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인사를 읽고 아침인사를읽고

아침인사를 읽고
나에게 이미 친숙한 작가 김하인님의 작품 <아침인사>는 단순히 남녀의 사랑만을 그리고
있지 않다는 것이 특징이다. 국화꽃 향기에서 아련하고 안타까운 사랑을 느끼게 해 주었다
면 아침인사에서는 우영과 정미의 육체로는 결코 이룰 수 없게 된 사랑을 마음과 영혼만으
로 충분히 이루어 낸 숭고함과 재우와 우영의, 남녀의 사랑보다 더 진한 친구간의 뜨거운
사랑도 느낄 수 있도록 해 준다. 기존의 남녀사이의 그리고 동성친구 사이의 이토록 절실한
사랑은 상상으로만 위안을 삼았던 나에겐 신선한 충격일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
에 있다. 실제로 이러한 사랑을 함께할 사람이 있다면 나에게 주어진 삶이 이 순간밖에 없
다고 할지라도 그러한 운명을 달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독신주의인 나에게 사랑의 참
된 의미와 진정으로 내가 추구하는 사랑의 본…(생략)

소중하게 여기는 우영에게 정미의 사랑을 내어주고 둘의 사랑을 축복해 준다.

처음 사랑을 시작한 우영과 정미는 각자 서로의 목표를 위해 열심히 공부하여 더욱 성숙한
모습으로 만나기를 기약하고 우영은 세계 최고의 건축가가 되기 위해 기나긴 유학길을 떠나
고, 정미는 사법고시 패스를 위해 삭발까지 하고 고시원에 들어간다. 정미의 생일날 잠깐 집
에 들른 정미는 다시 비오는 길을 운전해 가는데 우영의 전화가 걸려온다. 오랜만에 듣는
서로의 목소리에 들뜬 우영과 정미는 항상 그랬듯 유쾌한 말을 주고받는데 그 순간 정미는
트럭과 충돌하여 사고를 당한다. 이렇게 터무니없는 사고를 당한 정미는 결국, 목 아래로는
전혀 몸을 쓸 수 없게 된다. 분명히 나의 머리는 살아서 이야기하고 움직이고 있고 심장은
뛰고 있는데 아무것도 느낄수가 없다는 현실에, 불구가 되었다는 사실에 정미는 억울해하며
차라리 죽고싶다고 외치지만 자신만을 위하여 살아가는 아빠와 언니를 위해서라도 이겨내야
겠다고 다짐을 한다.

하지만, 결국 정미의 사고로 인한 충격을 감당하지 못한 아버지는 돌아가시게 되고 우영은
이러한 사실은 아무것도 모른채 단지 정미가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할 거라는 소식에 배신감
을 느끼며 10년이라는 긴긴유학을 마치고 돌아오는데, 친구 재우의 이야기를 듣고 마침내
그토록 그리던 정미를 만나게 된다. 이제까지 자신이 들어온 말들이 모두 거짓이었음을 안
우영은 예전과 그대로인 정미를 책임지기로 하고, 둘만을 위한 집을 지어 살아간다. 몸을 쓸
수 없는 정미에게는 우영이 바로 정미 자신의 몸과 같다. 그만큼 우영은 정미의 몸을 대신
해서 그녀가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해주며, 불구인 몸인데도 정미는 아기를 가지게 되어
둘은 깊은 행복감을 느낀다.

눈이 많이 내린 겨울날 정미가 원하는 것을 먹이기위해 길을 나선 우영은 뜻밖에 화재가
난 집을 발견하게 되고 꼬마아이를 구해내려던 우영은 결국 죽게 된다. 하늘은 끝까지 그들
을 갈라놓고 만 것이다. 법관이 꿈이었던 정미에게는 평생동안 몸을 쓸 수 없는 불구가 되
게 하였고 그녀가 그토록 사랑하던 우영의 목숨마저 가져가 버렸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정미는 슬픔에 하루하루를 보내지만 자신의 뱃속에 있는 아기와 어머님을 보며 기운을 되찾
아 간다. 그런데 어느 날, 정미는 심한 악몽에 시달리게 되고 꿈 속에 나타난 우영과 이야기
를 하다가 결국 숨을 거둔다. 재우의 도움으로 아기는 무사히 살았고 정미는 우영의 옆에
나란히 묻힌다.

윤경의 이야기에 이어 집에 돌아온 재우의, 정미와 우영의 사랑이야기에 깊히 감동한 경미
는 그들을 찾아 떠난다. 세상 그 무엇보다 아름다운 사랑을 하며 살았던 정미와 우영만은
자신을 따뜻하게 반겨줄거라는 기대를 하며...그리고 그들에게서 돌아올때는 사람을 죽음의
깊이까지 보듬어 안는 아름다운 당당함을 가질수 있는 그런 자신이 될 수 있을거라는 확신
을 하며...나 자신에 대한 사랑과 믿음을 통해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을거라며...그들에게서
나에게도 사랑이 싹트고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라는 마음의 안부를 전하며.

나도 정미와 우영에게 하루중 가장 순수하고 상쾌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아침인사를 전하고
싶다.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던 순간을 사랑으로 이끌어 올린 정미와 우영의, 현실적인 사상
을 초월해보이는 그러나 결국 현실을 벗어나지 않은 그들의 아름다운 삶, 결코 평범하지만
은 않은, 그래서 더 열정적인 사랑을 키워나갈 수 있었던 그들의 사랑이야기에 진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비록 이 세상에서 오래토록 행복을 누릴 수 없었지만 그들은 죽어서도 함께 살아간다고 보
아야 할 것이다. 평생을 서로 사랑하며 살아갈 그들이 부럽다. 그리고, 재우와 우영의 그 뜨
거운 우정이 정말 눈물겹게 아름답다. 내가 남자라면 그만큼의 우정어린 친구가 당연히 있
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하인 작가는 나의 기대를 항상 고스란히 담아주신다. 그분의 진실
된 글속에서 나는 대리만족을 느낀다. 하지만 결코 대리만족으로만 끝내지는 않을 것이다.
나도 언젠가는 <아침인사> 속의 주인공들처럼 진실된 사랑을 나눌 그런 좋은 사람을 사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