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Q정전을 읽고나서 아Q정전

‘아Q정전’을 읽고
-중국인들의 삶을 보다-
평소 독서량이 부족한 나에게 겨울방학은 좋은 기회였다. 좋은 책을 읽어야 되겠다는 마음으로 선택한 책이 아Q정전이었다. 이 책은 펄벅의 대지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아Q정전... 제목부터가 생소하다. 대체 이 제목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책을 읽어보니 아Q는 주인공의 이름이고, 정전은 전기라는 뜻이었다.
아Q정전은 중국 근대 소설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루쉰이 쓴 소설이다. 신해혁명 이후를 배경으로 중국 사회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었다. 내가 가보지 못한 과거의 모습을 책을 통해 본다는 것이 책읽기의 기쁨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다.
이름도 출신지도 모르는 떠돌이 아Q, 마을에서 서른이 넘은 나이에 가정을 갖지 못하고 날품팔이로 살아간다. 사리 판단이 모자라고 얻어맞기 일쑤인 인물, 그는 미장 마을 동구 밖 사당에 사는데, 마을 사람들은 아무도 그를 거들떠…(생략)

그려냈다.
아Q는 혁명이 어떤 것인지, 결과가 어떤지... 자신이 어떤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 이것이 바로 그 시대 중국인들의 모습일 것이다. 당시 민중이 도외시된 혁명으로는 민중의 각성이 이루어질 수 없고, 정치 부조리, 부패 역시 극복될 수 없다는 루쉰의 생각이 드러난다. 매를 맞고도 자기 식대로 생각해서 유쾌하게 만든다는 것이 나로서는 납득이 잘 가지 않았다. 아Q의 정신 승리법... 정신적인, 허구적인 승리로써 현실 세계의 패배를 무마시키려는 것이었다. 중국인의 자기기만과 자기합리화를 보여주기 위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작가 자신은 중국인이면서 중국의 더럽고 추악한 모습을 어떻게 그렇게 적나라하게 드러냈을까? 자신의 조국이면 미화시키고 아름답게 나타내려고 할텐데 말이다. 아Q가 왕털보와 이잡기 경쟁을 하는 부분은 코미디를 보는 것 같았다. 두들겨 맞으면서 “군자는 말로 하지 손을 쓰지 않는 법이다”라고 말하는 것을 보니, 봉건제의 희생자이면서도 봉건제의 윤리와 행동규범을 따르는 모순된 인물인 것 같았다. 처형을 당하러 가면서도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살다보면 처형을 당할 수도 있지’ 라는 생각을 한다. 중국 인민들의 패배주의가 적절하게 드러나는 부분이다.
자기 주체의식 없이 자기보다 힘센, 잘못된 세력에 대해서는 저항하지 않고 자기보다 약한 사람에게는 깔보는 이것은 그 당시 중국의 그릇된 민족성을 풍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것은 다른 여러 나라 사람들에게서도 존재한다. 이것이 바로 아Q정전의 보편성이다.
아Q는 자기가 기대고자 했던 혁명정부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어이없는 죽음, 어이없는 결과... 결말이 약간 맥이 빠지는 느낌이었다. 난 아Q의 모습을 무조건 비판할 수는 없었다. 아Q의 모습에서 나의 내면 세계의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나도 아Q처럼 자기 자신을 합리화시키려고 했던 적이 많은 것 같다. 모르는데 아는 척하고 없는데 있는 척하고... 사람들 모두에게는 아Q의 모습이 조금씩은 있는 것 같다. 주체의식을 가지고 자기 의지를 실천하는 사람, 의식이 깨어있는 사람이 바로 루쉰이 바랬던 인간상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