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을 찾아서 시인을 찾아서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
“시는 눈에 보이는 것만을 쓰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쓰는 것이기 때문이다.” -본문 중에서-
오랜만에 나의 의지에 의해 시집을 읽게 되었다. 아니, 어쩌면 이번이 처음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시적 감각이라곤 소장에 있는 융털의 주름만큼도 가지고 있지 않은 놈이다. 내가 왜 이렇게 언어적 사고가 안 되는지 모르겠다. 여하튼 이번 학기 국어 성적을 통해 내가 ‘언어’하고는 전혀 친하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어 무척 뿌듯하다.
나는 창의력도 없고, 내 자신의 의견을 품위 있게 드러내지도 못하는 바보다. 나는 책도 많이 읽지 않았고 ‘글짓기’다 뭐다 해서 국어를 특별히 배운 적도 없다. 사실 국어를 싫어하거나 기피하지는 않는다. 다만, 성적이 잘 안 나와서 힘들 때가 많았을 뿐이다. 중학생 시절에는 공부해도 성적이 안나오는 국어 성적을 올리기 위해…(생략)

이가 어떻게 사용하였는지 정확히 파악만 하면 그가 우리에게 말하려는 의도를 알 수 있는 시는 다른 논설문이나 설명문과는 또 다른 맛이 있다.

사람들은 글을 왜 쓰는 것일까? 글을 쓰는 목적은 글을 쓰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여 사회를 개혁시키기 위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보들이 생활하는데 유용하기 때문에 그것을 남에게 알리기 위해서, 남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서, 돈을 벌기 위해서 등 글을 쓰는 목적은 수도 없이 다양할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글쓰기의 공통점을 하나 찾을 수 있다. 글을 쓰면 자신이 이름이든 생각이든 정보든 간에 자신의 그 어떤 무엇이 꼭 드러나게 된다는 것이다. 그 글의 사회적 공개 유무를 떠나 글을 쓰면 자신의 무엇은 세상 밖으로 표출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굳이 ‘시’라는 글쓰기 방법을 자신을 표출하는데 사용할까? 이 질문에도 많은 답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내 생각은 이러하다. 시는 매우 압축된 언어를 사용한다. 시인과 비슷한 처지에 있거나 그것을 경험해본 사람만이 그 압축을 풀 수 있다. 그런 것 없이 언어학적으로 시를 해석하고 시인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일정한 한계가 존재할 것이다. 이러한 해석과 이해는 깊이가 없다. 사랑을 한번도 해보지 않고 사랑시를 이해하려 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가 있을 것 아닌가. 독립 운동하다가 일본놈들에게 붙잡혀 고된 고문과 발길질 한번 당해 보지도 않고 어찌 그 독립투사의 열정과 독립에 대한 불굴의 의지를 단 한번 시를 읽고 이해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시는 일종의 ‘암호’이다. 그것을 아는 사람들 사이의 암호. 그 ‘암호’를 ‘해독’하였을 때 밀려오는 감동이란 정말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이 책의 저자 신경림도 이러한 감동을 느끼기 위해 먼 여행을 떠난 것이 아닐까? 저자들의 생가를 찾아가고 그들의 학교를 찾아가고 그들이 살아 숨쉬던 곳을 찾아가고……. 이미 세상을 떠난 지 오래인 그들이지만 그렇게 하므로 좀더 그들에게 나아가 속삭일 수 있다고 작가는 생각했을 것이다. 그의 이런 모습을 보며 시 ‘해독’을 향한 그의 정열을 보았다.

시는 그것을 읽는 사람들마다 다르게 해석되게 마련이다. 사람마다 겪어온 삶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아무리 작가와 동일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에 대한 생각이 작가와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사람의 의견은 시를 해석하는데 반영된다. 따라서 나는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시 해석들을 되도록이면 읽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해석들은 그들의 의견이지 시인의 의견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시어의 뜻을 제한하고 나의 창의성과 상상력조차 무기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시는 바다에 떠있는 돛단배에 불어오는 순풍과 같다. 우리를 상상의 바다에서 마음껏 항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