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로운 개미의 세계 신비로운 개미의 세계

-신비로운 개미의 세계-
베르나르 베르베르 [개미]
당신이 개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개미의 집을 부수지 않게 된 것은 언제인가?
재미있는 질문이다. 어릴 때 한 번쯤 개미집의 입구에 긴 막대를 넣어 개미집을 부수던 기억은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 개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개미집을 부수지 않게 되었을까. 소설 [개미]의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고백하길, 자신은 12살 무렵이었다고 한다. 나도 개미집을 부수지 않은지는 꽤 되었지만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는 개미를 이해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작가의 개미에 대한 해박한 지식에 대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마치 내가 개미 굴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자세한 묘사와, 생생한 개미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 추리소설형식으로 짜여있어 한 장 한 장 넘길 때 마다 얼른 뒷장을 보고 싶은…(생략)

고, 또 그 집이 자신은 잘 알지도 모르는 삼촌이 남긴 것이라고 하니 조나탕은 에드몽 웰즈란 인물에 대해 조사를 하기 시작한다. 결국 알아낸 것이라곤 삼촌이 ‘개미 박사’라는 것이었다. 또, 그 와중에 삼촌이 살아 생전 주변 사람에게 자주 묻곤 하던 질문을 듣게 된다. ‘성냥개비 6개로 삼각형 정삼각형 4개를 만들어 보아라. 단,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야 한다.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생각해서는 도저히 답을 찾아낼 수 없다.’ 그는 이 질문을 머리에 새겨둔다. 그런데, 그 집에 이사를 하고 얼마 되지 않아 집에서 키우고 있는 개가 없어진다. 아들 말로는 지하실에서 개가 짓는 소리가 얼마간 들리더니 이제는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지하실에 내려가면 안 된다는 생각에 조나탕은 난감해하지만 어쩔 수 없이 지하실에 들어가게 된다. 이것이 사건의 발단이다. 조나탕은 정신이 나간 것처럼 몇 번 지하실을 들락날락하더니 아예 지하실로 실종되어 버렸다. 조나탕을 찾아 나선 아내, 아들, 할머니, 경찰, 삼촌의 친구들이 모두 차례차례 지하실 아래로 내려가서 실종되고 만다.
한 편, 지하세계에서는 개미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데, 혹시 이 사실을 아는가? 개미들은 너무나 인간과 유사한 방법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개미들은 다른 종류의 개미들과 전쟁을 일으키기도 하고 각 집단마다 왕국을 건설하고 살아간다. (가령 수개미 327호와 암 캐미 36호, 병정개미 103683호가 살고있는 벨로캉처럼..) 또, 개미들은 진딧물을 사육해서 분비물을 얻고, 버섯을 재배하며, 분비 꿀 저장고를 만들며, 곡식을 발효시켜 술을 만들 줄도 알고, 전쟁 때 사용할 무기를 개발하기도 한다. 배설물을 담는 웅덩이는 따로 마련한다.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수개미 327호는 벨로캉 안에 멤 도는 불길한 기운을 느낀다. 그리고 바위 냄새를 풍기는 통행허가 냄새가 나지 않는 개미들이 벨로캉을 돌아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하지만 아무도 그 사실을 믿어주지 않고, 다만, 암 캐미 36호와 병정개미 103683호만이 동료가 되어준다. 이 개미 셋은 바위 냄새를 풍기는 이상한 개미들을 추적하다, 결국 36호는 머리가 잘려나간 채 발견되고, 암 캐미 36호는 어쩔 수 없이 교미를 하러 바깥세상으로 나간다. 나중에 36호는 자신을 클리푸니라 이름짓고 거대 도시 클리푸캉을 건설한다. 병정개미 103683호도 나중에 클리푸캉에 가게 되는데, 거기서 손가락을 전멸시키라는 임무를 맡게된다. 개미들은 손가락이 많아봐야 25마리 정도 되며, 그들은 5마리씩 무리를 지어다닌다고 생각한다. 그건 인간의 조그마한 일부라는 생각은 하지 못한 채 103683호는 모험을 떠난다.
얼마 후에 밝혀지는 사실이지만 조나탕을 비롯한 실종된 사람들은 개미와 공존하고 있었다. 지하로 한참을 내려간 끝에 거대한 사원을 하나 발견하고, 그 곳이 개미 박사 에드몽 웰즈 삼촌의 연구실이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그리고 그 곳에는 개미의 페로몬을 연구해서 만든 개미와 대화 할 수 있는 기게가 있다. 그것으로 조나탕은 개미와 얼마간 대화를 하지만 곧 대화가 끊긴다. 그리고 앞에서 말한 바위냄새를 풍기는 개미들도 사실은 리빙스턴 박사라고 불리는 에드몽 웰즈의 발명품이었다. 소설이 막바지로 치닫으면서 사건의 윤곽이 드러난다. 아, 그리고 위에서 말한 수수께끼는 지하실의 사원으로 통하는 입구를 지나기 위해서 문을 여는데 필요한 수수께끼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우리 인간들도 개미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알고있는 세계를 벗어나면 개미의 입장에서 인간 같은 어떤 존재가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런 관계가 계속 반복되고 있다고 생각하니 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개미라는 소설은 내게 재미와, 지식과, 또 생각할 기회를 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