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에 잘못 떨어진 먹물 한 방울을 읽고 중등독후감 손가락에 잘못 떨어진 먹물 한 방울

<손가락에 잘못 떨어진 먹물 한 방울>을 읽고
생소한 한자어가 남발하는 ‘고전’을 떠올렸을 때 딱딱하고 어려운 이미지가 떠오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한 이유 때문에 나는 지금까지 단 한편의 고전도 읽어 본 적이 없었다. 이 책이 나의 첫 고전이라는 뜻이다. 이 책을 처음 받고서, ‘아무리 풀어서 쉽게 썼다고는 하지만 본래의 그 따분한 내용은 어쩌겠어.’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당연했다. 그러한 생각을 가지고 차근차근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역시나 앞부분은 지루하고 이해가 잘 되지도 않았다. 하지만 한 번 읽기 시작한 책을 중간에 그만 둘 수는 없으므로 참고 계속 읽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더 이상 지루하고 졸린 것을 참으며 읽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오히려 다음 내용을 궁금해 하며 재촉하는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고전이라 해서 뻔하고 흔한 내용일 것이라 생각했던 나의 선입견이 바르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생략)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삽화이다. 부드럽고 희미하며 아련한 듯한 동양화풍 그림이 글과 어우러져 머릿속 상상을 도와주었다. 한 편의 만화를 보는 것처럼 풍경이 그려졌다. 나의 취향에 아주 잘 맞는 그림들이 자주 삽입되어 있어 눈이 즐거웠다. 또한 자주 인용되는 한시가 휴식을 가지게 해주었다. 운영과 진사의 애절함이 담긴 시가 나올 때면 잠시 멈추고 뜻을 생각해보았다. 흥미로운 이야기와 함께 시를 읽으니 따로 읽을 때 보다 훨씬 이해가 잘 되는 듯 했다. 무엇보다 지루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읽은 고전을 참 좋은 작품으로 읽었다는 생각이 든다. 중간 중간 그 시대의 문화에 대하여 짤막하게 소개, 설명되어있는 것도 좋았다. 고전을 이해하기 힘든 이유 중 하나인 문화차이를 극복할 수 있었다. 그 몇 개의 설명 중 궁녀에 대한 소개가 제일 기억 속에 남는다. 신랑 없는 결혼식에서부터 자유를 박탈당한 안쓰러운 삶까지 모두가 너무 슬펐다. 이 때문에 운영이 더욱 불쌍하게 느껴졌었던 것 같다.
하지만 결국 이 비극적 이야기는 행복한 결말로 끝난다. 하늘에서 함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지상에서 그렇게 큰 고생을 했던 것이 아닐까. 결국 살아있는 동안에는 사랑을 이루지 못했으니 비극적이고, 또 하늘에서 사랑을 이루었으니 해피엔딩이기도 하다. 모순이지만 비극적 해피엔딩이라고 하면 옳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