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의 세계3를 읽고 소피의 세계3 를 읽고

<< 소피의 세계3 를 읽고... >>
`소피의 세계` 란 제목의 철학 이야기는 열 네 살의 소녀 소피에게 어느 날 갑자기 의문의 편지가 날아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 너는 누구니? " 그리고 곧, " 세계는 어디서 생겨났을까? " 라고 묻는 편지가 이어진다.
이 이상한 편지를 받으면서 소피는 자신도 모르게 신비한 철학세계로 빠져든다.
그저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천진 난만하게 웃고 떠들며 집에 오면 숙제하고 재미있는 TV탐정 프로에 열중하곤 하던 평범한 소녀 소피에게 "철학이란 무엇인가" , "죽음 뒤에 또 다른 삶이 있는가" ,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등 진지하고 중요한 물음과 해답이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철학 선생의 편지를 통해 하나하나 주어지면서 소피는 차츰 인생과 세계를 새롭게 바라보기 시작한다.
작가 요슈타인 가아더는 일반적으로 `철학` 이란 단어만으로도 거부감을 느끼는 모든 사…(생략)

르크스, 심리학 이론의 프로이트 그리고 낭만주의와 아직까지도 모든 것이 밝혀지지않은, 무한한 철학의 공간. 우주와 밀접한 빅뱅까지 실로 다양하고 광범위한 철학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소설이 우리에게 주는 감동은 그것이 가진 단순한 예술적 아름다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철학적인 내용 자체에서도 이 소설이 보여주는 생각의 깊이는 놀랄 만큼 깊다. 물론 작가는 소설 내에서 많은 철학자들의 이야기와 말들을 인용하긴 했지만, 만약 그것이 그대로 옮겨졌다면 이 책은 하나의 이야기라기보다는 그저 다양한 철학 이야기를 모아둔 묶음집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다양한 철학가들의 철학의 핵심 내용을 분석해 좀 더 쉽고 친숙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어찌 보면 소피의 세계는 탈레스로부터 현대 철학에 이르기까지 온갖 철학자들의 여러 주장들을 잡다하게 나열하고 있는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철학적 관심의 이러한 표면적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몇가지 서로 연관된 근본 물음과 궁극적 관심에 의해 관통되고 있다.
` 나는 누구인가? `
` 나는 어디서 왔는가? `
` 이 세상은 어떻게 생겼는가? `
수능 시험과 같이 다양한 예문이나 보기가 있는 질문이 아니다. 그렇다고 특별한 공식을 세워가며 이론과 분석을 앞세워 긴 문제를 풀어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우린 수능시험 한두 문제는 쉽게 풀고 쉽게 맞추고 쉽게 틀릴 수 있지만, 이와 같은 인생에 가장 밀접하고 단순한 문제조차 우리는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하고있는 실정이다.
난 이런 생각을 해봤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취업경쟁이 심하고 그만큼 많은 취업세대들이 면접관의 당황스럽고 황당한 질문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현대자동차와 같은 대기업에서는
"당신이 여자 화장실에 들어갔을 경우 어떻게 대처하시겠습니까?"
라는 질문으로 많은 사람들을 곤란케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오히려 단순하게 생각하고 자신의 뜻대로 말한다면 답이 나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당신은 누구십니까?"
이와 같은 질문을 받으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우린 이런 질문에 쉽게 대답하지 못한다. 왜 우리는 수많은 수학공식을 외우고 문법과 다양한 표현방법들을 배우면서 저런 단순한 질문에는 대답하지 못하는 것일까.
학교 선생님들께서는 위와 같은 문제에 대하여 언급하지 않으신다.
또한 그렇게 물어보는 학생도 없을뿐더러, 그에 대한 확실한 대답. 즉, 정답을 알려주실 선생님조차 없을 것이다.
그건 당연한 일이다. 왜냐하면 위의 질문에 대한 정답은 없으니깐 말이다.
이처럼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철학은 단순히 어떠한 질문에 대하여 쉽게 대답할 수 없는 학문이라고 이야기 한다.
만약 내가 면접관이라면
"당신은 누구십니까?"
라고 물어보았을 때,
"난 나에요."
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여 결코 그 사람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진 않을 것이다.
틀린 말이 아니다. 그 사람은 그 사람일 뿐.
이와같이 철학은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다양하고 각자 틀린 답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100명에게 물어봤을 때 100가지의 답이 나왔다면 그 100가지는 모두 정답일 것이다.
철학은 인생을 반영한다고 이야기 한다.
곧 그 사람이 살아온 삶에 대한 이야기가 철학일 수 있는 것이다.
소피의 세계를 읽는 우리들의 존재는 소피의 세계와는 달리 자명하고 확고한 것인가? 작가는 독자인 우리들이 이 물음 속으로 피할 수 없이 밀어 넣는다. 그리고 우리로 하여금 스스로 되묻게 한다. 소피의 세계가 자신의 존재 근거를 자기 자신 속에 갖고 있지 않듯이, 우리의 세계 역시 실은 그것의 존재 근거를 자시 속에서 명확하게 드러내 보이지 않는다.
이 책의 특징은 일상속에 빠져 있는 의식을 일깨워 자기에게 가장 익숙한 것, 바로 자기 자신과 주변 세계의 존재를 도리어 끝없이 낯설고 불가사의한 것으로 체험하게 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소피의 세계는 단순히 철학을 소개하는 교양 소설이 아니라, 이미 그 자체로서 하나의 의미있는 철학적 성취인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음으로써 단순히 글을 읽어 지식을 습득한 것이 아니라, 책 속에서 소피의 모습과 나 자신을 비교해보고, 또 글을 쓴 철학자가 제시한 문제에 대해 스스로 답해보며 좀 더 다른 내 안에 자아를 찾아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