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를 읽고 어머니2고

<어머니>
도서 대여점에서 무슨 책을 읽을까 고민하던 중, 어머니라는 이 책이 눈에 띄었다. 예전에 신문에서 소개된 책 리뷰가 생각나 망설임없이 골랐다. 저자의 저번 작품인 <아버지>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였기에, "이번엔 어머니군!"는 생각도 들어서 주저없이 빌렸다. 난 <아버지>를 읽지 못하였기에 비교할 수는 없지만, 비슷한 내용일거라 생각이 들었다.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어느새 난 닭똥 같은 눈물을 주르르 흘리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몸을 팔게 되는 은수, 그리고 세희의 이야기.. 등 현실에서도 분명히 있음직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내가 이렇게 먹고 살 수 있다는 것에 대해 한편으로는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어쨌거나, 감정이입이 되니 사정없이 눈물이 났다. 혹시 기분이 센티해지거나 애인에게 채였다거나 사는 게 고달프고 한없이 힘들다거나 자신이 불행한 환경에 처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시면 권장하고 싶…(생략)

슬픈 게 히트하나 보다.
그렇다면 다른 문제점은 없는 것일까? 안타깝게도 많다.
먼저, 구성상으로 볼 때, 저자는 어려운 경제 상황, 그리고 무너지는 가장과 그의 가정, 그리고 이를 다시 일구려는 어머니의 눈물겨운 노력을 타겟으로 했을 것이다. 그리고 `현실성을 잘 반영한` 소설이 되기를 간절히 원했을 것이다. 가정 붕괴 현상을 적나라하게 표현했다느니 하는 칭찬 말이다.
하지만 난 그의 이러한 노력에 별로 칭찬해주고 싶지 않다. 이 소설은 그리 `보편 타당`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나 하나 살펴보자면, 먼저 가정 붕괴의 원인이 되는 부도는 사업하는 집이라면 어느 곳이나 일어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부도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부도가 난 집이라고 이렇게 가족이 풍비박산 나지는 않는다. `정상적인` 가정이라면, 다시 일궈내어 빚을 다 갚으려고 이를 악물고 바득바득 산다. 아빠 엄마가 집나가서 몇 개월 동안 애들 방치하고 그러지는 않는단 말이다. 물론, 요새 이런 집들이 많아 사회적 문제긴 하지만 보편 타당한 것은 아니란 말이다. 애들을 친정에 맡기든 고아원에 맡기든 하지 공사장 가건물 옆에서 춥게 살게 내버려두는 파렴치한 짓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란 말이다. 이 부분은 뒤에 가정이 다시 뭉치고, 엄마가 눈물겨운 노력을 할 때 주는 감동을 충분히 떨어뜨린다. `지가 먼저 집 나가 놓고 뭘~` 하는 생각이 든단 말이다. 울산 친구 정숙이네 집을 갈 때, 자기 혼자 나와서 편하게 한 달을 보내고 돌아오니 딸은 몸팔고 있더라...이건 이야기의 필연성이 너무도 빈약하지 않은가? 뒤에 있을 갈등을 위해 조작되고 우연적인 발상이란 말이다. 엄마가 그러고 있던 것을 그저 `정신적 충격이 너무 심해서`, `잠시 미쳐서`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빈약하다. 신문에서는 무너진 가정을 일으켜 세우려는 강인한 어머니상을 그리고 있다고 들었는데, 중반부까지 난 이러한 연유로 그런 감정을 쉽사리 느낄 수 없었다.
또한, 딸이 매춘을 하게 되는 경위도 그렇다. 그 세희라는 아이가 옆에 갑자기 앉아서 하루종일 같이 있다가 술집을 나가게 된다는 게 참 어이가 없다. 보통의 경우, 먹을 것도 돈도 아무 것도 없다손 쳐도 바로 매춘을 시작하는 게 아니라 편의점 아르바이트, 신문배달 등을 거치지 않는가? 이렇게 처음부터 매춘을 시작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몸을 팔았다는 은수의 주장은 정당화될 수 없게 된다. 편의점 주인한테 여차여차 사정하여 먼저 월급을 받고 셋방 구해서 어렵사리라도 생활을 하려는 자세가 있어야 은수도 정당화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동안 착실하고 성실했다는 은수가 그렇게 쉽게 매춘의 길로 빠지진 않을 것이다.적어도 현실에서는......
그리고 다시 찾게 되는 과정도 너무나 우연적이다. 솔직히, 아빠 친구가 딸애를 몇 번이나 봤다고 술집에서 화장 다하고 이름마저 완전히 변한 친구의 딸아이를 어떻게 알아보겠는가? 그렇게 쉽게 헤어지고, 또 쉽게 다시 찾아내어 가정을 다시 이룬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이야기의 억지성이 곳곳에서 보인다. 과연 이렇게 쉽게 가정이 무너질 수 있는 것인가. 아무리 사회상을 반영한다지만, 너무도 억지스럽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이 책에 좋은 점수를 줄 수가 없다. 하지만, 아무리 억지 눈물이라 하더라도 감정이입이 되면 걷잡을 수 없지 않은가? <가시고기>도 그랬고..
여하튼, 위에서 언급한 대로 기분이 센티하고 마구마구 가을을 타는 분, 애인에게 채여서 너무 슬퍼서 다른 생각 마구마구 하고픈 분, 사는 게 고달프고 한없이 힘들거나 자신이 불행한 환경에 처했다고 생각하는 분, 시간 때우고 싶은 분, 아무 생각 없이 소설에 몰입하고 감정이입 하고싶은 분들께는 권장도서일 법하다.
하지만, 소설은 뭔가 주제 의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 다 읽고 나서 허전함이 아닌 뭔가 남는 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 억지로 눈물 짜내려는 소설 기피증이 있는 분, 울고 짜고 하는 거 짜증나시는 분들에겐 불가소설(不可小說)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