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낙비 소낙비

소낙비
난 처음에 `소낙비`란 제목을 봤을 때 황순원의 `소나기`를 약간 모방한 것인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보니 아니었다. 오히려 한층 더 수준높은 주제를 다룬 멋진 작품이었다.
춘호 네는 선량한 사람들이지만, 춘호는 돈 2원을 마련하라며 자기의 처를 매질한다. 나 같았으면 당장 대들면서 보따리 싸들고 나가버렸겠지만 춘호 처는 워낙이나 순진한지라 불평도 없이 집을 나선다. 그는 이웃의 쇠돌네에 가서 어떻게든 사정하려 했지만 집에는 아무도 없고 쇠돌엄마의 남편인 이 주사만 혼자 있다. 때마침 소낙비 때문에 옷이 젖어서 몸의 선이 다 드러나있는지라 응큼한 이 주사는 춘호 처와 관계를 맺고는 2원을 줄테니 다음날 다시 만나자고 한다. 이에 춘호는 그 다음날 자기 아내를 곱게 꾸며서 이 주사에게로 보낸다.
김동인의 소설 `감자`와 내용이 굉장히 비슷했다. 가난 때문에 매춘의 길로 빠져 타락하는 한 여자의…(생략)

다. 하여튼 돈 때문에 자기 아내를 매춘의 길로 인도하는 춘호나, 또 그대로 따라가는 춘호 처나 이해가 가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쇠돌 엄마에 대한 내 의견을 조금만 써보고 싶다. 그녀는 어떻게 보면 날쌔고 야무진 사람처럼 보이지만, 난 그녀가 물욕에 너무 집착하는 사람같다. 원래 그녀도 춘호 처와 비슷한 신세였는데, 부자인 이 주사와 잘 되어 하루 아침에 돈방석 위에 앉게 된다. 이미 남편도 있는 여자가 말이다. 기가 막힌다.
우리 나라 옛날 농촌의 모습이 정말 이랬다니, 믿기지가 않는다. 사람들의 양심은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이와 같은 작품을 더 찾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나는 책을 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