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세전 만세전

만세전을 읽고
소위 지식인이라는 껍데기를 달고 있는 그는 무엇인가.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으면서 머릿속에 막대한 지식만을 축척한 채로 고국을 향해 냉소를 퍼붓는 그는 도대체 아는 것이 많으면 얼마나 많으며 그의 정신을 얼마나 제대로 박혀 있는 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더러 구더기가 들끓는 묘지라고 하는 그의 말을 듣고는 뭔가 울컥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것이 소위 애국심이라는 건가 싶기도 했다.
이곳이 구더기가 들끓는 묘지라면 그가 가는 동경이라는 곳은 얼마나 대단한 곳인가. 그곳은 지상 낙원이라도 된단 말인가. 고국을 버리고 떠날 정도로.
머릿속에 아무리 많은 지식을 쌓고 있더라도 그것을 좋은 쪽으로 표출하지 못하면 다 헛것이 되고 만다. 여기서 ‘나’가 가지고 있는 지식들을 다들 잡다한 쓰레기뿐이다. 그런 것들을 지니고 있느니 차라리 맨몸으로 조국을 위해 뛰어드는 …(생략)

기 쌓인 묘지도 그를 원하지 않을 것이며 그 잘난 동경에서도 그닥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다. 차라리 벙어리가 되어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면 이 불쌍한 지식인에게 약간의 연민의 정이라도 내어 줄까?
물론 그 당시 우리나라는 아무런 희망도 없어 보이고 점점 망해 버려서 다시 일어설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하지만 나약해도 조국이고 미워도 조국이다. 그런 그곳에 관한 아무런 정도 없다면 그의 도덕성에는 문제가 있어버린다.
달아난다. 동경으로 달아난다.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그곳에는 무엇이 있기에- 조선인이라는 멸시와 구박뿐이다. 그런 속박들에서 벗어나려면 우리는 강해져야 하는데 그 일에 앞장 서야 할 사람이 동경바닥에 굴러다니고 있다니 우스울 뿐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서 제각기 해야 할 일들이 있다. 지식을 쌓았으면 그 지식을 타인들에게 전해 줘야 하고 기술을 배웠다면 더욱 그러하다. 더더군다나 나라가 위급한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의 모습이 마치, 6.25전쟁이 일어나면 당장에 외국으로 이민 가겠다고 했던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떠올라 왠지 씁쓸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