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 모리 교수가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관계론적 존재론에 관하여...
나는 사실 이런 주제를 받기 전부터도 서양 철학 쪽보다는 동양의 철학에 더 관심이 많았다. 그리고 동양 철학이 서양 철학보다 더 심도 깊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공자(孔子)나 맹자(孟子)의 사상이 칸트(Immanuel Kant)나 헤겔(Georg Wilhelm Friedrich Hegel)과 같은 서양 철학자의 사상보다 나의 마음에 더 많이 와 닿았고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사상이라든지 공(空)사상 등은 특히 내가 좋아하고 관심을 가지는 사상들이었다. 서양 철학과 동양 철학을 비교해보면 확실히 동양의 철학에서 관계론적 존재론에 대해 더 많이 느낄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실체론적 존재론과 관계론적 존재론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을 때도 역시나 관계론적 존재론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고 관계론적 존재론이 나의 생각과 부합…(생략)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와 같은 그의 생각은 위의 말에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사랑하는 관계가 나를 지탱해준다라고 말한 부분이나 (P.97) 사랑에 굶주린 자가 물질적인 것을 움켜쥐면서 사랑의 대용품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하는 부분을 보면 (P.162～163) 그의 생각을 확실하게 알 수 있다. 특히 돈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부분에서 미치는 모리 교수의 집에 사랑과 가르침과 친밀한 관계가 넘쳐나고 있다고 표현하고 있다. (P.163～164) 여기서 미치는 모리 교수가 경제적으로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보다 중요한 것을 그의 집에 채워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생각도 그와 다르지 않다. 모리 교수가 말하는 진정한 인간관계는 물질적인 것을 가지는 것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오히려 물질적인 것은 진정한 인간관계에 방해가 될지도 모른다. 주위 사람과 마음을 나누는 데에는 물질적인 것 이상의 그 무언가가 있다. 그것이 바로 모리 교수가 우리에게 말하고자 한 바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내 주위에 나와 친밀한 관계에 놓여있는 사람들과 진정한 마음, 사랑을 나누는 것 그것이야말로 자신을 부자로 만드는 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모리 교수는 단지 그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만을 사랑하고자 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뉴스에서 자신과 서로 알지 못하는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P.73) 지구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의 고통과 자신의 고통을 다르게 보지 않고 그들의 고통에 함께 눈물 흘리는 모리 교수의 모습은 그가 단지 자신과 알고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만을 중요시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또 미치에게 진정한 만족을 주는 것은 자신이 줄 수 있는 것을 타인에게 주는 것이라고 하면서 자기를 둘러싼 지역 사회에 자신을 바치라고 말하는 부분에서도 (P.164～165)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미치가 오랜만에 은사를 만나 처음으로 하는 대화에서 (P.54) 모리 교수는 미치에게 “지역 사회를 위해 뭔가 하고 있나?”라는 질문을 하기도 한다. 모리 교수가 말하는 관계라는 것은 전 인류간의 관계까지 포함하는 것이다. 직접적으로 인류 대가족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도 있었다. (P.201) 모리는 서로 비슷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우리 모두가 인류 대가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전 지구가 모두 관계를 가지고 있고 또 그 일에 관심을 가지는 것을 매우 중요한 일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 책에는 모리 교수와 미치가 매주 화요일마다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부분 사이사이에 과거 대학시절 모리 교수의 강의에 관한 내용이나 짤막한 이야기들도 실려있는데 그 속에서도 관계론적 존재론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게 된다. 침묵과 인간관계라는 파트에 나오는 침묵수업에서 (P.77) 과연 모리 교수는 학생들에게 어떤 사실을 알려주려고 한 것일까? 아마 그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려고 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보통 대화로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을 한다. 의사소통을 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다른 이와 대화를 통해 관계를 가진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갑작스러운 침묵에 우리는 당황하게 되는 것이다. 실체론적 존재론을 따른다면 우리는 침묵 속에서도 자연스럽고 평화로워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절대 침묵 속에서 편안할 수 없다. 모리 교수는 학생들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려고 한 것이다. 코펠의 두 번째 인터뷰에서 모리 교수는 손과 말로 다른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데 그것을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것을 가장 걱정한다. (P.98) 여기서 모리 교수가 보이는 태도를 보더라도 그는 다른 사람과의 소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또 그는 ‘감정 자극’ 강좌라는 파트에서 (P.85) 상대방을 믿고 뒤로 넘어지는 실험을 하면서 상대방을 믿고 느끼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을 가르치려고 했다. 나는 여기서 상대방을 향해 넘어지는 사람이 혼자서는 설 수 없는 사람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만약에 넘어지는 사람 뒤에 아무도 없다면 그 사람은 영락없이 넘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뒤에는 그를 받쳐줄 다른 사람이 있다. 우리는 평소에 실체론적 존재론에 젖어있기 때문에 넘어질 때 뒤에 있는 사람을 잘 믿지 못하고 넘어질 것 같은 느낌에 확실하게 뒤로 넘어지지 못한다. 하지만 뒤에 있는 사람을 믿고 한번 넘어져보면 뒤에 있는 사람이 받쳐준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도 깨닫게 된다. 아마 모리 교수도 이런 사실을 알려주려고 한 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마지막에 나오는 작은 파도 이야기 파트에 나오는 (P.228) 작은 파도는 실체론적 존재론을 믿는 우리의 모습을 빗대어 표현한 것이라 생각한다. 파도가 해변에 부서지는 것을 본 파도는 끔찍하다고 생각했지만 그 이야기를 들은 다른 파도는 자신들이 바다의 일부라고 말한다. 그것은 죽어 가는 모리 교수가 자신은 단지 부서지는 것이 아니라 인류 전체의 일부라는 것을 말해주려는 은유적인 이야기일 것이다.
지금까지 이 책의 내용을 찬찬히 짚어가면서 관계론적 존재론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모리 교수의 가르침처럼 우리는 절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벗어나서는 살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무지하게도 자신이 남과 독립적으로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우를 범한다.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며 그것을 바로 잡아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회복하는 것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과제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모리 교수가 한 말을 인용하면서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서로 사랑하지 않으면 멸망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