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이야기를 읽고 변신이야기

변신이야기
"서양 문학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성경과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어야 한다"는 말이 와 닿았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으면 서양 문학에 담긴 미묘한 맛을 맛보기가 어렵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래서 단테의 신곡을 읽고 성경을 공부하기 시작했으며 "변신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다. 역자가 이윤기 씨란 점에서 출판사가 민음사란 점에서 이 판본을 선택했는데 장단점을 공유하고 있는 느낌이다. 장점이란 이윤기 씨의 이름에 걸맞게 그리스 로마 신화가 책 속에 잘 녹아 들어가 있다는 것. 단점이란 오타가 많고, 명화나 명조각이 삽화로 들어가 있는데 흑백이라 잘 알아보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사족을 덧붙이자면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전집을 구해 본 독자라면 굳이 변신이야기를 구해 볼 이유가 없을 듯 하다. 왜냐하면 약간의 교정 및 편집만 거쳤을 뿐 이윤기의 "변신 이야기"와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생략)

인간과 인간 사이의 갈등을 잘 묘사한 것으로 그리스 로마 신화를 보는 듯하여 흥미가 있었던 부분이 많았다. 처음에 왜 변신이야기라는 제목으로 되었는가?하는 궁금증은 책 중반 경을 읽으면서 이해할 수 있었다.
변신 이야기는 로마 아우구스투스 황제 (시저 양아들이자 로마의 첫번째 황제이다)때 살았던 시인 오비디우스가 지은 서사시이다. 일리아드나 오딧세이, 혹은 아이네이아스처럼 한 사람의 이야기나 한 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고 그야말로 삼라만상의 변신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여기에서 변신이라 하는 것은 말 그대로의 형태의 변화 뿐만 아니라 시간에 따른 세계의 변화 신들의 이야기들도 모두 망라하고 있다.
가장 많이 알려진 토마스 불핀지의 `그리스 로마 신화`도 이 글에서 많은 부분을 차용했다고 한다. (불핀치가 빼먹은 것은 잔인하고 야한 부분이 좀 되는 듯하다. 물론 불핀치는 북유럽 신화 등도 포함시켰다) 두 권으로 나누어져 있지만 초등학교 저학년이 아닌 이상에는 신화에 관심만 있다면 누구나 보는 데 무리가 없다. 하나 하나가 짧은 이야기이고 전에 다른 신화를 보았다면 더 많은 에피소드에 만족스럽다. 또한, 번역이 훌륭하다. 역자야 분위기를 제대로 못 살린 게 아닌가 걱정하고 있었지만 내가 보기에는 정말 살아 숨쉬는 번역이다. 유명한 나르시스(로마식이라 나르키소스라 나온다. 자기 얼굴에 반해 샘만 바라보다 죽었다는 그 소년이다.) 이야기는 배고픔도 졸음도 나르키소스를 거기에서 떼어놓지 못했다. 그는 그저 샘가 풀밭에 배를 깔고 엎드려 실상이 아닌 그 그림자의, 보아도 보아도 질리지 않는 눈만 내려다 보고 있었다. 이윽고 몸을 일으킨 그가 손을 내밀어 주위의 숲을 가리키며 외쳤다. 「숲이여! 사랑을 나보다 더 슬프게 사랑하는 자를 본적이 있는가? 그대들은 보아서 알 것이다. 수 많은 연인들이 밀화하기 가장 좋은 곳은 여기고 이 숲을 드나들었다. 숲이여, 그대는 이것을 보았으니 알 것이다. 아득하게 긴 세월을 산 숲이여 , 그 긴 세월을 살아오면서 나 만큼 괴로워하는 자를 본 적이 있는가? 나는 사랑한다. 내가 사랑하는 자는 여기에 있다. 그러나 내가 사랑하고 내가 보는 내 사랑에, 나는 아무리 손을 내밀어도 마침내 닿지 못하는구나. 이를 어쩌면 좋은가? 내 사랑이 나를 피하는구나. 우리를 갈라놓는 것은 저 넓디넓은 대양도 아니요, 먼길도 산도 아니요,성문의 빗장에 걸린 성벽도 아니다. 견딜 수가 없구나. 많지도 않은 물이 우리를 갈라 놓고 있으니, 참으로 견딜 수가 없구나. 내 사랑이 내 포옹을 바라고 있는데 어찌 이를 내가 모르겠는가? 내가 허리를 구부리고 그 맑은 수면에 입술을 갖다대려고 하면 내 사랑도 얼굴을 가까이 대면서 내 입술을 마중하는데 어찌 내가 모르랴! 그대는, 우리의 입맞춤이 이루어지지 않을 리가 없다고 할 것이다. 우리 사랑을 갈라놓은 장애물을 참으로 하찮다고 할 것이다. 아 사랑이여, 그대가 누구든 좋으니 내게로 오라」 이렇게 한탄하면서 그는 샘물에 비치는 그 얼굴을 다시 한번 눈여겨 바라보았다. 눈물이 샘물에 떨어지자 물 위에 파문이 일면서 그 영상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사라져가는 영상을 바라보며 그가 외쳤다. 「어디로 도망쳐, 이 무정한 것아! 너를 사랑하는 나를 버리지 마! 네 몸에 손을 대는 게 싫다면 손대지 않으마. 그러니 이렇게 바라볼 수 있게만 해주어. 바라보면서 내 슬픈 사랑을 이별하게 해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