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난이대와 메밀꽃 필무렵을 읽고나서 수난이대

<독후감>
<수난이대와 메밀꽃 필 무렵>를 읽고
부정(父情)을 소재로 하는 소설이나 영화는 우리나라가 아닌 외국에도 참 많이 있다. 우리 나라 소설 중 부정(父情)을 소재로 하는 작품을 꼽는다면, 대표적인 작품으로 [가시고기]와 [수난이대]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부정을 그린 작품이 비교적 많은 까닭은, 무심(無心)한 듯 보이면서도 깊고 헌신적인 사랑이 바로 아버지의 사랑이기 때문일 것이다.
수난이대는 두 부자(父子)가 전쟁에 의해 수난을 겪는 내용이다. 하지만 그저 전쟁을 비판하며 두 부자의 불행한 면만을 그려놓았더라면 우리는 결코 감동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처음 만도가 진수를 보았을 때 만도는 모든 게 진수의 잘못인 것처럼 무뚝뚝하게 진수를 대했다. 아마도 아들이 자신과 같은 장애우가 된 것에 너무나 당황했고 머리를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또한 믿을 수 없는 현실을 자꾸 되뇌이고 …(생략)

거기다가 복선인 왼손잡이, 동이의 어머니 이야기가 대두되며 소설은 끝난다. 그런데 [메밀꽃 필 무렵]에 나타나 있는 부자의 이야기에서도 부자(父子)의 미묘한 끌림 같은 것을 볼 수 있다. 아버지 뻘 되는 허 생원에게 한 대를 맞고도 허 생원에게 당나귀의 상태를 알려주는 동이와 술을 마시면서도 동이에게 호통친 것을 못내 마음에 걸려하는 허 생원의 모습에서 무언가 아버지와 아들의 피로 이어진 닮은 모습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길을 걸으며 서로에게 사과하는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이렇게 두 작품을 비교하고 대조하면서 읽어보니, 닮은 점이 몇 가지 있었다. 먼저 두 부자의 만남의 장소는 두 소설 모두 객줏집(주막)이라는 것이다. 수난이대에서는 술 방에 들어서서 만도의 마음이 비로소 풀어진다. 객줏집이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곳이라면 수난이대에서는 마음과 마음의 만남이 시작되는 곳이다. 메밀꽃 필 무렵도 마찬가지이다. 허 생원은 주막인 충줏집에서 술을 마시는 동이를 괜시리 내몰고 후회한다. 하지만 동이는 다시 와서 허 생원을 찾게 되고 두 사람은 술집을 나와 동행하면서 가까워진다. 두 소설의 배경이 되는 장소 중 하나로 주막이 거론되는 것은 당시의 시대적 배경과 계층 상황을 조금이나마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부자간의 업고 업히는 장면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두 부자의 따뜻한 마음은 업고 업히며 절정에 이른다. 수난이대에서는 동행 길에 외나무다리를 만나게 된다. 만도는 선뜻 진수를 업고 진수는 황송해 하며 아버지 만도의 등에 업힌다. 서로의 팔과 다리가 되어주는 모습은 이 소설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으로 꼽힌다. 또한 메밀꽃 필 무렵에서는 동이가 발을 헛디뎌 잘 못 걷는 허 생원을 업는다. 허 생원은 물에 젖으면서도 마음이 둥실거리는 것을 느끼며 동이에 대해 알아간다. 비록 나귀 핑계를 대지만 아들에게 조금 더 기대고 싶어하는 모습에서 부성애가 느껴진다.
그 외에도 공통점이나 차이점을 찾으라면 더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아버지의 사랑이야말로 다이아몬드보다 오래 간다는 것이다. 비록 아들이 다리가 없거나 그 이전에는 모르는 사이였을지라도 말이다. 바다보다 깊은 어머니의 사랑이라고들 하지만, 속은 볼 수 없고 자기의 모습만이 비쳐 보이는 거울처럼, 아버지의 사랑 또한 언제나 나를 감싸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