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랫말 아이들을 읽고 나서 모랫말 아이들

모랫말 아이들
지은이 : 황석영
출판사 : 문학동네
나는 MBC !느낌표 `책을 읽읍시다` 프로를 참 좋아한다. 그래서 그 프로에서 권하는 책은 다 읽으려 노력한다. [모랫말 아이들]도 그 프로에서 권하는 걸 보고 일게 되었다. 우선 그냥 한마디 하자면 나는 이 책이 참 마음에 든다. 이런 책을 권해 주는 프로기에, 내가 잘 찾지 못하는 좋은 책을 소개해 주는 프로기에 그래서 난 그 프로를 좋아한다. 이 책은 황석영 선생님이 지으셨다.
책은 10편의 작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마지막은 작가의 말로 장식된다. 이 동화의 시기는 6.25 전쟁 후에 아이들의 이야기를 한다. 나는 6.25 전쟁이나 전쟁 당시의 생활, 상황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그 이유는 우선 내가 그 시대를 겪어 보지 못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그렇듯이 매년 6월 25일에 방영하는 특별 프로그램을 통해 어느정도는 알 것…(생략)

곰배라 불리는 거지가 있고 그는 아이들을 매우 좋아하는 사람이다. 거지가 일반적으로 "밥 좀 주세요"라고 구걸을 하는 것과는 달리 그는 집집의 아이들 이름을 하나씩 부른다.
그는 그 아이들의 이름을 다 기억하고 있다. 그만큼 그는 아이들을 좋아한다. 그런 그에게 전쟁 중에 화재로 남편과 아이를 모두 잃은 과부가 아내로 들어온다. 그도 이제 가정을 꾸리고 힘든 생활이지만 가장이 된다.
그런데 겨울에 설 얼은 강을 건너던 말 아이 하나가 물에 빠지고 아이들 중 하나가 강 옆에 움막에 사는 곰배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곰배는 없고 만삭의 곰배처만 있다.
곰배처가 무거운 몸을 이끌고 강가로 오지만 이미 아이는 찾을 수 없다. 그 때 사람들은 그 일이 곰배의 잘못이라고 했다. 그 후, 아이들의 쥐불놀이로 불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아내는 움막의 아기가 걱정되어 몸으로 그 불을 끄고 전신에 화상을 입어 죽고 만다.
곰배는 그렇게 아내를 잃고 후에 아이도 잃었다 한다. 그 때 마을 어른들은 집집마다 아이들의 잘못이 아니라고 했다. 아픈 과거 때문에 무작정 불에 뛰어든 곰배처의 잘못이라 했다. 분명 잘못이 아닌데도 자기보다 약한 사람에게는 잘못이 있다 하고 고의적은 아니라도 스스로 잘못이 있는데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자기들의 잘못이 아니라고 한다.
세상 사람들은 세월이 지나도 저런 모습이 아닐까. 나도 이야기 속의 마을 사람들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흘러 장소가 바뀔 지는 몰라도 그런 일 앞에서 내 스스로는 변명하고 발뺌하여 내 잘못이 아니라 다른 이의 잘못이라 말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지 않겠는가.
다음으로 내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금단추` 라는 이야기다.
이 동화에서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수남이네에 색다른 손님이 찾아든다. 어머니의 고향친구와 그네의 딸이 그 주인공이다. 그네의 딸이라는 아이의 이름은 귀남이다.
그 아이는 보통의 아이들과 생김이 아주 다르다. 초록색 눈에 뽀얀 피부를 가진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혼혈아였다. 어른들의 눈에는 핏줄이 섞인 아이, 아비 없는 아이, 내 아이와는 가까이 하지 말아야 할 아이로 비칠지 모르지만 어린 수남이 눈에는 그저 굉장히 예쁜 아이일 따름이다.
내게도 그랬다. 내가 어릴 적에도 우리 동네 아파트에는 백인 혼혈아이 자매가 살고 있었다. 물론 그들은 전쟁 때처럼 사생아가 아니라 외국인 아빠와 한국인 엄마 사이에서 자라는 아이였다.
우리 어릴 적에야 혼혈에 대한 편견이 조금씩 옅어졌으니 놀지 말아야 할 아이들은 아니었지만 내게 그애들은 너무너무 예쁘고 그래서 부럽고 친하고 싶은 아이들이었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역시 아이들에게는 편견없이 보이는 그대로가 사실이 되는 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런 아이들도 이내 어른들의 편견을 보면서 그 편견 속에 젖어드는 것이 아닐까.
그 아이의 엄마는 수남이네에 그 아이를 맡겨 두고 데려러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난다. 결국 그 아이는 데리러 오지 않는 엄마를 매일같이 기다리다 근교에 와 있는 외국인 선교사에게 보내진다.
마지막으로 `도깨비 사냥` 이라는 소제목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아이들은 또 다시 모여서 엉뚱한 일을 꾸민다. 이번 일은 도깨비 사냥이다. 말에서 좀 떨어진 곳에 화장장가 있는데 그곳은 낮에도 귀신이 나온다고 아이들이 가까이 하지 않는 곳이다.
그곳엘 밤에 가서 귀신 하나를 잡아오자는 것이 그들의 계획~!
정말 아이다은 생각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아이들은 그곳으로 향하고 그곳안에 있는데 누군가 그곳으로 들어온다. 그곳에서 일하는 화부였다. 아이들은 작은 몸짐으로 숨어있었으나 영달이의 재치기로 인해 들키고 만다. 그래서 아이들은 화부로부터
전쟁 때 화장을 해도해도 쌓이는 많은 시체들의 이야기 등을 듣는다.
수남이도 훗날까지 전쟁 때 시체 태우던 냄새를 기억하고 있었다. 수남이는 어른이 되고서도 죽음하면 그 시절의 시체 태우던 냄새를 생각하곤 한단다.
그런 기억은 아주 오래토록 남곤 하나 보다. 나는 그런 것들을 동감할 수 있는 기억들은 없지만 그저 끔찍하다는 생각은 든다. 그리고 그렇게 간접적으로나마 전쟁은 무서운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우습게도 아이들이 화장장에 들어갈 때, 아이 하나가 겁을 주느라 하는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나도 무서워서 혼이 났다.
책의 내용을 언급하며 하는 이야기는 이 즈음에서 마치도록 하자. 모랫말 아이들을 읽고서 중년 세대들이 향수할 수 있는 어린 시절을 나는 돌이킬 수가 없다.
하지만 내게도 이렇게 다른 각도(이를테면 아이들의 시각으로 본 상황들)으로 본 이야기는 색다른 재미를 제공했다. 무엇보다도 그 시절의 아이들도 역시 아이들일 뿐이고 내가 어릴 적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정도의 생각을 했다. 책을 잡고서 놓을 수 없어 놓치 못하고 단숨에 읽을 만큼 재미있는 책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직접 겪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 시절의 아이들이 되어 그 시절의 추억으로 젖어 들 수 있었다. 내가 겪어 보지 못한 색다른 추억을 책을 통해서 내게 남겨 준 고마운 책을 또 한 번 만날 수 있어서 기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