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녀도를 읽고 무녀도

무녀도
저자 : 김동리
출판사 : 소담
"화자인 나는 할아버지로부터 어느 부녀가 놓고 간 `무녀도`라는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이 마을에 무녀인 모화는 딸 낭이와 살고 있었다. 낭이의 아버지는 경주읍에서 칠십리 가량 떨어진 곳에서 해물 가게를 하며 가끔 낭이를 보러 오곤 하였다.
어느 날 모화가 아직 모화 마을에 살 때, 귀신이 지피기 전, 어떤 남자와의 사이에 생긴 사생아인 욱이가 찾아온다. 그는 어려서부터 신동이 라 공부를 시키기 위해 어느 절로 보냈었다. 그러나 욱이는 성경책을 갖고 낭이에게 읽으라고 보여주며, 이 일로 모화와 욱이는 말다툼을 자주 했다. 욱이는 자고 있다가 성경책을 더듬어 보다가 품속이 허전함을 느껴 일어나 보니 어머니가 보이지 않았다. 부엌에서 굿을 하고 있는 모화를 보고 냉수를 끼얹은 욱이와 실랑이를 벌이던 중 욱이는 세 군데에 칼을 맞고 앓기 시작한다. 모화는 욱이…(생략)

하는 힘은 가히 숙명적이었다. 모화는 모화대로 자신의 종교에 미쳐있었고, 욱이 역시 자기 나름대로 종교활동을 펼치고 있었는데, 결국 다른 두 종교와 다른 가치관차이를 이기지 못해 둘 다 희생당하는 결말이 되고 말았다. 물론 모화는 자신의 발로 걸어 들어간 것이지만 서도 아들의 일을 겪음으로써 해서 고통은 더 했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진정한 희생자는 낭이가 아닌가 싶다. 모화의 종교신념에 따른 행동들이 사람들의 왕래없는 외로운 생활을 하게끔 했고, 욱이의 종교신념에 따른 출가가 낭이의 입을 다물게끔 했다. 더군다나 모화와 욱이의 갈등은 해소되지 못하고 둘다 목숨을 걸음으로써 해서 낭이는 혼자가 되어버리고 말았다...비록 아버지가 나중에라도 달려와 주었지만 그땐 이미 낭이는 혼란한 생활을 겪을 만큼 겪은 상태였다. 이렇게 보자면 진정한 희생양은 낭이가 아닐까?? 하지만 주인공들이 나쁘다고만 비판할 수 없다. 죽음 전에 미리 갈등을 해소했다면 비극적 결말을 부르지는 않았을 테지만, 개인적인 감정으로 생긴 비극적 결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종교신념에 따른, 서로가 미쳐있는 곳이 달라서 생긴 진심을 가지고 한 행동이 아니었기에 그 어느 누구도 나는 비판할 수가 없다. 하지만 조용히 거역할 수 없는 인간의 운명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