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순이언니 봉순이언니

<봉순이 언니>
‘봉순이 언니’한참 ‘느낌표’라는 프로그램의 ‘책 책 책을 읽읍시다’의 코너에서 가장 먼저 추천된 도서로 베스트셀러 1위를 달리던 책이다. 난 그 때 방송의 위력을 실감했었다. 방송에 한번 나왔다고, 그리고 그 책을 읽으면 선물을 준다는 것에 그리 베스트셀러까지 되다니… 정말 방송이란. 하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선물을 받은 사람은 평소에도 책을 많이 읽던 사람인걸로 보아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방송 프로그램에서 소개시킬 만한 책이니 읽어보자 싶은 사람들의 심리인거 같은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프로그램은 어찌 보면 국민의 독서 의욕을 높여준 면에서 좋은 작용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특정 책만을 마치 광고하듯이 소개하는 건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차라리 양질의 책을 많이 읽은 사람에게 책 선물을 주는 것이 더 낫지 않은가….
다시 본론으로…(생략)

를 돌보게 된다. 짱아는 봉순이 언니를 통하여 많은 것을 본다. 짱아가 어릴 때는 모두 가난했고, 짱아네 집도 세들어 사는 처지였다. 짱아 엄마도 봉순이에게 잘해주곤 했다. 외출을 해도 항상 같이 하는 등 봉순이를 친가족 처럼 잘 대해 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짱아 네는 이사를 하게 된다. 이제는 세를 들어 사는 사람이 아닌 세를 주는 집주인으로 이사를 가게 된 것이다. 큰 집으로 이사하면서 엄마의 행동과 태도도 변화가 있었다. 예전에는 먹고 살기 바빴는데 이제는 먹고 살기위해서가 아닌 다른 이유로 집 밖을 들락거리게 되었다. 그리고 봉순이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진다. 예전에는 외출도 함께 할 만큼 한 집안 식구로 여겼는데 이제는 단지 식모로밖에 보지 않게 된 것이다. 참 돈이란, 사람을 이렇게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인가…. 돈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는 사고방식이 박히게 된 사회…. 돈이 모든 것은 아닌데도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없을 때는 후하다가도 돈이 생기면 거드름을 피우고 잘난 체 하게 된다. 권력과 재물의 힘 앞에서는 어떠한 사람도 어쩔 수 없는 것인가. 자신의 본래 마음을 잘 가지고 살아갈 수는 없는 것인가.
새로 이사간 곳에서 짱아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우선 주인집 딸이라는 이유로 동네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게 된다. 그래서 숨바꼭질을 어렵사리 끼게 되지만 결국 짱아만 남게 된다. 또한 봉순이는, 옆집의 일하는 여자아이와 친구가 된다. 그러면서 봉순이의 사춘기(나는 그렇게 생각한다.)를 지내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좋아하는 사람도 생기게 된다. 그런데 옆집 일하는 아이가 그리 온건한 성격을 가진 아이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거기에 봉순이를 따라갔던 짱아는 이상한 내용의 신문 만화도 보게 되고, 담배도 피우게 된다. 그리고 봉순이와 그녀는 둘만의 은밀한 이야기-아마도 봉순이가 좋아하게 된 세탁소집 청년에 관한 이야기였을 것이다. -를 나누고, 짱아는 그 사이에서 그리 좋지 못한 것을 배우게 된다. 이 무렵 봉순이는 엄마의 다이아몬드 반지를 훔쳐갔다는 의심을 받게 되고, 이로 인해 온 몸이 벗겨져 조사를 받게 되는 치욕스런 일을 당하게 된다. 봉순이는 이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필시 받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 세탁소 청년과 도망을 했을지도….
그 일을 두고 이미 봉순이를 한갓 일하는 여자아이로밖에 보지 않게 되었던 엄마와 이모는 자기네들끼리 수군거렸다. 그리고 얼마 후 새로운 식모를 들였는데 그녀는 아이들의 옷가지를 모두 챙겨서 자기 집으로 달아나 버렸다. 그래서 그녀를 다시 들일 수 없었다. 또한, 그녀가 식모로 일하고 있을 때 다이아몬드 반지를 찾아내어 봉순이에 대한 의심은 풀리게 되었다.
일이 이렇게 되었을 때, 봉순이가 돌아왔다. 임신을 한 채였다. 엄마는 아기를 떼면 다시 일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봉순이는 반대했다. 엄마와의 오랜 실랑이 끝에 봉순이는 아이가 거의 다 컸을 때가 되어서야 아이를 떼었다. 자신의 아이를 떼고 싶지 않다는 모정과 낙태 수술을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그녀로 하여금 반대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 이후 봉순이는 새로 시집을 들게 되었다. 아이도 낳고 잘 살게 되나 싶었더니 이번에는 남편이 일찍 죽어버렸다. 그래서 봉순이는 아이를 친가에 뺏기고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
그 뒤 봉순이는 여러 남자들과 눈이 맞아 도주를 하게 되었다. 그 때마다 번번히 아이를 하나씩 데리고 왔다. 처음에는 봉순이를 찾았던 엄마와 이모도 나중에는 봉순이가 눈맞아 나간 이야기를 재미삼아 하면서 웃곤 하는 것이었다.
몇 십 년이 지난 뒤, ‘나’는 우연히 지하철안에서 어떤 사람을 보게 된다. 그 사람은 아주 누추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씻지도 않았는지 사람들이 곁에 가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나 ‘나’는 알아볼 수 있었다. 그녀가 바로 그 옛날의 ‘봉순이 언니’라는 것을….
봉순이는 책에 나오는 것처럼 남자들에게 이용당했다. 이용당하고, 가치가 떨어지면 차이고, 또 이용당하고, 이용가치가 떨어지면 차이고…. 그러면서 점점 늙어갔다. 그러면서도 봉순이는 그 남자들이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했을 거라고 믿고 있다. 이런 점을 보면 봉순이는 참 순진한 사람이다. 다이아몬드 도난 사건이 일어났을 때도 아니라고 강하게 부정하지 못했다. 물론 식모의 입장에서 더 반대할 수도 없었겠지만, 그래도 좀더 항변을 했다면 온몸수색이란 일은 당하지 않았을 텐데…. 그리고 사람을 잘 믿었다. 어린 ‘나’조차도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고 눈치빠르게, 그리고 영악하게 행동했는데도 봉순이는 그렇지 못했다. 어찌 보면 순수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순수함이 순진함으로 나타났을 지도….
그러고 생각해보면 ‘나’는 어린 아이임에도 불구하고 세속의 때에 이미 물든 아이였다. 엄마의 눈치를 살살 봐 가면서 행동하고, 담배를 피우고 나쁜 것을 보았으면서도 그런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숨기면서 자신의 이득만을 취하는 모습, 어떨 때는 어린아이가 아니라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철이 들었다는 생각보다는 세상 살아가는 요령을 너무 빨리 익혔다고나 할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봉순이와 짱아. 대조적인 성격을 가진 두 사람. 먼 훗날 ‘나’는 지하철 역 안에서 봉순이 언니를 보았을 때, 그 얼굴에 떠오른 반가움의 빛을 뿌리치고, 자신이 잘못 본 것이기를 바라면서 서둘러 내렸다. 그에 비해 순진한 봉순은 자신의 처지는 생각지도 않고, 그 옛날 짱아를 보자 반가워서 반가움의 빛을 내비친다.
왜 짱아는 봉순이 언니를 못 본 척 해야 했을까. 봉순이가 거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어서였을까. 그러면 봉순이를 그렇게 만든 건 누구일까. 짱아가 봉순이를 외면하게 된 진짜 원인을 제공한건, 이 사회가 아니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