각해보면 ??선술집??이라는 이미지를 통해 뭔가 특별한 듯한 느낌을 주는 것 같다. 아니, 어쩌면 그 반대로 너무 평이해서 눈에 띄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들이 앉아 이야기하는 내용은 의미 없는 질문들이 많았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나름대로의 철학이 담겨져 있는 듯한 대답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런 나의 생각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책일 읽는 도중 ??안(安)??이 ??나??에게 "우리가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라고 물었을 때 순간 ??아차!??했다. 이들은 지독히도 자기 생각에 치우쳐서 답을 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개인주의? 어쩌면 이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개인주의가 아니었나.. 하고 생각한다. 이런 개인주의, 이기주의는 뒤에 등장하는 아내의 시체를 해부용으로 팔아버린 불쌍한 서적판매원에 의해 다시 한 번 나타난다. 그는 자신의 고통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그들에게 그 고통을 솔직하게 전달한다. 하지만 철저한 이기주의와 개인주의로 뭉친 ??나??와 ??안(安)??에게는 짐일 뿐이다.
결말 부분이 가까워 오면 화재현장에서 그 삼십대의 남자가 자신이 가진 돈을 모두 불에 던지는 장면이 나오는데 난 아직까지도 그 대목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잘 알 수가 없다. 다만 부인의 시체를 팔아서 얻은 돈에 대한 분노일까? 아니면 부인의 시체를 팔아버린 자신의 행동에 대한 질책일까? 하고 생각할 뿐이다.
화재 현장에 다녀온 후 글들은 남자의 권유로 여관에 투숙하게 된다. 남자는 같이 있어줄 것을 요구하지만 ??안(安)??의 고집으로 결국은 각방을 쓰게 되고 남자는 죽는다. 그 사실을 확인한 ??안(安)??과 ??나??는 도망치듯 빠져나온다. ??안(安)??은 혼자 있으면 죽지 않을 것 같았다 라고 했지만 내 생각에 모두 같이 있었으면 그 남자는 죽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된다. 어쩌면 ??안(安)??의 이기주의가 한 사람이 목숨을 거두도록 그냥 방치한 꼴이 아닌가..?
또, 사람이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도망치듯 나와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각자의 길을 가는 그들에게서 내가 평소에 가지고 있었던 인간상은 느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