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아홉 켤레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나는 책을 읽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솔직히 지금 독후감상문을 쓰고 있는 이 책도 학교에서 읽으라고 해서 억지로 읽기 시작했었다. 그러나 다른책들도 마찬가지였듯이 이 책을 처음 펼쳤을 때는 좀 낯설었지만 조금씩 읽어가니 이내 책속에 빠져들게 되었다.
이런 문학 분야에 관심이 별로 없었던 터라 이 책을 읽으면서 윤흥길이란 작가의 이름도 처음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윤흥길님(?)이 1977년 발표한 작품이라고 한다.
산업사회에서 소외된 인생의 비극적인 삶을 그린 이 소설의 배경에는 70년대 초 경기도 광주대단지에서 벌어졌던 경찰과 주민의 충돌 사건이 깔려있다. 소설의 주인공 `권기용`은 대학을 졸업하고 출판사를 다니며 가족들을 먹여살리는 그런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는 광주대단지에 내집마련의 꿈을 안고 어렵게 땅을 구해서 서울시와 경기도…(생략)

을 준비하여 병원비를 대 주게 된다. 그날 밤, 오선생의 집엔 한 도둑이 들어왔다. 오선생은 그 도둑이 권씨라는 것을 눈치채고 그를 위하여 배려를 해주지만, 자신의 정체가 탄로난 것을 안 권씨는 "나 이래뵈도 대학 나온 사람이오"라는 것을 강조하고는 아홉켤레의 구두만을 남긴 채 영영 떠나버렸다.
이 책을 보면, 권씨가 "나 이래뵈도 대학 나온 사람이오"라는 말을 되뇌이며 대학출신을 강조를 하는 걸 많이 볼 수 있다. 나는 그것이 결코 자존심을 잃지 않겠다는 표명, 그리고 생활의 무능력에 대한 콤플렉스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권씨가 수술을 받아야만 하는 아내를 위해 자존심을 버리고 오선생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보고 결국 가족들을 위해서는 자존심도 소용이 없구나란걸 느꼈다. 또한 아내를 위하여 범죄를 저지르는 권씨를 보면서, `저러면 안되는데...`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렇게까지밖에 할 수 없었던 권씨의 심정을 짐작해 보면 권씨가 그렇게 측은하고 불쌍해 보일 수 없었다. 또한 왜소하고 선량한 모습에 무척 내성적인 성격의 권씨가 암울한 시대에 대항하였다가 정치세력에 의하여 결국 범죄자가 된 것을 보고, 그 당시 사회의 모습에 화가났다.
앞서 말했듯이 권씨는 비록 가난하고 제대로 된 직장도 하나 없지만, 그 내면에 있는 자존심만은 지키고자 한다. 가난한 자에게도 인간으로서 지키고 싶은 자존심은 살아있는 것이다. 이 소설에서 권씨는 그 당시 산업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대표하는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우리는 때로는 자신의 부와 자존심을 커다란 자동차로, 또 때로는 커다란 집으로 나타내기도 한다. 그러나 그 뒤에는 언제나 소외계층이 있었다. 나는 앞으로 우리가 그런 사람들에게 더욱 관심을 가지고 도와줬으면 좋겠다. 아울러 복지 정책도 강화되어 그런 사람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회게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리 가난하고 가진게 없는 소외된 사람일지라도 지키고 싶은 자존심과 또 최소한 인간답게 살 권리가 그들에게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을 매우 재미있게 읽었다. 또한 느낀 것도 많다. 이 책 이야기와 상관 없는 내용이지만, 나에대한 내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이것을 계기로 문학 작품을 읽는 것에 좀 더 재미를 붙여 앞으로도 열심히 독서하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끝으로 `빈익빈 부익부`라는 원리(?) 속에 살고있는 하층민의 고된 삶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앞으로 그들에게 좀 더 관심츨가져야겠다는생각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