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중심에서사랑을외치다를 읽고나서 `세상의 중심에서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를 읽고...
평소 일본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일본 문화도 많이 접해봤을 뿐 아니라 문학에도 많은 관심이 있었다. 중3 치고는 꽤 많은 일본 문학을 읽은것도 같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노르웨이의 숲>’ 츠지 히토나리와 에쿠니 가오리의 ‘냉정과 열정 사이’... 유명하고 재미있다고 하는 작가의 책을 찾아 읽는 것도 재미있었고, 따뜻한 느낌의 일본 문학 특유의 문체도 좋아서 계속 읽게 되었던 것 같다. 얼마 전에 우리나라에서 개봉하여 히트를 친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또한 원작이 소설이라는 소리를 듣고 귀가 솔깃해져 책을 구입해 읽게 되었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라는 제목부터가 흥미있고 재미있게 보였다. 영화, 드라마 모두 대히트를 했기 때문에 원작도 기대가 되는 작품이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이제 막 어른의 단…(생략)

은 사랑이 줄 수 있는 최대한을 눈치채고 한 말일지도 모른다.
서로를 알아가고 충족시키기 위해 욕심을 부리기도 하지만 결국 기댈 수 있는 공간을 내어주는 두 사람. 그리고 중2시절 장난삼아 라디오 프로그램에 보낸 엽서에 그녀가 백혈병으로 시한부 인생을 보내고 있다고 장난을 쳤던 것이 사실이 된 것처럼, 거짓말같이 그녀는 백혈병에 걸려 버리고 말았다. 위험한 장난을 친것에 대해, 벌이라도 받듯이...건강하던 아키가 병에 걸리고 쇠약해져가면서 둘이 함께라면 무엇이든 함께 할 수 있으리란 믿음은 약해져간다. 다만 곁에서 안타까워할 뿐. 죽음이란 나이 든 사람들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긴 줄 알았던 생각은 그러나 왠지 모를 불안감으로 바뀌어간다. 죽음을 가까이에서 느끼는 아키를 보며 그녀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길함은 할아버지처럼 될 수 없다는 절박함으로 바뀐다. 사쿠짱은 마지막 여행을 계획하게 된다. 치밀하게 여행 준비를 하는 그의 모습은 마치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현실로부터 도망치려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현실로부터 도망칠 수는 없다. 그게 현실이다. 여행을 떠나기로 한 날, 공항에서 탑승 수속을 밟으려는 순간 아키가 쓰러진다. 의식없는 아키를 향해 도와주세요를 외치는 사쿠... 아키와의 이별은 그렇게 이루어졌다. 도와주세요! 부탁합니다. 도와주세요! 라고 울부짖는 사쿠의 목소리가 나에게까지 들리는 것 같다.
사랑이 어느 날 갑자기 다가온 것처럼 또 그렇게 떠나갔다. 사랑하는 이를 잃어본 사람만이 그 상실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은 변함 없이 흘러가는데 나 혼자만 갈 곳을 몰라 방황하고 있는 것 같은 마음. 존재하는 것은 과거와 후회뿐, 미래와 희망이라는 단어는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없는 것 같은 막막함. 그렇지만 그 누구도 사쿠를 도울 순 없다. 스스로 극복해야만 한다. 아키는 말했었다. 모든 삶과 죽음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우리가 그걸 제대로 이해할 수 없을 뿐이라고, 그리고 지금 내 안에 모든 것이 있으므로 죽음으로 변하는 것은 없다고, 슬퍼하거나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이다. 우리는 죽음이 우리와 상관없다고 치부해버리면서 쉽게 살아간다. 그래서 단지 우리는 사랑하며 행복해하는 존재라고 믿고 싶어한다. 그러나 사랑과 행복처럼 이별과 죽음도 우리와 함께인 것이다. 사랑을 통해 우리는 나 아닌 다른 존재와 하나가 될 수 있고 죽음을 통해 삶이라는 것을 배우게 된다. 사쿠는 사랑을 배웠고 사랑하는 이와의 죽음을 겪었다. 그리고 그는 어른이 되어 갈 것이다. 사람은 살아가는 동안 세 번의 관문을 거치게 된다는 것이 그것이다. 세상에 태어나는 것과 어른이 되는 것, 그리고 죽음이 그 세 가지인데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은 세 번의 관문을 모두 겪게 된다. 아직 성인이되지 않은 아이인데 이런 것들을 겪는 것이 매우 힘든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관문을 거치면서 그는 강해졌고, 홀로설 수 있는 진정한 성인이 되었다. 물론 자신이 사랑하는 단 한 사람을 잃게 된 것은 안타까운 일 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 책에는 특별히 명 대사가 있다. 백혈병으로 투병생활을 하고 있는 아키에게 사쿠가 한 말이다.
‘내가 태어나고 나서 아키가 없었던 적은, 지금까지 단 일 초도 없었어. 내가 태어난 이후의 세계는 전부 아키가 있는 세계였던 거야. 나한테 있어서 아키가 없는 세계는 완전히 미지의 세상이고, 그런 것이 존재할지 어떨지조차 모르겠어...’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이다. 아키가 사쿠보다 일주일먼저 태어났으니까...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자신에게 그런 말을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 아마도 사랑하는 사람이 그런 말을 해준다면 정말로 감동받을 것이다.
이 책에서 또 특별하게 기억나는 부분은 사쿠의 할아버지에 관한 사랑이야기이다. 둘은 서로 사랑했지만 서로 맺어질 수 없었고, 나중에 그녀가 홀로 될 때를 기다렸지만, 그녀의 행방을 찾았을 때는 이미 그녀는 이 세상에 없었다. 결국 서로가 헤어질 때 마지막에 했던 말처럼 저세상에서 맺어지기를 바라며 할아버지는 세상을 살아간다. 그리고 사쿠가 할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컸을 때 할아버지는 사쿠와 그녀의 무덤을 찾아 그녀의 무덤에서 뼈를 조금 꺼내 간직한다... 얼마나 그리웠으면, 얼마나 사랑했으면 죽은 사람의 무덤을 파헤쳐 뼈를 꺼낼 수 있을까? 내가 그 상황이 되었어도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이책을 읽고 약간 실망을 했다. 너무나도 흔하고 흔한 스토리이기 때문이다. 남녀 주인공 중 한명이 백혈병과 같은 불치병에 걸려서 죽어버리고, 혼자 남아버린 한명이 먼저 이 세상을 뜬, 다른 한명을 그리워하며 회상한다는 이야기...
그리고, 이 책은 우리나라 소설, 국화꽃 향기를 닮아있다. 계속 책을 읽으면서 국화꽃 향기가 생각났으니 말이다. <상실의 시대 239만부,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350만부!>라고 둘러져 있는 띠를 보면서, 나는 이 책이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볼 정도로 정교히 잘 짜여진 소설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강하게 느낌을 주는 이야기도 아니었고, 그만큼 슬픈 이야기도 아니었으며, 그저 흔하고 진부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이 작품은 아주 평범한 고등학생들의 사랑 얘기를 감성어린 문장으로 묘사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나 인기가 많았던 것이 아닐까 싶다. 흔한 이야기라고는 하지만, 우리 주변 어딘가에 있음직한,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라 가능한 이야기...그리고 아기자기하고 멋지고 비유적인 문체이기도하니 인기가 많았던 것도 같다.
시간이 나면 드라마나 영화를 한번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