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읽고 아버지를 읽고…

아버지를 읽고…
저자 : 김정현
출판사 : 문이당
"아버지...."
혼잣말은 한 것뿐인데도 가슴이 뭉클해진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였던가.. 이 책을 처음 보았다.
`아버지?`
그때 나는 아버지를 `아빠`라고 불렀기 때문에 이 단어는 나에게 생소한 것이었다. 그리고 각자의 생활이 너무 바빠 밤9시가 넘어서야 서로 얼굴을 볼 수 있었던 아빠와 나의 관계는 그리 좋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난 이 책이 싫었다. 내가 고 1인 지금도 아빠와 나의 관계는 변한 게 없다. 오히려 학교 생활 때문에 아빠의 얼굴을 볼 수 있는 시간이 그때의 10분의 1도 안 된다. 그런데도 도서실에서 이 책을 본 순간 한번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정수는 아름답고 교양 있는 아내와 똑똑하고 아름다운 딸, 그리고 고3인 잘생긴 아들이 있는 집의 가장이다. 또 직장에서도 서기관으로서 후배들의 존경을 받고 있…(생략)

결국 정수의 딸 지원은 증오의 말들이 가득 적힌 편지를 아버지에게 드렸다. 편지의 내용을 모른 아버지는 편지를 받았다는 기쁨으로 안주머니 깊은 곳에 편지를 넣고 행복해 한다. 그러나 편지를 읽은 후 정수는 깊은 슬픔과 분노에 빠지게 된다. 그런데도 정수는 자신의 딸이 욕을 먹을까 봐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그저 딸이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 쓴 편지라 생각한다. 그러나 정수도 가슴한곳이 아려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시간이 점점 흐를수록 정수는 자신의 삶이 너무 억울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정수도 남들처럼 비싼 술집에도 가고 싶고 사치스러운 생활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정수는 남박사와 함께 일식집으로 들어간다. 정수는 거기서 소령이라는 여자를 만나게 된다. 소령의 아름답고 재치 있는 모습에 정수는 매력을 느낀다. 그리고 소령 또한 자신을 존중해주는 정수에게서 사람의 정을 느끼게 된다.
날이 갈수록 정수의 증세는 더욱 악화된다. 견딜 수 없는 고통과 함께 다가오는 죽음에 대한 공포, 혼자라는 고독함. 정수는 무엇보다 고독함을 참을 수 없었다. 이런 정수를 보고 남박사는 정수의 아내에게 정수의 병을 알리기로 한다. 정수가 췌장암이라는 것을 안 아내는 아이들을 데리고 남편과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된다. 거기서 정수의 아내 영신은 그 동안 잠시 느끼지 못했던 정수에 대한 사랑을 느낀다. 여행에 돌아와서 정수는 바로 남박사의 병원으로 입원을 했다. 정수는 자신이 다시 살아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결국 정수는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가족에게 보여주기 싫어 자살을 결심하게 된다. 이 사실을 안 남박사는 큰 갈등을 겪게 되지만 결국 정수의 청을 들어주기로 한다. 정수는 아내에게 줄 진주목걸이가 든 선물을 편지와 함께 가슴에 안고 점점 흐려지는 자신의 의식을 놓았다.
이제 왜 이 책이 아직까지 인쇄되는지 알 것 같다. 아버지.....
이 책에 나오는 정수는 삭막한 현대 사회 속에서 사람의 정을 그리워하는 인물이다. 이런 정수가 갈망하는 것은 바로 사람의 냄새이다. 그래서 정수는 죽으면서 아내에게 딸 지원과 아들 희원을 사람의 냄새를 알도록 키워달라고 부탁한다. 가족에서 점점 자신의 자리를 잃어가면서 외로움을 느껴야 했던 정수... 그렇지만 가족에 대한 사랑은 어느 아버지보다 더 강하고 아름다웠던 정수... 정수의 가족사랑은 모든 아버지들의 가족 사랑이다. 이제 아버지들도 가부장적인 가족제도의 짐을 벗고 속히 가족의 품으로 되돌아 와야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