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포 가는 길을 읽고 삼포 가는 길

삼포 가는 길
저자 : 황석영
출판사 : 창작과비평사
나는 예전부터 실향민들의 맹목적인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이해하지 못했다.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우리들에게 고향의 의미는 그다지 크지 않다.`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라는 생각을 갖고 사는 우리에게 변함없이 고향을 그리워하는 그들을 이해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삼포 가는 길??을 읽으면서 고향의 의미를 어렴풋이 나마 느낄 수 있었다.
처음 삼포 가는 길을 읽었을 때, 난 이 책의 제목인 `삼포`가 의미하는 바를 알지 못했다. 고향인 `삼포`를 찾아가는 정씨…. 하지만, `삼포`의 공업화 소식에 좌절하는 정씨… . 그제야 나는 `삼포`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1970년대 산업화의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은 도시의 밑바닥 생활을 하며 여기 저기를 떠돌아다니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정씨의 고향인 `삼포`는 그의 정신적인 안식처였다…(생략)

일곱시 쯤 감천 읍내에 도착한다. 역에 도착한 백화는 영달에게 함께 가기를 권하지만 영달은 이를 거절한다. 영달이 자신의 비상금을 모두 털어 백화에게 차표와 음식을 사 줄 때, 갈 곳을 묻는 정씨의 물음에 답한 영달의 대답은 왠지 모르게 내 가슴 한 켠을 허전하게 만들었다.
"일 자리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
정씨나 백화처럼 찾아갈 고향이 없는 그는 얼마나 서글펐을까? 백화를 떠나 보낸 뒤 영달과 정씨는 삼포로 가는 기차 대합실에서 살포에도 공사판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정씨에게는 이제 더 이상 옛날의 아름답고 평화로운 고향 `삼포`가 존재하지 않는다. 정신의 안식처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 순간 정씨는 영달과 같은 신세가 되고 만다. 이 소설 `삼포 가는 길`은 이렇게 끝을 맺는다.
인간은 완전하지 못한 존재이기에 서로 의존하며 산다.`삼포 가는 길??의 정씨와 영달 역시 자신들의 불완전함을 감출 수 있는 안전지대로 고향을 설정한다. 그들이 절망한 이유는??삼포??라는 고향에는 더 이상 따뜻한 인정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산업화로 인해 갈 곳을 잃어버린 그들… 그들에게 삼포는 이제 더 이상, 그들이 편히 쉴 곳도, 그들을 따뜻하게 맞아 줄 곳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은 제 2의 삼포를 찾아 낼 수 있다. 오래지 않아, 그들은 또 다른 정신의 고향인??제 2의 삼포??를 발견할 것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도??삼포??는 존재할 것이다. 그리고 정신적 안식처인??삼포??는 우리들의 의식 속에서 끊임없이 재창조되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