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디메이드 인생

레디메이드 인생
저자 : 채만식
출판사 : 하서
ready­made 인생... 레디메이드 인생이라는 제목을 보고 어떤 뜻인지 궁금했다.
레디메이드 인생이란 팔려 가기를 기다리는 기성품 인생이라는 뜻이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 나오는 주인공 P는 동경 유학을 하고 잡지사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실업자이다. 아내와 이혼을 하고 아홉 살 난 아들 창선이를 형님 집에 맡겨두고 서울에서 궁핍한 생활을 하며 취업을 하려고 애쓴다. 하지만 취업은 제대로 되지 않고 형도 생활이 힘들고 어려워서 창선이를 서울로 올려보낸다. P는 자신의 자식인 창선이 많은 자기 자신처럼 지식인 실업자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 학교가 아닌 인쇄 공장의 견습공으로 아들을 취직시키면서 이야기가 끝난다. 레디메이드 인생에서는 일제의 허구적인 교육 정책으로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갖은 수모를 당하며 살아가는 식민지 시대의 지식인을, 궁핍한 한국인 …(생략)

말을 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을 보며 힘들게 살아가는 교육을 받은 지식인으로서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주인공 P가 한말 중에 가장 인상깊은 말이 있다. 그 말은 바로 마지막 대사 "레디메이드 인생이 비로소 겨우 임자를 만나 팔이었구나."라고 혼자 중얼거리는 말이다. 아들 창선이를 인쇄소에 취업시키고 돌아오는 길에 중얼거리는 이말.. 중학교 때 읽었을 때는 이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교육을 받아야할 어린 자식을 견습공으로 취업시키고는 왜 이런 말을 할까...! 이번에 다시 읽었는데 이번에는 이 말뜻이 가슴깊이 들어왔다. 자신이 배우고 지식인으로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업자 생활을 하며 어렵게 생활을 하는 자신이 경험한 일을 자식에게만은 절대로 다시 물려주지 않겠다는 그런 아버지의 의지인 것이다. 또한 우리 나라의 현실을 알고 겪은 사람이기에 자식은 이런 현실로 인해 아들이 피해를 보는 것을 원치 않았고 머리만 가득찬 지식인이 되기보다는 차라리 기술을 배워 그나마 편안한 생활을 하며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지금 공부를 하고 교육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공부를 하고 지식인이 되는 것이 레디메이드 인생에서 나오는 시대와는 반대로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도 모른다. 레디메이드 인생을 읽고 우리 나라의 비참했던 지식인의 생활에 찌들어 자식은 절대로 자신과 같은 모습이 되지 않게 하겠다는 아버지의 모습으로 인해 자식에 대한 사랑도 알 수 있게 되었다.
팔려 가기를 기다리는 기성품 인생이라는 레디메이드 인생이라는 말을 많이 느낄 수 있게 되었고 이런 인생이 되게 살아가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내가 해야 하는 일..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겠다라는 생각을 갖게 해준 좋은 단편문학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