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익스피어의 `리어왕`을 읽고 나서 세익스피어의 `리어왕’을 읽고

세익스피어의 ‘리어왕’을 읽고
세익스피어의 ‘리어왕’은 ‘효’에 대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현대의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리어는 영국의 국왕이었고 세 명의 사랑하는 딸들을 가지고 있었다. 리어는 그중 특히 세 번째 딸인 코델리아를 아꼈는데 어느 날 그는 자신의 딸들에게 영토를 세등분 하여 통치권과 영토소유권과 국사의 근심 걱정을 양도해주겠다고 한다. 그는 한명 한명에게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질문을 하고 그 대답으로 그것들을 주겠다고 하는데 코델리아의 두 언니는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하여 사랑을 표현하지만 코델리아는 아무 할말이 없다며 자식의 도리로서 효성을 다할 뿐 이라고만 한다. 그 말에 진노한 리어왕은 두 언니들에게 모든 영토를 분할해주고 부녀의 정을 끊겠다며 코델리아를 쫓아내듯 프랑스왕에게 시집보낸다.
이처럼 ‘리어왕’의 내용전개를 보았을 때 리어왕은 상당히 특이한 인…(생략)

반미치광이가 되어 버린다. 그는 폭풍이 몰아치는날 숲을 헤매며 자신의 아둔함을 탓하고 딸들을 저주하기까지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리어왕’에서 중심이 되는 것은 ‘효’뿐만이 아니다. 또 하나의 가치는 ‘진심’이라는 가치이다. 다른 두 언니가 없는 진심을 꾸며대서 말한 위선과 달리 코델리아가 있는 진심을 진실로서만 말했고 결국 나중에는 코델리아의 ‘진심’만이 아버지에게 제대로 전달되고 빛을 발한 것처럼 말이다.
‘리어왕’이 비극인 이유는 단지 초반부에 코델리아가 고통을 받고, 극중에 등장하는 악한들이 죽게 되기 때문이 아니다. 그 진정한 이유는 작품 속에 등장하는 선한 인물들이 겪는 고난과 마지막에 코델리아의 죽음으로써 악에 대항하던 선의 희생 때문인 것이다. 만약 ‘리어왕’의 결말이 리어왕과 코델리아가 다시 만나 행복하게 산 것으로 끝났다면 코델리아의 ‘선’은 너무나도 식상한 ‘선’이 되어 그다지 강조되지 못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코델리아가 죽음을 맞이함으로써 리어왕은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게 되고 보는 사람들은 더욱 깊은 감명을 받게 된다.
이 희곡에서 내가 발견한 또 한가지는 ‘현명함’에 대한 것이다. 코델리아에게 구혼한 두명의 남자는 각각 프랑스왕과 버건디 공작이었다. 리어왕은 코델리아의 두 구혼자에게 자신은 코델리아와의 인연을 끊었으니 결혼식지참금을 줄 수 없다고 한다. 그러자 버건디공작은 당장 구혼을 포기했고 프랑스왕은 그 이유를 코델리아에게 물어본다. 그러나 “제 결점은 마음에 없는 소리를 혀끝으로 놀리지 못하는 것입니다.”라는 코델리아의 진솔한 대답을 듣고 그는 그녀의 가치를 알아보게 된다. 여기서 그의 대사가 참으로 인상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간단히 적어보자면 이렇다.
프랑스왕 : 코델리아 공주님, 아주 훌륭하십니다. 당신은 가난하므로 가장 풍성하시고, 버림을 받았으므로 가장 소중하며, 경멸을 당했으므로 더욱 사랑스럽습니다. 당신과 당신의 미덕을 이 손으로 꼭 붙잡겠습니다. 버려진 것을 주웠는데 누가 감히 뭐라 하겠습니까! ..(생략)
그의 이러한 대사는 ‘리어왕’을 보는 사람들에게 다소 모순적으로 들린다. 어떻게 버림을 받았으니 가장 소중하며 경멸을 당했으니 더욱 사랑스러울 수 있다는 것인가? 그러나 ‘리어왕’이라는 극전체와 코델리아의 진실된 성품을 이해하게 되면 그 어느 것보다 옳은 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리어왕’을 읽으며 독특하다고 느꼈던 것은 이야기의 큰 흐름 속에 들어있는 작은 흐름이었다. 다시 말하면 큰 흐름이란 ‘리어왕’의 주가 되는 리어왕과 세딸의 이야기이고 작은 흐름은 리어왕의 편에 서는 글로스터백작과 그의 두 아들들의 이야기이다. 이 두 이야기는 모두 아버지와 자식간의 관계를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리어왕의 진실된 셋째딸과 위선적인 두 언니, 클로스터백작의 효성있고 의리있는 첫째아들과 권력에 눈이 멀어 아버지를 파는 둘째아들의 나누어진다. 이렇듯 리어왕의 두 딸의 배신과 글로스터백작의 둘째 아들인 에드먼드의 배신이 짝을 이룬다. 따라서 읽을 때 그 두가지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는 더욱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이것은 세익스피어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신선함을 느끼게 하기 위함이었을 수도, 전체적인 이야기를 더욱 강조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리어왕’은 세익스피어의 다른 작품인 ‘햄릿’과 마찬가지로 상당히 다양한 것들을 내포하고 있다. 사랑,믿음,배신,효,현명함,진실됨 혹은 어릿광대로 대표되는 어리석어 보이는 것이 오히려 더 현명한 것일 수도 있다는 것까지 무궁무진하다. 이런 다양한 가치들 속에서 자신에게 필요하고 맞는 것들을 찾아내는 것은 오로지 본인의 역량에 달려있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위에 언급한 가치들은 모두 우리에게 있어서 한번쯤 생각해 보아야할 중요한 것들이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효’라는 가치일 것이다. 가족에 대한 사랑과 부모님에 대한 정성이 빛바래져가는 지금의 현실에서 세익스피어의 ‘햄릿’이라고 하는 비극은 우리에게 간단하지만 많은 점을 시사한다. 따라서 지금 유행하고 있는 인터넷소설들도 좋지만 한번쯤 세익스피어의 ‘리어왕’을 읽어보는 것도 나를 살찌우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