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을 읽고 lear

2000130476 송지윤 제출일 2000. 5.8
리어 왕(KING LEAR)을 읽고
셰익스피어의 비극 중 한 편인 리어 왕(King Lear)은 주인공 리어 왕의 비극을 다루고 있다. 즉 그의 통찰력의 결핍, 완고한 고집과 노망, 그리고 질서 파괴로 인해 비극은 막을 내리게 된다. 리어 왕 이야기는 두 개의 이야기로 되어있다. 즉, 주되는 부분은 리어 왕과 그 딸들에 관한 이야기이고 또 하나의 이야기는 리어 왕의 신인 글로스터와 그의 두 아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왕과 그 신하의 비극으로 꾸며진 흥미롭고 더할 수 없이 비극적인 이야기인 것이다. 이들을 유기적으로 관련지어 가며 극을 진행시킴으로써, 비극의 의미를 확대, 심화시키고 있다.
제 1막은 리어 왕의 궁궐 안 알현실에서 시작된다. 연로한 리어 왕은 세 딸에게 자기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물어 그 애정의 척도에 따라 나라를 나누어 주고 여생을 편…(생략)

켄트 역시 그의 노여움을 사서 추방당한다. 이어 커딜리어에게 구혼 중이던 버건디 공작과 불란서 왕이 등장하고 리어 왕은 그들에게 커딜리어는 지참재산이라고는 자신의 저주뿐이고 자신과는 의절했음을 알린다. 버건디 공작은 그런 조건이라면 결혼할 수 없다고 하지만 불란서 왕은 자신이 커딜리어와 결혼할 의향임을 밝힌다. 버건디 공작은 커딜이어 공주의 부와 명예만을 사랑했었던 것이다. 하지만 커딜리어를 가진 것은 없지만 지극히 풍족하고 버림받았으나 지극히 귀하고 멸시당했지만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 불란서 왕은 커딜리어를 왕비로 맞아들이고 자신의 왕국으로 떠난다. 왕의 재산을 나누어 받은 거너리로가 리건은 왕이라는 명목뿐, 실질상의 권한이 없는 늙은 아버지를 모시지 않으려 하고 모의를 꾸민다. 한편 그로스터 백작의 서자인 에드먼드는 자신이 서자이기 때문에 아버지의 유산을 받을 권리가 없음을 옛부터 불쾌히 여겨 왔었다. 그래서 그는 유산을 받을 권리가 있는 적자인 형 에드거를 파멸로 이끌기 위해 음모를 꾸민다. 거짓으로 에드거가 에드먼드에게 편지를 보내 아버지인 그로스터의 재산을 차지하기 위해 음모를 꾸미고 에드먼드를 유혹하는 것처럼 꾸며 그로스터가 오해하도록 만든다. 그로스터는 에드먼드의 계략대로 에드거에게 크게 노하고, 목적달성을 위해서 어떤 수단도 가리지 않는 에드먼드에 의해 고지식한 성품을 가진 에드거는 누명을 쓰게 되는 것이다. 또 추방당한 켄트는 변장을 하고 리어 왕의 수행원으로 들어가게 되고 그에게 충성을 맹세한다.
한편 거너릴과 그의 남편 올버니는 리어 왕에게 수행원의 수를 감축시키고 자신들 뜻대로 리어 왕을 다루려고 하고 리어 왕은 이에 노해 그들에게 자식의 탈을 쓰고 있는 악마라며 격분한다. 결국 리어 왕은 실성해서 거너릴에게서 쫓겨 둘째인 리건과 콘월의 집으로 간다. 그러나 거기서도 역시 냉대받기는 마찬가지였다. 리건은 리어 왕에게 다시 언니인 거너릴에게로 돌아가라고 하지만 리어 왕은 자신의 슬픔을 둘째 딸에게 호소하며 돌아가지 않겠다고 한다. 거너릴이 찾아오고 리건은 거너릴보다 더욱 가혹하게 그의 얼마남지 않은 권력조차 빼앗으려 한다. 리어 왕은 그들에게 모든 것을 다 주었는데 배신을 당했다고 슬퍼하지만 두 딸들은 뉘우치기는커녕 오히려 적절한 시기에 양도했을 뿐이라며 늙은 아버지를 학대하고 결국은 내쫓는다.
그로스터는 자신의 옛 군주인 리어 왕을 구원해 주려 한다. 에드먼드는 아버지인 그로스터가 이처럼 금지된 예의(리어를 구원하는 것)를 거너릴과 리건 및 그들의 남편들에게 알려 서 공적을 쌓아 아버지가 잃게 될 재산을 모두 자신이 차지하려고 한다.
한편 더 없는 애정을 맹세했던 두 딸들로부터 버림을 받은 리어 왕은 폭풍우가 몰아치는 들판을 충신인 켄트와 함께 헤매며 모진 고생을 한다. 또 억울한 누명을 쓴 에드거는 변장을 하고 숨어 있다가 어떤 오두막에거 리어 왕을 만나게 된다. 그로스터가 리어 왕을 구하러 간 것을 에드먼드를 통해 알게 된 거너릴과 리건 및 그들의 남편들은 그로스터를 체포하고 그로스터는 눈을 잃고 만다. 눈을 잃은 그로스터는 자신에게 버림받은 아들인 에드거를 길잡이로 삼게 된다. 폭풍우 속에서 고생을 한 리어 왕은 도우버로 가게 되고 비싼 대가를 치른 후이기는 하지만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섬기는 딸은 막내딸인 커딜리어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러나 재회의 기쁨을 미처 다 맛보기도 전에 커딜리어는 두 언니가 사랑하는 에드먼드의 사주를 받은 대장에게 살해되고 리어 왕은 자기 눈 앞에서 죽은 막내딸을 안고 통곡하다가 절명한다. 에드거가 비통한 시대에 대해 탄식을 하고 모두들 장송곡이 울리는 가운데 시체를 메고 나가는 것으로 극은 끝나게 된다.
시공을 초월한 인간의 보편적 주제를 다룬 희곡인 「리어 왕」은 21C에 들어선 지금 셰익스피어를 재조명함과 동시에 우리의 모습을 반추해 볼 수 있는 시금석이기도 하다. 인간의 불행이라는 굴레는 타인을 끊임없이 오해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이 극이 보여주는 인간의 극한적 고통과 처참한 결론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이 문제는 삶의 보편적인 문제, 즉 인간의 삶과 죽음의 문제와 직접 관련되어 있다. 인간의 고뇌에 초점을 맞춘다면 그 고뇌는 본질적으로 구원의 한 과정인 것이다. 리어왕은 고통을 통해 커딜리어가 대변하는 것이 무엇이었던가를 알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커딜리어가 대변하고 있는 것은 인간들의 음모나 악행으로 쉽게 허물어 질 수 도 있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리어 왕의 이야기는 외국이나 우리 나라의 전래 동화에서 ― 예를 들면 “아버지를 소금처럼 사랑한 공주” 같은 이야기들 ―에서 많이 본 줄거리와 비슷했다. 꿀보다도 설탕보다도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음식은 소금이라는 것이고, 또 자신은 아버지를 그 소중한 소금처럼 사랑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들에서도 아버지들은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딸을 내쫓곤 한다. 그리고는 결국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이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오해했던 딸임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리어 왕」에서는 더할 나위없이 우스운, 그런 아이러니컬(ironical)한 상황이 연출 된다. 특히 부수적인 이야기인 그로스터 부자의 이야기에서 자신이 믿었던 아들인 에드먼드로 인해 체포되어 재산을 잃고 눈마저 잃었던 그로스터에게 그가 눈을 잃고 난 후 그의 길잡이가 되어 준 것은 바로 자신이 버린 에드거였던 것이다. 마치 리어 왕이 모든 것을 믿고 아낌없이 사랑을 베풀었던 두 딸들에게서 버림받은 것처럼. 그리고 켄트 역시 진정한 충신이었음이 틀림없다. 그는 리어 왕이 잘못된 판단을 할 때 충고를 해주었고, 또한 그 충고로 인해 자신이 파면되었지만 끝까지 왕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인간의 오해란 얼마나 커다란 비극을 불러오는가……. 리어 왕은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막내딸 커딜리어의 사랑 표현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오해하는 바람에 딸과 의절하고 또 자신을 그렇게도 사랑하는 딸이 자신의 눈 앞에서 죽어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 내 아버지께서 그런 것을 물으신 적은 없지만, 만일 아버지께서 리어 왕처럼 나에게 아버지를 얼마만큼이나 사랑하느냐고 물으신다면 나는 뭐하고 답할까. 정말 뭐하고 말할지 난감한 일이다. 사랑의 표현이라는 것은 말을 해도 만족스럽지 못할 때가 있고 또 말을 하지 않는다면 사랑을 오해받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나는 거너릴과 리건의 행동에 정말 열받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은 거짓으로 아버지를 사랑하노라고 아첨했고, 또 늙고 힘없는 아버지를 학대했고 내쫓기까지 했으며 어딘가에서 헤매고 있을 아버지를 구하려는 그로스터를 체포해 눈을 뽑았다. 또 멀쩡한 남편이 있는데도 에드먼드를 사랑하는 불륜을 저질렀다. 그들의 행동은 정말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일들임에 틀림없다.
내가 다른 아이들에 비해 보수적이고 아직 현실에 대해 잘 모르고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결혼을 해도 시부모님,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싶다. 어릴 때부터 할머니와 함께 살았고 또 부모님들이 어른들을 모시는 것을 보고 자랐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또 나는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게 당연하다고 여겨왔고 한번도 따로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지금 서울에서 혼자 하숙을 하면서도 아버지, 어머니가 보고 싶어서 아침 저녁으로 안부 전화에 최근에는 어머니와 커플폰(couple-phone)까지 마련해서 밤새 통화하기도 한다. 다른 아이들은 이런 나를 이해할 수 없다고 하지만 나는 아직 어려서인지 부모님고 함께 지내는 것이 제일 좋다. 단순히 부모님과 함께 지낸다고 해서 그것이 효(孝)라고 할 순 없다. 하지만 부모님을 잘 모시는 것, 효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불효는 하지 않는 것이 도리가 아닐까 싶다.
부모님들의 자식에 대한 사랑이 맹목적이듯, 자식 역시 부모님을 잘 모시는데 대해서 어떠한 대가를 바래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