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의 세계를 읽고서, 소피의세계

< 소피의 세계 >
< 절대적 진리는 존재하는가? > - 독후감을 쓰기에 앞서 펼친 간단한 논술.
어느 시대에 있든 우리는 절대적 진리를 찾으려 노력한다. 그리고 “진정한 의미의 절대적 진리는 존재하는가?” 하는 문제는 언제나 중요한 철학적 쟁점으로 등장해 왔다. 그러한 철학적 쟁점이 부각될 때마다 그 문제에 대한 저명한 철학자들의 답은 모두 달랐다. 양자론의 지평을 연 아인슈타인도 비록 우주의 질서를 확률론에 입각해 설명하고는 있으나 “신은 주사위를 굴리지 않는다.”는 유명한 그의 말처럼 적어도 우주의 운동에 일정한 질서, 즉 절대적 진리가 있을 것으로 인식했다. 그러나 스티븐 호킹 교수는 “신은 불행히도 주사위를 굴리고 있다.”며 우주운동의 법칙을 발견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획기적인 이론을 제시했다. 호킹 교수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신은 주사위 놀이를 즐기고 있을 뿐…(생략)

읽고 나서……. >
이러한 ‘절대적 진리’의 규명은 도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까? 모두들 한 번 씩은 궁금했을 법한 문제, 나도 예외는 아니다. 가만히 생각에 빠져있으면 어느새 우리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많은 근본적인 문제들이 참 많다. 이러한 문제들을 나에게 설명해준 책이 바로 <소피의 세계> 이다. 책도 두껍고 모두들 어렵다고 해서 피해왔는데, ‘철학’이라는 건 도대체 무엇일까? 하는 일말의 궁금증이 나를 이 책 속의 소피와 만나게 해주었다.

이 책의 주인공이 소피는 <소피의 세계> 안의 <소피의 세계>에 존재하는 소설 속이 소설 속 주인공으로 표현된다. 이러한 작가의 많은 트릭은 내가 이 책을 흥미진진하게 끝까지 읽을 수 있게 도와주었고, 그 덕분에 나는 그동안 내가 고민했던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철학에 대한 어떤 것도 모르던 내가 위와 같이 절대적 진리에 대한 논리를 나름대로 펼 수 있게 된 것도 모두 소피와 알 베르토 크녹스 선생님의 덕분이다.

그러면, 이제부터, 무지막지 하게 두꺼운 <소피의 세계> 속의 철학에 대한 이야기들의 나 자신의 견해와 더불어 적어보려고 한다. 먼 옛날 사람들의 인식이 아직 철학에 미치지 못한 시점부터 오늘날까지 사람들의 사상의 자취를 더듬어 보자!

우리에게 전해 내려오는 많은 종류의 신화는 무엇을 설명하려는 시도 중의 하나로, 인간에게 무언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설명하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우리가 들은 바와 같은 정도의 설명으로 만족하지 않고 자신에게 중요한 사건에 직접개입하려고 하였는데, 이것이 종교의식이다. 이러한 종교의식은 인간들이 스스로의 의지로써 자연을 바꾸겠다는 의식을 나타낸다. 이러한 종교의식이 철학으로 발전된 데에는 그리스의 형성이 지대한 역할을 하였다. 그리스에서는 노예가 모든 육체노동을 도맡았으므로 자유 시민이 정치와 문화에 전념할 수 있었다. 이러한 생활 조건 속에서 인간의 사고는 비약적으로 발달하였고, 각 개인은 ‘어떻게 사회를 조직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스스로 제기할 수 있게 되었다. 또 이러한 방법으로 각 개인은 전래한 신화나 종교의식에서 경험과 합리성에 근거하는 사고로 발전했다. 초기 그리스 철학자들은 이렇게 자연의 진행 과정에 관한 자연스런 해설을 모색해 내려는 철학 목표를 갖게 되었고, 오늘날 그리스는 유럽문명의 원류이자 세계의 보편적 사고로 자리 잡았다. 이 책에 나오는 소피의 철학 선생님인 알 베르토 크녹스는 초기 철학자들이 어떤 해답을 발견했는지 보다 어떤 문제를 제기했고, 어떤 해답 방식을 추구하였는가에 초점을 두었기 때문에, 나도 그것을 토대로 간단하게 철학사를 적어보겠다.

먼저 초기 철학자들은 이성의 힘으로 자연의 법칙을 발견하려고 애썼다. 전승된 신화에 의존하지 않은 채 자연 현상을 이해하고자 한 것이다. 철학은 이러한 방법으로 종교에서 해방되었다. 그런데 철학은 종교와 양립할 수 없는 것일까?
현대는 과학의 시대이다. 과학적 세계관으로 풀 수 없는 문제는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우리는 심지어 신의 영역이라고까지 여겨졌던 생명 현상까지도 이미 유전자 공학을 이용해 베일을 벗겨 냈다. 그러나 과학은 우리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대답을 주지는 못한다고 한다. 존재에 대한 분석은 가능하지만 존재의 의미에 대한 해답을 줄 수 없다는 것이 그 일반적인 생각인데, 이러한 의문에 해답을 주는 것이 종교이다. 과학이 ‘존재하는 세계의 특정 영역에서 작용하는 법칙과 원리를 탐구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종교는 ‘신앙에 의해 인간과 신을 결합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나는 유신론도 아니고 무신론자도 아니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 상세히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종교는 인간의 내면적 문제에 뿌리를 두고 있고, 과학은 현상적 문제에 영역을 설정하고 있기 때문에 - 즉, 기본적으로 차지하고 있는 영역이 다르다 - 현대사회에서 종교와 과학의 양립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여기서 말하는 것은 그들이 학문적 사고방식을 향한 첫걸음을 내딛었다는 것이고, 그것에 초점을 맞추기로 하자.
옛날, 먼 옛날 과학이 발달하지는 못했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오늘날 자연과학의 원동력이 되는 생각들을 펼치고 있을 그리스에, 탈레스와 아낙시만드로스, 그리고 아낙시메네스라는 사람이 있었다.
탈레스는 만물의 근원이 물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것은 지금의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매우 단순하지만 그로써는 여러 가지 상태변화의 과정을 결론으로써 나름대로 물을 만물의 근원으로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있었다. 또한 그는 그 전의 많은 사람들, 예를 들어 호메로스가 상상했던 식으로 신들을 생각하지는 않았다.
탈레스와 마찬가지로 밀레토스에 살던 아낙시만드로스는 세계를 무한한 것에서 생겨나 다시 그것으로 돌아가는 수많은 세계들 가운데 하나로 여겼다. 만물의 근원이 정해진 물질을 뜻하지는 않았고, 만물 형성의 근본이 되는 사물은 이미 형성된 것과는 완전히 다를 거라고 생각한 것 같다. 또 다른 한 사람인 아낙시메네스는 대기 또는 공기를 만물의 근원으로 보았다. 그는 모든 자연 변화를 뒷받침하는 원질이 있다는 점에서는 탈레스와 같은 생각을 가진 것이다.

이 세 사람을 이어서 파르메니데스와 헤라클레이토스가 등장하는데, 이 두 사람은 매우 상반되는 의견을 가진다. 파르메니데스는 ‘아무것도 변할 수 없으며, 그래서 감각적 인식은 믿을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이성에 대한 강한 믿음을 나타내는데, 이렇게 이성이 세계에 대한 우리의 앎의 원천이라고 믿는 사람을 합리주의자라고 한다. 이에 반해, 헤라클레이토스는 ‘ 모든 것은 변하며, 그래서 감각적 인식은 믿을 만한 것이다’ 하는 결론을 내려서 그는 자연이 보여주는 것을 경험과 감각을 통해 인지하는 쪽을 택하였다. 이러한 헤라클레이토스의 주장은 동양철학과 많은 유사점을 가지는데, 이렇게 보면 동양 철학은 모든 것이 변한다는 사상에 중점을 맞춘 방면에 서양은 고대부터 두 가지 관념을 동시에 대립시킴으로써 현대 세계의 보편적인 사고로 받아들여졌지 않나 싶다.
어쨌든, 이 두 사람의 생각은 너무 극단적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러한 두 사람의 사상을 하나로 통합한 사람이 엠페도클레스이다. 그는 유일한 원지에 대한 생각을 버릴 수밖에 없다는 인식에 도달하였고, 근본적으로 만물이 변한다는 견해와는 맞지 않지만 근본적으로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의 생각 중에 매우 마음에 드는 것이 있는데, 그는 우리 눈이 자연의 다른 만물과 마찬가지로 흙과 공기, 물과 불로 이루어져 있다고 믿었다. 따라서 우리 눈의 흙 성분은 흙으로 된 성분을, 공기 성분은 공기로 된 것을, 물과 불은 각기 물 성분과 불 성분을 포착하며 파악한다고 생각했다. 네 가지 원소가 다 눈 속에 존재한다는 생각이다. 이것은 매우 엉뚱해 보이지만, 꽤 로맨틱한(?) 발상이다. 아무런 과학 지식이 없는데도 인식이 이만큼 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 다음 아낙사고라스와 데모크리토스가 나오는데, 이 중 데모크리토스는 그의 원자론과 더불어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형상은 계속 생기고 또 소멸하기 때문에, 자연 속의 모든 것이 흐른다고 믿는 헤라클레이토스의 의견에 동의하지만, 흘러가는 모든 것 뒷면에는 절대 흘러가지 않고 영원불변하는 그 무엇, 즉 원자가 존재한다고.

지금부터는 고대 철학의 중요한 세 명의 거장인 소크라테스, 플래톤,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을 살펴보려고 한다.
소크라테스 때부터 아테네는 그리스 문화의 중심지가 되었는데. 이때부터 전체 철학 구상의 본질도 변한다. 소크라테스는 옳고 그름에 대한 절대적인 규범은 없다고 주장하는 소피스트들의 생각에 반대해서 실제로 몇몇 규범은 절대적이며 보편타당하다는 사실을 입증해 보이려고 노력했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철학 문답법을 조산술에 비유했다. 산파가 스스로 아기를 낳는 것이 아니라 남의 출산을 돕기만 하는 것처럼 자신의 임무는 사람이 올바른 통찰력을 얻도록 도와주는 것이었다. 사람의 인식은 내면세계에서 생기지 남에게서 이식할 수 없으며, 자신의 내면에서 생긴 인식만이 참된 ‘통찰력’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는 양심과 진실을 목숨보다 더 귀중하게 생각했는데, 나는 그가 많은 점에서 예수와 비슷한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똑같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그들은 초인적인 용기를 가지고 영원한 진리를 말할 수 있었던 사람이었다는 점에서 존경한다. 그리고 몇 가지 그에 대해 더 말하자면 그는 절대 포기할 줄 모르고, 지혜를 얻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인식의 기초가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그것이 바로 인간의 이성이라 판단했고, 그래서 소크라테스는 합리주의자로 규명된다.
소크라테스의 죽음 이후에 등장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서로, 대립하는 사상을 전개시켰다. 이러한 둘이 대립은 관념론과 유물론의 대립으로 설명된다. 나무가 있기 때문에 나무를 인식하는 것인지 아니면, 인식하기 때문에 나무라는 존재가 성립되는 것인지 하는 아주 기본적인 문제이다.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 라는 질문과 같다.

이러한 두 견해는 존재하는 세상을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의 차이를 지니고 있는데, 이 차이는 오랜 옛날부터 오늘날까지 많은 철학자들의 대립을 낳고, 새로운 사상을 낳으며 이 세계를 지탱해 왔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다. 지금 말하고 있는 고대부터 현대 칸트와 헤겔, 마르크스와 같은 철학자에 이르기까지 이것은 끊임없이 논란의 여지가 되어 왔다.

앞에서 절대적 진리는 없다고 말한 것처럼 무엇이 먼저인가 하는 문제도 역시 절대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매우 상식적이고 보편적인 답이 되겠지만, 나는 두 견해 모두 일면은 옳고 일면은 그르다는 중간론적인 입장을 책하겠다.
어쨌든 둘의 생각을 정리해 보자.

먼저, 플라톤의 사상인 관념론은 생명과 의식의 원천을 물질 외부 즉 정신에서 찾는다. 인간이 인식하기 때문에 인간으로서 존재하는 것이고 또한 세계도 존재한다는 다분히 주관적 성격이 강한 주장이다. 이 견해에서 보면 우주는 ‘신의 의지’에 의해 창조되었다는 주장은 매우 합당하다고 생각된다. 그는 인간이 창조하는 모든 것은 이상 세계(이데아)를 본떠서 만들기 때문에 근원적인 것은 관념이고 물질은 그것의 현실적 모습, 즉 그림자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은 현실성이 결여되어서 실증적이고 합리적인 현대 과학 문명을 수용하기에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서 유전자 공학과 같은 부분의 발전으로 여러 유전자 조작 동식물과 같은 것들은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들인데 그렇다면 없는 것을 만든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결국 논리적으로는 이러한 유전자 공학의 발달은 부정하는 수밖에 없고 그래서 현실적 문제에 적용되기 어려운 면을 지닌다.

반면에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장한 유물론은 인간의 인식이라는 것도 물질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며, 인간 역시 물질의 한 종류라는 주장이다. 객관적 성격이 매우 강한데, 인간의 인식은 이상 세계니 신이니 하는 대상과는 아무런 관련 없이 진화의 단계를 거치면서 누적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나중에 이것은 공산주의 이론을 집대성한 마르크스에 의해 완성된다고들 말한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은 모든 것을 물질 중심으로 보기 때문에 인간이 지니고 있는 정신적 가치 즉 문화, 예술, 종교, 관습 등에 대해 매우 무관심하고 가장 보편적인 가치라고 생각되는 인간의 존엄성도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모든 사람에게 물질적 풍요를 주기 위한 혁명을 위해서는 돈 많은 사람 몇 천 명쯤 죽어도 그만이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나의 생각으로 이러한 생각은 인류가 그간 쌓아온 모든 가치를 한순간에 뒤집을 수도 있는 폭력혁명까지 발전할 수 있어 매우 급진적인 사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고대의 여러 사상을 지나 중세에 이르러서는 아우구스티누스와 토마스 아퀴나스가, 그리고 조금 더 지나 르네상스 시대에는 다시 철학이 활기를 띄게 된다. 그리고 다시 바로크. 이렇게 여러 세기가 지나는 동안 등장한 철학자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의 데카르트, ‘나는 내일 세상이 멸망할 것이라면, 한 그루의 나무를 심겠다.’ 던 스피노자, 그리고 경험주의자인 로크, 버클리, 흄 등이다.

지금부터 데카르트, 스피노자, 경험주의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근대 철학의 창시자라고 불리는 데카르트는 동시대의 사유를 서로 연관된 하나의 철학 체계로 통합하려는 시도를 했는데, 그는 ①우리 인식의 확실성에 대한 연구 ,②육체와 영혼의 관계 에 대한 문제에 몰두했는데, 그 결론으로써 그는 인식의 확실성에 대해서는, 그가 모든 것을 의심하고 있으며, 또한 이것이 자기가 확신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라는 인식에 도달하였다. 그는 강렬한 직관적 확실성을 가지고 스스로가 생각하는 자아라고 파악했으며, 이 생각하는 자아가 우리가 감각으로 인지하는 물리적 세계보다 더 현실적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Cogito Ergo Sum !
또한 그는 인간의 육체를 한 대의 정밀기계로 생각해, 자기 고유의 법칙에 종속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그는 정신적 존재와 공간적 존재 사이에 경계선을 그은 이원론자 이자 관념론자, 주관론자인 것이다.

이에 반해 스피노자는 영혼은 육체와 일치하는 하나라고 생각했고, 따라서 ‘신속에 내가 있고, 내 속에 신(영원한 부분)이 존재 한다 ’ 라는 사상을 전개한다. 그는 신 혹은 자연 법칙을 모든 일의 내면적 원인으로 간주하고 신은 오로지 자연 법칙을 통해서 드러나기 때문에 외부적 원인이 아니라는, 결정론적인 자연관을 갖고 있었다.

이렇게 이성이 중요하다고 믿는 합리주의자들에 반해, 세계데 대한 모든 지식의 근거를, 감각이 우리에게 전달해 주는 것에서 찾는 경험주의자들이 있다. 그들은 인간의 모든 관념이 참된 경험을 통해 증명될 수 있는지 탐구하는 것을 중요한 과제로 삼았다. 사람들은 이러한 그들의 경험정신을 토대로 과학이 굉장한 발전을 이룩했다고들 한다. 그런데 요즈음 다시 과학과 철학이 공존할 수 있냐는 대한 논란이 생기고 있다. 나는 내 인생의 길을 과학도로써 잡았고, 반면에 소피와 함께 철학의 세계를 매우 사랑하게 된 한 사람으로써 이 문제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보았다.

나는 흔히 과학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고, 철학은 형이상학적이고 추상적인 문제를 다루기 때문에 하나의 울타리에 묶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특히나 과학은 존재하는 세계의 특정 영역에서 작용하는 법칙과 원리를 탐구하는 반면, 철학은 세계 전체를 가리키는 존재를 탐구한다. 이 얼마나 판이한 차이인가? 어떻게 두 개가 같을 수 있지?
하지만 이번 <소피의 세계>를 읽고 나서 알 베르토 크녹스 선생님과 소피의 도움을 받아서 내가 내린 결론은, ‘ 철학은 대상을 분석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수단이고, 철학은 대상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수단 ’ 이라는 것이다. 과학은 개별성을 추구하고 철학은 보편성을 지향하는 방법상의 차이는 있지만 대상을 이해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점은 똑같다. 일반적으로 대상을 탐구하는 근본 자세가 다르다는 의미로 과학과 철학은 병존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나는 하나로 통합될 수 있다는 의견을 지지한다.

그래서 경험주의자들은 ( 몇몇 사람들에 의하면 철학과는 전혀 통합의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과학의 발전에 크게 도모하였지만, ( 과학과 철학을 별개로 생각하는 사람들과는 다르게, 과학과 철학은 하나로 통합될 수 있다는 나의 의견을 토대로) 철학 사상의 전개도 발달시켰다.

<소피의 세계>의 전체적인 내용은 매우 어려워서 두 세 번씩 읽어 보고 나서야 뜻을 이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1,2권은 그런대로 과학과의 유사성도 많고 어디선가 들어봤던 내용들이 꽤나 많아서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지만, 특히나 3권의 현대 철학 같은 경우는 그 사상 자체가 낯설어서 이해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사실 독후감을 쓰고 있는 지금도 내가 확실히 이해하였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

이제는 데카르트 이후의 최고의 철학자 칸트가 그 등장을 준비하고 있다. 드디어 그가 등장할 시간이다. 칸트는 우리의 모든 경험을 특정짓는 전제도 우리의 이성에 있다고 주장한다.

칸트는 의무론적 윤리설을 주장하였는데, 그는 [순수이성비판],[실천이성비판],[판단력비판]이라는 세 권의 책의 저자로써 유명하다. 그는 이 책 세 권에서 종래의 신(神)중심적인 색채가 남아 있는 형이상학의 모든 개념이 모두 인간 중심적인, 즉 넓은 의미에서의 인간학적인 의미로 바뀌어야 되는 이유를 들고, 나아가 일반적˙세계관적 귀결을 제시하였다. 또한 자율적 인간의 도덕을 논하고, 종교가 새롭게 인간학적 철학에서 점유할 위치를 지적해서 인식과 실천이라는 장면을 통일적으로 파악하여 새로운 인간학적 철학을 종결하고자 하였다.
그는 무엇보다 이제껏 철학을 눌러왔던 ‘신’이라는 존재로부터 인간 중심적이고 인간학적인 범위로 나아감으로써 유물론을 비판하고 이념, 정신, 이성, 의지 등 정신적 요소를 강조한 독일의 대표적인 관념론자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의 부족한 한계를 뛰어넘은 존경받을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으로써 사고의 한계를 뛰어넘는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값진 일이 아닌가! 헤겔도 역시 칸트와 같은 관념론자였으며, 그의 사상도 칸트와 그 맥락을 같이 한다. ( 각자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매우 힘들었기 때문에, 헤겔에 대한 별도의 설명을 할 용기가 없다 -_-;; )

칸트와 헤겔이 관념론을 주장한 것과 대조적으로 마르크스는 유물론을 주장했는데, 앞에서 말한 것처럼 유물론과 관념론을 오랜 세월 대립해 왔다. 유물론은 정신을 부정하고 우주, 만물의 본질을 오직 물질로만 해석한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지금 우리가 받아들이는 것 같은 공산주의로써의 완성은 마르크스 시대에 다 이루어 진 것 같은데 ( 제대로 이해한 것이 맞다면…….)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모순을 비판하기 위해 유물론을 대두시켰는데, 그의 중심적인 유물론적 인간은 창조적 활동, 즉 노동을 통한 자기실현을 실천하는 인간이었는데, 이것을 노동하는 인간, 즉 homo labor 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러한 사상은 사유제산제와 노동착취로 인한 인간소외와 불행을 발생시키는 자본주의를 비판해서 생긴 것이어서 물질적 생산이 사회발전의 원동력. 사회의 하부구조가 상부구조를 결정한다는 주장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이 사상 자체도 폭력 혁명을 통해 사회주의 사회를 실현했을 뿐만 아니라, 물질적 생산이 사회발전의 원동력이며, 공산사회 실현을 위해 인간의 도구화 물질화 했다는 점에서는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 수정 자본주의가 탄생하지 않았는가?

간단간단하게 요약한다고 했는데도, 철학의 역사는 철학 이전의 단계→자연철학→데모크리토스→아테네 철학과 소크라테스→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헬레니즘→기독교와 그리스 문명의 두 문화권→중세문화→르네상스와 인문주의→바로크→16/17세기 사상가→계몽주의→칸트→낭만주의→헤겔→키에르케고르→맑스→다윈→프로이드→20세기 이후 사상 및 문화현상으로 진행되는 엄청난 길이를 자랑한다. 이런 철학을 무작정 배워서 외우려고 했으면, 안 그래도 안 좋은 나의 머리가 얼마나 고생했을까? 하지만 이 책의 저자인 요슈타인 가아더 아저씨 덕분에 철학이라는 평소에는 접해보지도 못했던 문제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되어 정말 기쁘다. 이 책을 읽는 한참동안 고민했던, 소피와 크녹스 선생님의 진실에 대한 이야기는 나의 머리를 엄청나게 혹사시켰지만, 그만큼 작가의 뛰어난 상상력과 철학사 전반에 대한 통찰과 이해력이 어우러져, 전개를 쉽게 해 주었던 것 같다.

나는 누구인가? 또 그런 나는 과연 어디에서 온 것인가? 내가 있는 세상은 어떻게 해서 나타난 것인가? 실제 일어난 사건의 배후에는 어떤 의도나 의미가 숨어있는가? 죽음 뒤에 또 다른 삶이 있는가? 대체 이런 질문들에 대한 해답을 어떻게 찾아야 할까?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될 것인가 ---(본문 중에서)---

<소피의 세계>를 읽으며 생각했다. 우리는 참으로 바쁘게 세상을 살아가는 것 같다. 더욱이 요즈음 하루하루가 다르게 과학문명이 발달하고 있는 시대에서는 그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질문에 대한 대답을 우리는 생각하지 않고,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그것은 참 모순 아닌가?

이 <소피의 세계> 라는 소설은 노르웨이의 한 철학교사인 요슈타인 가아더가 이 책은 쉽게 접근하기 힘들었던 철학의 세계로 거부감 없이 다가갈 수 있는도록 여러 가지 트릭들이 많다. 이 책은 철학의 가장 기본적인 문제였던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서 왔는가?’ 에서부터 고대신화 시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 인간들의 사고의 확장의 끝은 도대체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설명을 소피라는 작은 소녀와 알베르토 크녹스라는 철학 선생님, 그리고 힐데라는 등장인물들의 엮이고 엮이는 관계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원래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나라서, 철학의 사상과 역사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리고 소피에게 철학의 지식만을 바라지 않고 인내와 정신적 노동을 필요로 하는 사색을 하도록 함으로써 나 역시 지식의 아름다움과 사고의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을 읽고 나서 느끼게 되는 스스로의 정신적 성장은 이 책을 읽는 기쁨을 되돌아보게 한다.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고 싶다면,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되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나는 누구인가?

나에게 이 책의 근본적인 질문이 무엇인가에 대해 묻는다면, 나는 ‘나는 누구인가?’를 선택하겠다. 내 또래라면 당연히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여러 철학자들의 사상들이 소피에게 제시되었던 질문을 통해 그에 대한 해답의 고민과 본질에 대한 호기심은 나의 몫으로 함께 돌아왔고, 어릴 적에는 누구나가 다 궁금해 하던 근본적인 질문들…….
이세상의 존재라든지 나의 본질 등에 대해 당연하게 생각하는 나의 사고에 대해 스스로 반성을 하게 되었다. 특히 나와 또래인 소피 아문젠은 비록 소설속의 인물이라고는 하지만, 나와 사고의 폭이 너무나도 틀려,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소피와 함께 마술사의 모자 속에 있는 토끼의 한 가락 털을 잡고 높이 올라가려고 애쓰면서, 나도 어디에서 시작하고, 어떻게 가야할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아직 사고의 폭이 좁고, 미약해서 역사속의 많은 철학자들처럼 많은 사색과 본질에 대한 질문과 고민들을 생각해 볼만한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설계해야 야할지,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지적 호기심과 본질에 대한 탐구자세를 과학자로써의 나의 삶에 끊임없이 망각하지 않고 적용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