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만약 책을 읽고 영화를 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분명 영화를 보러갈 생각을 하지 않았을게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는 댈러웨이 부인을 읽고 <디 아워즈>를 너무 설레며 봤던 것과는 다른 기분이라서, 영화가 딱히 인상적이지 않았음에도 조금 섭섭했다. 이래서 영화화된 책은 영화를 보기 전에 읽어야 한다는 게 지론.
상실의 시대를 읽었을 땐 나는 중학생이었고, 되풀이하여 읽으면서 하루키는 외국소설이라는 관념없이 그저 그 하나로 받아들여버렸는데, 이 책은 비로소 `일본 소설은 이런거구나` 싶은 느낌이 들었다. 간결한 문장으로 멋진 로맨스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지나간 사랑의 이야기를 담담하고 덤덤하게 풀어놓을 뿐이다. 억지로 눈물을 쥐어짜던 영화보다는 훨씬 낫지만, 때문에 그저 사랑 얘기 외엔 아무것도 아닌거라서, 역시 뭔가 부족해.
안타깝게도 간결체…(생략)

이야기가 닮아 있기 때문에 아름답긴 해도 이 책이 상투적으로 느껴지는 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조금은 실망스러운 그런 책이다. 그래도 이미 조건없는 순수한 사랑이 멸종 위기에 처한 현대에 소녀 시절 한번 쯤은 꿈꾸었던 순수하고 애절한 사랑, 한 번쯤은 나도 가슴 아픈 사랑과 비련의 여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대리 만족시켜 주는 마음의 휴식처가 되는 책이긴 하다.
다만 책과 드라마에서는 상투적인 이야기일 뿐이고 식상하기까지 한 이 책의 주제가 현실에서는 거의 일어날 확률이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아마도 현실에서 이루어지기 어려우니까 독자들은 계속해서 이런 이야기들을 책 속에서 갈망하게 되는 것이고 독자들이라도 책 속의 이야기와 같은 사랑을 하길 바라는 작가들은 상투적이다, 상상력 부족, 상업주의라는 오명을 쓰면서도 이런 책을 계속해서 쓰는 것이 아닐까? 현대문명이 발달하면서 사랑이 사라져가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고 그래서 이 책이 더욱 상투적으로 느껴지는 지도 모르겠다. 아름다운 사랑이 바이러스가 되어 현실을 뒤덮어 더이상 슬픈 사랑이 드라마나 책의 주제거리가 되지 못하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