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를 읽고 신의아이들

제목이 정말 특이한 책이였기 때문에 나의 관심을 받았던 이 책은 정말로 가슴속에 깊이 새겨져서 크나큰 여운을 남겨 주었다. 모두 6편의 단편 소설들의 모음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한 편, 한 편이 고요한 수면에 파문을 일으키듯이 나의 잔잔한 마음을 한참동안 흔들어 놓았다.
사실 이 책은 그다지 특별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가벼운 일상생활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으면서도 왠지 읽어 나가는 나의 마음을 진지하게 해 주었다. 책 속의 6편의 단편 소설은 서로 별개의 이야기이고 주인공도 서로 다르지만 이 모든 이야기에는 빠지지 않고 `고베 지진`이 등장한다. 그럼으로 인해서 이 모든 이야기들이 하나로 연결될 수 있게 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있는 것 같다.
각 단편들의 제목도 상당히 독특하다. `쿠시로에 내린 UFO`, `다리미가 있는 풍경`,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 등 제목은 소설의 내용과 크게 관련이 없다. 오…(생략)

벽으로 나를 가로막고 위선에 가득 찬 채로 타인에게 대하지는 않았는가? 반성하면서 책을 계속 읽어나갔다. 마지막에 여자가 한 대사 "하지만 이제 시작인걸요."가 묘한 여운을 남기며 짤막한 이야기를 끝마쳤다.
`개구리 군 도쿄를 구하다`는 내가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단편이다. 비현실적인 요소가 있기는 하지만 개구리 군의 말들은 내 마음 속에 깊이 와 닿았다.
"진정한 공포는 인간의 상상력 속에서 나옵니다." 개구리 군이 한 이 말은 현대 발달한 문명인들을 비판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눈 앞의 작은 이익을 위해 자연을 파괴해 가는 인간들의 행위가 진정한 공포가 아니겠는가?
개구리 군이 평범한 셀러리맨에 불과한 가타키리를 자신의 파트너로 삼은 것은, 평범한 우리 하나하나가 모두 세상을 바꿔 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려는 작가의 의도가 아니었을까? 비록 마지막에 개구리 군이 죽는 장면에서는 슬프기도 하였지만 재미있게 읽었고 교훈도 많이 얻었다.
`벌꿀 파이` 는 한 남녀의 사랑을 그리고 있는 단편이다. 주인공 쥰페이는 작가로써, 하루키 자신의 나아갈 방향을 소설속의 캐릭터로 묘사한 것 같다.
`이제까지와는 다른 소설을 쓰자고 쥰페이는 생각한다. 날이 새어 주위가 밝아지고, 그 빛 가운데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꼬옥 껴안고, 누군가가 꿈꾸며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 그런 소설을. 하지만 지금은 우선 여기에 머물러 있으면서 두 여자를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 상대가 누구든. 정체 모를 상자 속에 쳐 넣어지게 해선 안 된다. 설사 하늘이 무너져 내린다고 해도. 대지가 소리를 내며 갈라진다고 해도.`
위의 마지막 구절에서 쥰페이는 지금까지와 다른 소설을 쓰겠다는 결심을 했다. 이것은 앞으로 작가 하루키의 나아갈 방향을 대변해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단편 속에도 내 마음속에 깊이 들어오는 구절들이 몇 개 있는데 적어보기로 하겠다.
`뭔가를 알고 있다는 것과 그걸 눈에 보이는 형태로 바꿔 나가는 건 별개의 얘기 같아`
우리가 뭔가를 알고 있다는 것은 그 뭔가가 우리 마음 속에 존재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그걸 눈에 보이는 형태로 바꾸려고 하는 것은 마음 속에 존재하는 것을 억지로 밖으로 끌어 내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어려워서 잘 모르겠지만 왠지 그런 느낌이 든다.
작가는 작가 후기에 이런 말을 남겼다.
`자신을 상처 내고, 타인을 상처 내면서 우리들은 조금씩 배워 나가는 것이다. 오직 한 가지 내가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는 것은, <타인을 상처내기 보다는 자신을 상처 내는 쪽이 훨씬 낫다>라는 것이다.`
마지막까지 나를 감동시킨 구절이었다. 우리들은 작가의 말처럼 항상 누군가를 상처 내면서 배워간다. 친구들에게 상처를 주면서 우정이라는 것을 배우고, 이성간에 서로 상처를 주면서 사랑이라는 것을 배우고, 사회에 나가서도 서로 상처를 주고 받으며 사회 생활에 젖어간다. 하지만 될 수 있는 한 자신이 상처를 받으려는 태도로 살아간다면 이 사회가 아주 조금은 밝아지지 않을까? 자신의 상처는 자신의 노력으로 치유할 수 있지만 타인의 상처는 그렇지 않다. 자기 희생이라는 거창한 주제 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될 수 있으면 자신이 상처를 받을 수 있는 그런 넓은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한다면 세상을 보다 더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