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의세계 소피의세계

책 속의 세계(소피의 세계, 요슈타인 가아더)
영화??메트릭스??에서 해커인 네오에게 찾아온 사람들은 묻는다. 진실을 보고싶으냐고. 그러나 이 책에서는 네오가 본 진실 -기계들로 하여금 매트릭스 안에서 양육되는 인간들- 마저도 허구일지도 모른다는 관점을 가지게 한다. 그만큼 환상적인 결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이 책이다.
소피는 신비한 느낌을 주는 초록색 눈을 가진 소녀이다. 여느 소녀처럼 자신의 외모에 다소 불만을 가지고 있고 자신에 대해서 의문을 품는다. 그런데 어느날부턴가 이상한 편지들이 오기 시작한다. 하나는 「힐데에게...」 로 시작하는 이상한 내용의 필명의 편지였고 다른 하나는 알베르토 크녹스라는 사람이 소피에게 철학을 가르치기 위해 보낸 편지다. 알베르토 크녹스의 철학수업은 계속되고 소피는 계속해서 힐데와 관련된 편지를 받는다 그런데 편지를 받을 때마다 이상한 현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한번…(생략)

책을 한 꺼내, 이렇게 물어 보아야 할 것이다. 그 책엔 크기와 수량에 관한 추상적 사유가 있는가? 아니다. 사실과 존재에 관한, 경험에 입각한 사고과정이 책 속에 들어 있는가? 그것도 아니다. 자, 그렇다면 그 책을 불 속에 던져 버려라! 그 책엔 현혹과 속임수 외에 다른 것은 없으니까.?? 흄은 제일 먼저 인간이 한편으로는 ??인상??을, 또 다른 한편으로는??관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 그는 인상이란 외부 현실에 대한 직접적인 감각이고, 그러한 인상에 대한 기억이 바로 관념이라고 했다. 예를 들자면 당신이 뜨거운 난롯불에 화상을 입으면 하나의 직접적인 인상을 받게 된다. 그런데 당신이 화상을 입었다는 사실을 당신은 훗날에 기억 할 수 있다. 이것을 흄은 관념이라고 불렀다. 인상과 관념의 차이는 인상이 그 인상에 대한 나중의 기억보다 더 강하고 생생하다는 데 있다. 흄은 계속해서 인상과 관념 둘 다 단순한 것일 수도 있고 복합적인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리고 현실 속에서는 그에 대응하는 복합적 사물이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어떤 사물을 합성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이를 통해 자연에는 존재하지 않는 거짓된 사물의 관념이 생겨난다. 우리는 이미 천사에 대해 말했다. 또 다른 예는 페가수스, 즉 날개 달린 말이다. 이 모든 경우에 우리의 의식은 관념을 제 마음대로 조립해 낸 것이다. 의식은 하나의 인상으로부터 날개를 가져오고, 다른 인상에서 말을 가져온다. 모든 구성요소는 이미 감각된 것이며, 그런 까닭에 참된 인상으로서 의식의 무대 위에 올려져 있다. 의식 자신은 근본적으로 아무것도 발명하지 않는다. 의식은 다만 가위와 풀을 들고 위에서 말한 방식으로 거짓된 관념들을 구성해낼 뿐이다. 그래서 훔은 개별 관념을 하나하나 조사하려고 했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 관념 속에서 서로 결합되어 있지 않은지 밝혀 내기 위해서 말이다. 그는 ??이 관념은 어떤 인상에서 유래하는가???하고 질문했다. 여기서 특히 중요한 것은 어떠한 단순 관념에서 하나의 개념이 합성되는지 밝히는 것이었다. 이렇게 하여 흄은 인간의 관념을 분석하는 비판적인 방법을 수립했는데, 그는 이 방법을 통해 생각과 관념을 정리하고자 했다. 그리고 인간이 꿈을 꿀 때, 우리의 환상들을 이루는 모든 재료들이 한 번쯤은 단순한 인상으로 우리의식 속에 비집고 들어왔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한 번도 황금을 본 적이 없는 사람이 황금으로 덮인 길을 전혀 상상할 수 없듯이. 또한 흄은 신에 대해서도 명확한 답을 알고 있었다. 우리가 신을 무한한 지성을 가진 지혜롭고 선한 존재로 생각한다고 하자. 그러면 우리는 무한한 지혜와 무한한 지성과 무한한 선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복합적인 관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한 번도 지성이나 현명함이나 선을 체험해 보지 않았다면 절대로 신에 대한 그런 개념을 떠올릴 수 없다. 또 우리가 신을 강하고 의로운 아버지라고 인식한다면 ??강한????의로운??그리고??아버지??라는 낱낱의 관념이 이미 우리 의식 속에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흄의 생각에 따라 많은 종교 비평가가 다음과 같은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곧 신의 개념은 우리가 어린 아이 때 아버지를 어떻게 체험했는가 하는 문제와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아버지에 대한 관념에서 천국의 아버지, 곧 신에 대한 관념이 생겨난다는 말이다. 이렇게 조건없이 선입견에서 벗어나려고 했던 흄의 생각. 특히 그중 우리가 상상하는 것은 대부분 우리가 본 것에 근거를 두고 있다는 것을 읽고는 상당히 나는 놀랐다. 여태까지 내가 상상하던 것들이 내가 알고 있던것인가라는 의문은 나에게 상당히 생소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내가 상상했던 것은 대부분 내가 알고있던 것을 결합한 것이었다. 그만큼 나의 생각의 변화도 가져왔다. 허구적인 개념이 얼마나 무지한 것인가를 알게 되고 나 자신이 알고있는 것에 대한 자만도 다소 수그러드렀다. 그만큼 흄의 생각이 획기적이었다는 것일까?
크녹스 선생은 이상하게도 수업이 끝날 때, 소피를 힐데라고 여러 번 부른다. 이를 궁금하게 여긴 소피는 크녹스 선생에게 물어보자 그는 힐데의 아버지가 간섭해온 것이라는 아리송한 말을 하고 그들이 그에 대항해 싸워야 한다고 말한다. 소피는 힐데의 아버지와 자신에게 레바논의 UN군 소인이 찍힌 편지를 보내오는 사람이 동일인물이며 그들에게 마치 신적인 위치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힐데의 아버지는 동화책 속에 등장하는 것들 - 빨간고깔, 마르틴, 난쟁이 등 -을 소피와 크녹스 선생의 수업에 등장시키기 시작한다. 소피는 이러한 힐데의 아버지에게 반감을 가지고 크녹스 선생과 같이 그를 배척하고자 한다. 이때부터 책에서는 힐데에 대한 이야기가 병렬로 진행된다. 이때 놀라운 사실이 밝혀진다. 소피와 알베르토 크녹스는 책 속의 인물이었던 것이다. 힐데의 아버지인 ??알베르트 크낙??이 UN에 종군하면서 힐데에게 생일선물로 줄 책을 썼는데 이 책 안의 인물인 것이다. 나도 그때야 비로소 힐데의 아버지가 소피들에게 미칠 수 있었던 지대한 영항력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힐데는 이상하게도 아버지의 이러한 선물을 받고도 좋아하지 않는다. 힐데는 소피가 당황해하고 크녹스 선생이 이에 벗어나기 위해서 몸부림치는 것을 보고 그들에 대한 연민을 느끼는 것이다 그들을 휘두르려는 아버지에 대한 화와 함께. 여기서 나는 이 책의 구조에서 보이는 흠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에 어떤 아이가 자신의 아버지가 쓴 책을 보고 거기 등장인물이 아버지의 각본대로 움직이게 되는 것을 동정할 것인가? 그것도 그런 일을 저지른 아버지에게 화가 날 만큼. 이야기의 끝부분에 가서는 다소 조잡하긴 하지만 획기적인 내용이 나온다. 힐데는 자신의 친구들을 이용해 자신의 아버지가 귀국하는 날 아버지가 소피들에게 사용했던 방법으로 누군가에게 의해 조종당하는 기분을 느끼도록 함으로써 화를 푼다. 그리고 소피는 크녹스 선생님을 비롯한 친구들과 친구들의 부모를 초청하여 가든 파티를 연다. 가든 파티가 끝나갈 무렵 크녹스는 소피에게 이게 하나의 책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소피를 이끌고 알베르트 크낙의 눈에 띄지 않게 빠르게 도망친다. 이는 효과가 있어 책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을 볼 수는 있지만 보여지지는 않는 존재, 즉 정령이 된다. 책 밖으로 빠져나온 소피는 크녹스 선생님으로부터 하나의 이론을 듣는다. 정령은 안개같이 밀도가 낮은 존재가 아니라 얼음보다 더 단단한 것이라고. 그에 대한 예는 이렇다.
옛날에 어떤 사람이 천사가 없다고 믿고 있었는데 어느 날 숲에 나가 일하고 있을 때 천사가 그에게 왔다. 그 사람은 천사와 함께 조금 걸어갔다. 결국 그 사람이 천사에게 말했다. ??그래요, 지금 나는 천사가 존재한다고 인정해야 해요. 그렇지만 당신은 나처럼 진정한 존재는 아니야.?? 그러자 천사가??그게 무슨 말인가요??? 하고 물었다. 그 남자가 ??우리가 바위 덩어리를 지날 때, 나는 그걸 돌아서 갔지만 당신은 그 속을 통과해서 빠져나갔지요. 그리고 길을 가로질러 넘어진 나무가 있을 때, 나는 그 위로 기어올라 갔지만 당신은 그냥 통과했지.??하고 대답하자, 천사는 깜짝 놀라 ??우리가 늪지대를 가로질러 왔던 것이 생각나지 않으세요? 그 때 우린 둘 다 안개 속을 통과할 수 있었어요. 우린 안개보다 훨씬 더 조밀하게 응집되어 있기 때문이죠.??하고 말했다.
나는 이 말에 동조할 수 없다. 정령이란 것이 만일 있다고 하더라도 안개와 바윗덩어리는 분명히 다르다. 그게 아무리 밀하건 말건 고체를 통과하긴 상당히 힘들 것이다. 또한 백발 양보해서 바윗덩어리도 정령에게는 마치 안개와 같은 존재라 치자. 그렇다 쳐도 정령이 바윗덩어리를 통과한다면 우리에게 부딪힌 안개가 움직이듯이 바윗덩어리도 뭔가 움직임이 있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바윗덩어리는 가만히 있으면서 스윽 통과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 그걸 의식해서인지 작가는 소피가 배의 밧줄을 푸는 내용을 넣었을지 모르지만 - 이제 소피에게 크녹스는 말한다. 우주의 광활함과 우리의 왜소함을.그러면서 작품은 끝이난다.
이 책을 읽고 나는 상당히 내 생각의 변화를 느꼈다. 각종 철학자들의 이야기 (특히 훔) 들에 대해서 도 많은 것을 느꼈지만. 정작 커다란 충격을 준 것은 책의 획기적인 구성이다. 일단 주인공들이 책 속의 책의 인물인데다 또 그 책의 밖으로 끄집어 내고 그리고 그것들이 하나의 책 안에 들어있다고 생각하니 나조차 누군가가 쓰는 책의 등장인물이 아닐까 상상해보게 된다. 하나의 재미있는 추리소설을 보며 철학공부까지 할 수 있는 좋은 책이라 하겠다. 하지만 한번 읽고나면 다시 보게 될지 의문이다. 또한 이 책이 우리 사회에 끼칠 수 있는 영향은 한번이라도 더 뒤집어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사실을 깨우쳐 주고, 각종 철학자에 대한 교양을 쌓음으로써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