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읽고 독후감 아버지

아버지를 읽고
어느 가정에서나 부모님의 눈물―특히 아버지의 눈물은 쉽게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눈물은 좀 더 특별하고 값진 모습으로 우리 마음속에 되뇌어 진다. 내가 아버지의 눈물을 본 몇 안 되는 기억 중 하나는 이 “아버지”라는 소설을 읽으시는 아버지의 모습이다. 그리고 그러한 모습은 나로 하여금 자연히 그 책을 읽게 만들었고, 또 함께 눈물을 흘리며 “내 아버지의 이야기”를 생각하게 해주었다. “아버지”는 너무나 평범한 50대의 남성, 한정수의 시한부 삶을 그리고 있다. 친구인 남박사로부터 췌장암진단을 받는 것을 시작으로 가족과의 갈등, 자신과의 갈등을 겪으며-비록 ‘외로운 아버지’의 삶을 살았지만-사람 냄새를 느끼며 죽음에 이른다. 소설에 나타난 아버지는 실상 아버지의 자리를 잃어버렸다. 하지만 그는 아버지이기를 포기하지 않고 보이지 않는 애처로운 사랑을 계속한다. ‘보이지 않는 사랑!’…(생략)

해―가족들을 위해 죽음을 이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들, 딸은 그 어떤 사랑의 말조차 하지 못했는데. 딸 지원에게는 사과할 기회조차 주지 않은 채, 그는 그렇게 떠났다. 그래도 그가 죽기 전 가족에게서 ‘사람냄새’를 맡고 갔다는 것이 다소나마 내 맘속에 위안이 되었다. 책 속의 아버지는 그 사람냄새를 그리워하며 소령과 짧은 사랑을 나누었고, 포장마차 주인으로부터 그 사람냄새를 맡았다. 난 혹시나 그가 끝내 그렇게 밖에서 나는 사람냄새만을 느끼다 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을 했었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아내의 사랑을 느끼며, 자식들의 웃음을 보며 가족들의 사람냄새 또한 느끼고 떠났다. 현대 사회에 ‘사람냄새’란 말처럼 그리운 말이 또 있을까. 수동적으로 일하는 직장에서, TV만이 유일한 친구인 집안에서, 입시의 치열한 경쟁만이 있는 학교에서 우리 모두는 사람냄새를 그리워하게 된다. 이런 각박한 사회에서 “사람다운 사람”을 생각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소설의 아버지는 유언으로 자식들에게 다른 어떤 훌륭한 사람도 아닌 사람냄새 나는 사람으로 키워달라고 말하면서 ‘아버지’라는 이의 진실한 마음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주었다.
밤 12시…. 이틀에 한번 보는 아버지를 조금 더 보기 위해 이 시간까지 기다리게 된지도 -“아버지”라는 책을 읽은 후부터니까-꽤 오래 되었다. TV도 없는 집안에서 이 시간까지 깨어 있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 피로하던 얼굴이 내 입맞춤으로 다시 밝아지는 것을 보며, 가족들 모두 빙 둘러앉아 하루종일 있었던 이야기를 위해, 난 오늘도 아버지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