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을 읽고 세종 대왕

`세종 대왕`을 읽고
누구나 무한한 욕망(欲望)을 가진다. 그 욕망은 비단 먹는 것, 자는 것의 기본적인 것에만 그치지 않고, 정도(正道)에 의하기 보다 편법(便法)에 의한 생(生)에 대한 편리(便利)를 일컫기도 한다. 그 범위가 어떠하던, 인간은 하루 24시간, 1년 365일, 쉬지 않고 느끼는 욕망에 고뇌한다. 그 고뇌는 -그것이 바람직하게 해결된다는 전제하에서- 때로는 인간을 성숙시켜주는 존재가 되기도 한다.
인간으로서 세종대왕은 참으로 존경될 분이다. 만인의 위에 선 제왕(帝王)의 지위에서 인간으로서 느낄 수 있는 많은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극기복례(克己復禮)의 정도(正道)를 고집하셨다. 참고 이기는 자에게는 진정한 길이 주어진다…. 그것이 당신의 평생(平生)을 두고 지켜온 신념이었다.

1. 세종 등극 전야(前夜)

`피비린내 나는 역사(歷史)`.
조선 건국 초기의 몇 년간을…(생략)

2. 세종 탄생(誕生)

3. 인간 세종, 이도(李　)

4. 역사 속의 제왕, 세종대왕

름은 그-한 사람만으로는 결정지을 수 없는 일이기에….
그는 언제나 당당했고, 모든 행동 하나하나에는 깊은 유학자(儒學者)의 성품이 배여 있었다. 그가 죽음을 당한 것은 태종 이방원(太宗 李芳遠)에게이나 그는 죽음까지 당당했고, 아쉬워하는 이방원을 두고 초연히 죽음을 맞이했다고 한다.
이에 반해, `세종대왕`에서의 삼봉의 모습은 사뭇 다르다. 그는 비록 많은 공적을 세웠고, 학문적으로도 높은 경지(境地)에 이르렀지만, 권세(權勢)에 의존하고, 타산(打算)을 잘 따지고, 훗날 죽음에 이르러서는 비겁하게 생명을 구걸하기까지 한다. 또, 무학에 은근한 경쟁심을 느껴 수도 서울의 방향을 무학이 주장하는 남향(南向)으로 하기 보다 동향(東向)을 고집하였다. 무학은 동향의 궁궐은 적자(赤子)보다 차자(次子)의 기가 세게 하기에 훗날을 염려하였는데, 과연 그 후대(後代)를 보아도 적자로 태어난 임금은 몇 되지 않는다. 그나마 적자인 문종, 연산군, 인종, 현종, 숙종, 경종, 순조, 헌종, 고종, 순종 등은 단명(短命)하거나 나라 안팎의 괴로움을 겪은 터이다.

역사는 늘 변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변하기 위한 역사는 아니다. 과거의 주석(註釋)을 다는 것이 현재의 우리가 하는 일일뿐이다. 변하는 것은 나름의 주관(主觀)에 의한 해석(解釋)일 뿐이요, 사실은 엄연(奄然)한 과거로 남아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조선 초기의 역사 또한 개인마다 다른 눈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밑바탕에 깔린 -조선 건국의 당위성(當爲性)에 대해서는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다. 조선의 건국은 비록필연적인 것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역사에 전환점(轉換點)을 맞을 계기(契機)가 되었고, 그 결과 지금까지 남아있는 많은 전통들은 조선 500년사를 기반(基盤)으로 하게 되었다.

다시 처음으로 눈을 돌려보자.
필연적이라 여겼던 조선 건국은 당시로서는 상당한 거부감을 불러일으킨 모양이다. 잘 알다시피 두문동의 고려 충신(忠臣) 72명이 그러하였고, 개성의 전씨, 마씨 등의 5개 성씨(姓氏)가 집단으로 조선에 반발(反撥)하기도 하였다. 그 뿐 아니라, 건국 후 처음으로 치른 과거(科擧)에는 단 한 명도 응시(應試)하지 않았다고 하고, 민심(民心)은 이성계(李成桂)를 등돌리고 있었다. 거기에다 이방원과 정도전은 -처음에는 그들은 하나의 굳건한 목표로 다져진 둘도 없는 동지였다- 목은 이색 등과 같은 명망(名望)높은 고려의 학자들을 마구 죽였고, 급기야 고려 왕실 일족(一族) 수백여명을 강화도 앞바다에 수장(水葬)시키기도 했다. 아무런 당위성도 없이, 그들이 세운 조선이라는 나라를 이어가기 위한 욕심(慾心)에서 그러한 과오(過誤)를 저지른 것이다.
그렇게 처음부터 피를 흩뿌린 그들이기에 다시 피로서 충돌(衝突)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제 1차, 2차 왕자(王子)의 난(亂)으로 나름의 정권을 굳혔다.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지만, 바래왔던 진정한 국가가 세워진 것이다.

2. 세종 탄생(誕生)
세종의 탄생과 성장(成長)에 관해서는 더 이상의 언급(言及)이 필요하지 않을만치 잘 알려져 있는 만큼, 구구(區區)한 나열(羅列)은 하지 않도록 하겠다. 세종은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고 유달리 총명했으며, 그의 형 양녕(讓寧)은 이러한 동생을 위해 -혹은 자기 자신이 느낀 권력에 대한 회의(懷疑)에 의해 과감히 세자 자리를 포기했다는 것은 아마도 수백번 들어온 이야기이리라.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총명한 충녕(忠寧, 　, 世宗大王)의 소년 시절이 아니라 양녕의 모습이다.
작가는 이 글을 지으면서 긍정(肯定)과 부정(不定)의 대비(對比), 즉 충녕과 양녕의 대비로 인한 역사의 고찰(考察)을 목표로 삼았다. 주어진 현실에 적응하며 굳이 부정에 의한 혼란(混亂)을 야기(惹起)하지 않으려던 충녕은 시대에 필요한 인물이었다. 그는 부친의 잘잘못을 알면서도 자신의 거울로 삼을 뿐 더 이상의 혼란은 없도록 했다. 대신 그는 현실을 조금 앞서나갔다. 꾸준한 노력과 학문의 연마(鍊磨)로 등극(登極) 후에는 많은 업적(業績)을 남겼으며, 현실을 바꾸어 놓은 창조자(創造者)로서의 삶을 살았다.
그러나 양녕은 달랐다. 그는 주어진 현실 -부친(父親)되는 태종과 조부(祖父) 이성계와의 불화(不和), 호색(好色)하는 태종의 모습, 조강지처(糟糠之妻)인 어머니 원경왕후를 소박(疏薄)하는 매서움, 거슬러 올라가서는 태종의 형제들과의 혈전(血戰)이 그의 어린 마음에도 큰 상처가 되었나보다. 그런 현실 속에서 거꾸로 자란 양녕은 아버지의 이중적인 모습, 즉 근엄(謹嚴)한 제왕으로서의 모습과 본능적(本能的)인 인간으로서의 모습에 환멸(幻滅)을 느꼈고, 그러한 제왕의 자리에 자신이 앉아야 한다는 것을 두렵게 생각하였다. 그는 이른바 난세(亂世)에서는 필요한 인물이었을지 몰라도 적어도 좁은 조선에서 살기에는 넘치는 인물이었다. 그 자신으로도 충분한 역량(力量)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는 자신의 권위(權威)를 부정하였고, 그러한 권력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식(假飾)의 방탕(放蕩)을 일삼았다. 마침내 그는 그의 목표를 달성하였고, 권력에서 벗어나 유유자적(悠悠自適)한 인생을 보내었다. 비록 훗날의 세조에게 기울어 그의 반정(反正)을 돕기도 하지만 말이다.

어느 것이 더 옳은 삶이라고는 단정짓기 힘들다. 개인의 판단에 맡기는 수밖에….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양녕의 방탕(放蕩)이 결코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었고, 충녕의 학문적 삶이 결코 건조(乾燥)했던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 -그들이 조선 500년 역사를 이끈 것이다.

3. 인간 세종, 이도(李　)
세종은 참으로 위대한 임금이다. 그는 타인(他人)이 몇 백년을 걸려서도 못다 이룰 일들로 재위(在位) 31년의 기간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그의 업적은 비단 국정(國政)에 뿐 아니라 과학, 유학 등의 학문(學文)의 발전(發展)부터 국력(國力)의 신장(伸張)까지 모든 부분에 이르고 있다. 그를 일컬을 때 반드시 `대왕(大王)`을 붙이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 일 것이다.
그러나 그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성품(性稟)이다.
그는 참된 `된 사람`이었다. 처음에 언급했던 것처럼 그는 인내(忍耐)의 극기(克己)를 요구하였고 실제로도 잘 실천(實踐)된 삶을 살았다. 즉위(卽位) 초기(初期)에는 장인(丈人)인 영의정 심온(領議政 沈溫)이 태종에 의해 사사(賜死)되기도 하였고, 후에도 태종의 독단적(獨斷的)인 성격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그는 오로지 참았고, 세상을 뜰 때까지 많은 갈등과 고뇌를 인내 하나로서 견뎌내었다. 그런 그를 좇아 왕후인 소헌왕후 심씨(昭憲王后 沈氏)도 인내의 삶을 살았다. 지아비인 세종이 태종의 강권(强勸)에 못이겨 후궁(後宮) 3명을 두었을때도 그들을 잘 화합(和合)하였고, 후에 생긴 2명의 후궁들을 잘 어거(馭車)하였을 뿐 아니라, 실로 헌신(獻身)적인 내조(內助)를 대왕을 보필(輔弼)하였다. 대왕의 업적은 수신(修身)과 제가(齊家)에 의한 필연적인 것이었다고 보아도 아무런 무리가 없을 듯하다.
그는 평생을 일비오처(一妃五妻)와 함께 화락(和樂)한 삶을 누렸으며 그에게서 태어난 18남 4녀의 자식들도 각기 제 몫을 할 만한 성인(成人)으로 자라났다. 비록 차남(次男) 수양(首陽)의 욕심이 과도(過度)해 훗날의 궁궐에 피비린내를 한 번 더 뿌리게 되지만, 그는 인간으로도 복이 많던 제왕이었다.

그의 가르침은 비단 인내에만 그치지 않는다. 그는 단 한번도 독단적으로 그의 의견을 밀고 나간 적이 없었다. 있다면 훈민정음(訓民正音) 창제(創製)시라고 할까. 그때는 반대하는 일부 신하들을 투옥(投獄)하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당신은 제왕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신하들의 의견을 존중하였고 그들이 올리는 충고(忠告)를 무시하지 아니했다. 왕후 심씨도 당신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는데, 그가 명황계감(明皇戒鑑)을 만들때의 일이다.
대왕이 아악(雅樂)을 창제할 시에, 악(樂)에 대한 관심은 많았지만, 악에 대한 심화(深化)적인 이론(理論)은 부족한 상태였다. 게다가 지엄(至嚴)한 제왕으로서 직접 악을 시험(試驗)해 볼 수도 없는 일이었다. 이런 이유로 당신는 관기도감(官妓圖鑑)에서 뽑혀온 취옥이란 기생(妓生)을 늘 곁에 두고, 악을 시험하였고, 아악의 완성(完成)에 성공하였다. 그런데, 취옥은 아악 완성 후에도 정음의 창제를 위해 대왕의 곁에 있어야 했다. 정음은 소리나는 대로 쓰인 글자이기에 직접 발성(發聲)해 볼 누군가가 필요했던 것이다. 관기도감의 수준 높은 기생이라고는 하나 천한 신분(身分)이니만큼 그녀가 계속해서 궁궐을 들락거리는 것을 그리 향기롭게 여기지 못한 심왕후는 그녀를 궁녀로 삼아 대왕의 곁에 있도록 했다. 왕후는 후덕(厚德)한 분이였기에, 그녀를 상침(尙寢), 즉 임금의 침실을 관리하는 궁녀(宮女)로 삼았던 것이다. 그러나, 취옥의 마음 속에는 임금의 승은(承恩)을 입고자 하는 욕심이 잔재(殘在)하고 있었다. 그런 탓으로 대왕은 취옥을 괴이게 되었고, 한동안 취옥 탓에 그토록 성실히 지내오셨던 일생활을 조금씩 흐트러뜨리기도 하였다. 왕후 심씨는 이를 불안하게 여기셨다. 그 불안은 투기(妬忌)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하기 좋아하는 궁중에서 투기라 여길까 충고하기를 꺼리고 있던 차에, 백낙천의 장한가(長恨歌)를 생각해내고 대왕의 침전에 가져다 놓았다. 장한가는 당 현종(玄宗)과 양귀비(楊貴妃)의 이야기를 그린 것으로 은근히 당 현종의 잘못을 꼬집고 있는 글이다. 대왕의 현명함을 믿고 있던 왕후로서는 최선의 선택이었고, 대왕 또한 크게 깨달은 바 있어 점차로 사심(私心)을 드러내는 취옥을 궁궐 밖에서 살도록 하고 당 현종의 일대기(一代記)를 적은 명황계감으로 하여금 후대에 귀감(歸勘)이 되도록 하였다.

대왕은 또한 인간을 사랑하는 덕(德)있는 -만백성의 어버이였다. 그는 노비(奴婢)라 할 지라도 업수히 여기지 않았고, 실제로 집현전 학사 권채(權採)가 자신의 노비를 심하게 핍박(逼迫)하여 굶겨 아사(餓死) 지경에까지 이르게 한 사실을 알고 권채의 관직(官職)을 삭탈(削奪)하였다. 훗날, 그의 재주를 아까워 해 다시 기용(起用)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대왕은 또한 꽃다운 궁녀들이 부자유스러운 생활을 하는 궁궐에서 젊음을 보내는 것을 안타까워해 젊은 궁녀 500여 명을 해방(解放)시키기도 했다. 관노(官奴)였던 장영실(蔣英實)을 아껴 상호군(上護君)의 벼슬에까지 이르게 한 사실은 이미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4. 역사 속의 제왕, 세종대왕
참으로 많은 업적에 위대한 대왕을 돌아보는 이 글을 어떻게 매듭지어야 할 지 막막한 건 사실이다. 허나, 대왕의 총명함을 만분지일(萬分之一)이라도 빌려 당신을 기리고자 한다.
대왕이 있었기에 우리는 지금과 같은 문화적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그 예로 자신의 글이 있다는 것은 그리 얻기 쉬운 행복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했었겠지만, 가장 큰 공(功)은 대왕에게로 돌아가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대왕의 업적은 우리글에만 그치지 않는다. 당신이 세워놓은 많은 업적은 조선을 이끌어가는 원동력(原動力)이 되었을 뿐 아니라, 우리 마음 깊은 곳에서 심어진 뿌듯한 자긍심(自矜心)으로도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수많은 위인(偉人)들이 역사의 페이지 위에서 지나갔지만, 그 위인 중에서도 단연 대왕이 돋보인다고 말하고 싶다. 인간적인 고뇌와 갈등을 현명하게 해결한 성인(聖人)으로서, 고난(苦難)을 극복한 한 국가의 제왕으로서, 많은 자랑거리를 남긴 조상(祖上)으로서 영원히 찬양되어야 할 대왕의 모습이 넓게 펼쳐진 한반도(韓半島)의 들에서 아련히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