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를 읽고 어머니를 읽고

어머니를 읽고
어머니의 끝없는 사랑을 느껴보고 싶었다. ‘어머니’란 단어만 들어도 가슴 찡한 그런 존재. 나의 눈길은 저절로 이 책으로 갔다. 웬지 많은 걸 느낄 수 있을 것 같았고, ‘아버지’라는 책을 지은 작가이기에 그런 것 같다. 전에 ‘아버지’라는 책을 읽고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처음부터 중반까지는 아버지의 가슴 포근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사업 실패로 빚쟁이들에게 쫓기는 상항. 그런 순간에도 고생만 시킨 아내와 행복 속에서 어둠을 주고 간 자식들에게 미안해서 잠을 못 이룬다. 내 나이 정도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철없는 아이들에겐 그저 감당하지 못할 큰 숙제였다. 어머니마저 감당하기엔 턱없이 어려웠나보다. 자식들에게 인사조차 없이 기차를 타고 떠났으니까. 자식들에rps 부모들이 버렸다고 생각할 것이다. 나 같아서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해하…(생략)

나날 속에서 슬픔을 참는 방법까지 터득한 영우이. 그런 영웅이가 자랑스럽다. 영웅이 앞에서는 애써 눈물을 참고, 집의 어둠 속에서 눈물을 다 쏟아낸 은수. 힘들어도 참고 견디면 분명히 행복한 웃음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내일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그래서 오늘은 힘들어도 내일을 기다리며 참고, 또 참는 것이다. 은수는 오늘도 술집으로 간다. 그렇게 술집에서는 은수가 아닌 ‘미애’로 다시 태어난다. 이렇게까지 해서 슬픔을 참고 싶었을 것이다. 은수에게 뜻밖의 사람이 찾아왔다. 원망을 수없이 했던 아버지가 자신 앞에 찾아온 것이다. 아버지는 딸의 모습을 보며 놀라며 눈물을 흘린다. 무릎까지 꿇으면서 용서를 빈다. 은수는 이제야 찾아온 아버지에게 비수 같은 말을 쏘아 붙이고는 나간다. 은수는 어두운 밤거리에서 눈물을 쉴새없이 흘린다. 원망도 했지만 이제야 찾아온 아버지가 너무 반가워서 그럴 것이다. 그리고 수없이 기다리고 그리워했던 아버지가 눈앞에 있는데도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던 자신에게 화가나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힘들어하는 은수에게 친오빠 같은 준영이 많이 도와준다. 다행이다. 외로움에 더 슬픈지도 모르는 은수에게 그런 사람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빗나가기만 하는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이 생겨나서 말이다. 은수는 중퇴를 한 친구 세희를 만난다. 술집도 결국은 세희가 소개 시켜준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처음에 세희는 불량학생이고, ‘정’도 따뜻한 마음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단지 세희의 학력 대문에 느끼는 것에 불과했다. 사람은 그런 조건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걸 알았다. 마음 속 깊은 곳까지 열어봐야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아버지가 자신을 찾아온 후로 은수와 세희는 술집에 더 이상 나가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매일 영웅이에게 갔다. 은수는 뒤에서 지켜보기만 하고 세희가 다가가서 놀아 주었다. 그럴 때마다 이럴 수 밖에 없는 자신에 가슴 아파 하는 은수와 혹시라도 누나가 왔을까봐 계속 뒤를 쳐다보는 영웅이. 누나가 없으면 한숨 쉬고 눈물 짓던 영웅이의 모습이 가슴 찡했다. 아버지도 있고, 어머니도 있고, 누나도 있는데 아무도 모르는 고아원에서 지내야만 하는 어린 영웅이는 그저 누나만 기다릴 수 밖에 없다. 누나마저 사라지면 이제 혼자가 되는 거니까. 혼자라는 걸 겪어봐서 외로움이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으니까 그럴 것이다.
어머니는 매일 굶은 채 자식들만 찾으러 다닌다. 이제야 자식들의 소중함을 깨달은 걸까? 그런데 벌써 늦어버린 시간 앞에서 자식들은 나타나지 않는다. 진작에 찾았으면, 아니 고통과 고난 속에서도 함께 했으면 됐을 텐데..... 은수와 세희는 이것저것 사서 집을 꾸미고 영웅이를 데려온다. 이제 함께 어려움을 헤쳐나가자는 것일까? 그게 서로에게 좋을 것 같다. 영웅이는 이제 누나를 그리워 하고 기다릴 필요가 없어졌고, 은수는 이제 뒤에서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다. 어머니는 자식을 찾아 헤매다가 준영을 만나 은수가 있는 곳까지 오게 되었다. 정말 잘 되었다. 이제 어려움을 헤쳐나갈 사람이 세 사람으로 늘었으니까. 그래서 더 힘이 나고 보듬어 줄 수 있으니까. 하지만 내 생각이 잘못되었나?
은수는 어머니에게 반항한 채 행복하던 그때로 돌아가는 반대로만 가려고 한다. 어머니는 다시 일어서기 위해 포장마차를 시작한다. 세희와 준영이는 ‘어머니’라고 부르며 곁에서 많이 도와준다. 어머니는 정 많고, 가슴 따뜻한 자식이 늘어나서 행복하고, 세희와 준영이는 아껴주고 사랑해 주는 어머니가 늘어나서 좋을 것이다. 서로 가족처럼 기쁨과 슬픔도 같이 했으면 좋겠다.
계속 반항만 하던 은수는 세희의 가족 이야기를 듣고, 새롭게 시작한다. 공부도 하고 포장마차고 돕게 되었다. 늦었지만 다시 돌아왔으니까 다행이다. 이제 은수만 노력하면 아버지도 돌아올 수 있게 되고, 어머니도 다시 웃을 수 있고, 세희와 준영이도 걱정이 덜어질 것이다. 아버지에게는 여전히 소식이 없다. 은수는 미움과 원망이 가득하지만 한 핏줄인 아버지기에 그리워 하고 기다린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아버지에 대해 많이 생각 했다. 가장으로서 무슨 일이든지 혼자 힘들어 하고, 가족들 앞에서는 밝게 웃는다. 그러나 가족들은 모른다. 겉모습만 보기 때문이다. 속으로 고통을 참고 있는지 알 리가 없다. 그렇기에 아버지의 존재는 너무 불쌍하다고 생각한다. 아버지를 가진 모든 자식들이 아버지의 울타리 속에서 보호만 받으려 하지 말고, 누구보다 이해하고, 아끼는 그런 자식들이 되었으면 한다.
가끔 불길한 예감이 드는 전화가 있다. 받기 싫지만 억지로 받아야 하는 그런 전화. 어머니에게도 그런 전화가 걸려왔다. 아버지가 병원에서 의식이 없는 채 있다는 좋지 않은 말을 남긴 채 끊어졌다. 은수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일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원망하고, 무책임하다며 미워했는데.... 은수는 아버지가 깨어나면 자신의 안 좋은 모습을 잊게 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열심히 공부한다. 그리고 아버지를 휠체어에 태우고 매일 산책하며 쉴새없이 이야기 한다. 행복했던 그때의 은수라면 아버지가 의식이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매일 열심히 간호한 보람이 있었을까? 아버지는 의식이 돌아 와서 ‘여보’라고 힘들에 입을 열며 고맙다고 말한다. 모두가 발벗고 노력해서 하늘이 복을 준 것 같다. 절망 속에서도 힘겹게 견뎠으니까 이제 행복 속에서 웃으라고 하늘이 내려준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제목은 ‘어머니’이지만 아버지의 사랑도 느낄 수 있었다. 눈물도 많이 흘리며 읽을 만큼 슬펐고, 부모님에 대해 반성도 할 만큼 교훈을 주고, 부모님에게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들게 할 만큼 용기와 희망을 주는 책이었다. 가족의 소중함을 깨우치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