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큐정전을 읽고나서

아큐정전을 읽고
1900년대 초의 중국은 전통적 봉건사회에서 근대사회로 넘어가는 과도기이다. 이 시대의 중국 민족은 과거의 가치관과 새로운 이념의 사이에서 큰 혼란을 겪고 있었다. 이에 중국의 위대한 작가 루쉰은 민중의 정신을 각성시키기 위해 펜을 잡게 된다. 중국이 닥쳐오는 근대화의 바람 속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면 민족에게 사회를 보는 바른 시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루쉰은 문학을 통한 계몽 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태어난 작품이 ‘아큐정전’이다. 그는 주인공 아큐의 삶을 통해 당대 중국민의 모습을 풍자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아큐의 모습에서 무엇을 보아야 할 것인가.
아큐는 조씨 집안에서 품팔이를 하는 무기력한 젊은이이다. 동네 사람들은 자신들의 일손이 모자라거나 놀림감이 필요할 때에만 아큐를 찾았다. 아큐는 이런 동네 사람들을 속으로는 비웃고 욕하지만 밖으로는 선뜻 입을 벌리지 못한다…(생략)

이중적 모습을 보여 준다. 극도로 비굴한 자신의 모습을 애써 감추기 위해 또 다른 비굴함을 보이는 그의 모습은 우리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그리고는 저것은 소설 속의 아큐의 모습일 뿐이라며 부정해 버리려고 부단히 애쓴다. 하지만 이 또한 인간 본연의 모습이며 우리의 속내에서도 숨쉬고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버러지를 놀렸으니 너희들은 버러지만도 못한 놈이라며 자신의 승리에 도취되어 그들을 비웃고 털보와의 패배 속에서도 그것을 합리화시켜 내가 이겼다는 비굴한 소리를 하는 아큐는 어느새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끌어들여 보여주고 있다.
아큐의 비극적 삶은 여기에서 막을 내리지 않는다. 조씨 댁의 하녀를 희롱하다가 동네에서 쫓겨나게된 아큐는 도둑질로 얻은 돈을 가지고 다시 마을로 돌아온다. 새 옷을 입고 큰 돈 꾸러미를 찬 아큐는 과거와는 다른 대접을 받는다. 거지와 같았던 아큐가 돈을 벌어오자 마을 사람들이 그를 위대하게 보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동네 사람들도 아큐와 다를 것이 없음을 알게된다. 또 아큐는 혁명당이 되면 모든 것은 다 자기 것이 된다는 소리에 가짜 혁명당 노릇을 한다. 하지만 결국 아큐는 조씨 댁의 도둑으로 몰려 죽임을 당하는 상황에까지 이른다. 살다 보면 목이 잘릴 수도 있다는 아큐의 모습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 가고 마는 것이다. 이를 지켜보는 마을 사람들이나 우리의 눈에는 눈물 한방을 조차 맺히지 않는 것은 그가 우리 자신의 모습과 너무도 비슷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큐의 삶으로 그를 평가 할 때 우리는 좋고 나쁨으로만 볼 수는 없다. 그의 모습은 바로 우리 자신의 거울이기 때문이다. 루쉰이 ‘아큐정전’을 통해 우리에게 보이려 했던 것도 바로 이것일 것이다. 아큐를 통해 이전에 자신을 바로 보는 반성적 사고를 선행하는 것이 비로소 아큐를 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