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밖으로 난 다리를 읽고 세상밖으로난다리

세상 밖으로 난 다리를 읽고...
신장현의 첫 소설집 「세상 밖으로 난 다리」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이런 현대인의 얼굴을 하고 있다. 하긴 행복하고 희망에 찬 인물이라면 굳이 생의 이면을 들여다보며 깊이를 찾으려 애쓸 필요조차 없었을테니 어쩌면 지극히 소설적인 선택이요 갖춤이라 할 수도 있겠다.
첫 번째 실린 ‘구노를 찾아서’는 집을 나간 왜소증 환자 `군호`를 찾아가는 과정을 소설로 엮어 냈다. 나이 상으로는 성년임에 틀림없지만 외모는 초등학생과 다를 바 없는 군호. 군호의 이런 사정은 이모부에게 심리적인 부담과 짐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군호는 자신의 처지와는 달리 밝은 심성을 가진 청년이었다. 이런 군호도 자신을 둘러싼 출생의 비밀 앞에서는 어쩔 수 없이 방황하고 달아나게 되고 당황한 이모부는 나의 도움을 받아 군호를 찾아 낚시터로 향한다. 물리적 시간을 거스르며 제 자리에 멈춰버린 군호. 그만큼의 갈…(생략)

은 신선도가 떨어진 자신의 상품가치를 지키기 위해 갖은 술수를 동원해 보지만 결국 철저하게 고립되고 버림받아 퇴출당할 절대 절명의 위기를 맞이한다.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다리를 건설하는 표제작 「세상 밖으로 난 다리」의 주인공과 다리에 대한 아픈 기억을 가지고 떠도는 그녀의 이야기는 서로 다른 의미만을 통해 엇갈릴 수 밖에 없는 현대인들의 외로움을 들여다볼 수 있게 만든다.
죄다 상처받은 영혼들이라고 우울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 소설 덕분에 기분이 우울해진다면 우리들 역시도 그만큼의 상처와 갈등, 아픔에 익숙해져 있다는 말이 될테니까. 차라리 미심쩍은 희망과 평면적인 분노를 보여주지 않고 정직한 시선으로 그 상처와 실패한 인간들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어 편안하다. 이 책을 내고 ‘비로소 평범한 한 사람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는 그의 증언에서 서둘러 판관의 자리를 탐내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보여주려 했던 작가의 속내를 확인할 수 있어 적잖이 안심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