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시대를 읽고 생명시대

‘생명시대’를 읽고...
우리 나라는 짧은 기간에 급속도로 성장했다. 그 기간동안 우리 나라 사람들은 “공업생산의 검은 연기가 대기 속으로 뻗어 가는 그 날엔 희망과 발전이 눈앞에 도래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라는 말을 굳게 믿고 살아 왔다. 그런 시간동안... 우리 나라의 수려했던 금수강산은 처참히 무너져 갔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한번쯤은 ‘환경’에 대해 생각해 보았을 것이다. 단지 그런 문제는 우리와 직접적인 상관은 없는 것이라 생각하며...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나는 두려움에 떨고 선진국에 대한 왠지 모를 배반감에 손을 떨었고, 수치심에 고개를 떨구었다. ‘생명시대’는 지구를 보는 나의 눈을 바꾸어 놓았다.
‘타오르는 땅, 재앙의 지구’ 섬뜩하게 다가오는 제목만큼이나 내용도 섬뜩했다. 온난화... 이제는 하도 많이 듣고 배워 온난화에 대해서만큼은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생략)

바로 전쟁이 그것이다. 왜 내가 전쟁을 오염의 원인으로 생각하지 못했을까... 전쟁의 피해는 다른 어떤 피해보다 컸다. 베트남의 고엽제, 그것의 피해가 아직까지도 이어져 온다는 것, 그 사람들이 어떤 여생을 살아왔는지를 알게되었다. 그리고 외교적인 문제에서 어쩔 수 없이 우리의 젊은 청년들을 보내고 미국으로부터 경제적 보상을 받았다는 것을 알고 수치스러웠다. 과연 그런 경제성장 뒤에 수많은 사상자와 고엽제 피해자들과 가족들의 한과 고통이 숨어있다는 것을 기억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지구의 평화를 지키는 일만이 지금 현재의 인간이 환경을 위해 할 수 있는 단 한가지의 일이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면서 수치심을 느낀 또 한 부분은 물 부족에서 허덕이는 사람들을 접했을 때이다. 아프리카대륙의 여인들은 어디서 나는지도 모르는 많지도 않은 물을 위해서 며칠동안 걸어다닌다. 그러나 지금 나는 정수기에 컵을 대면 나오는 물을 아무렇지도 않게 마시고, 그 사람들은 아까워하는 한 방울의 물을 나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한쪽 편에서는 마실 물조차 없어서 구정물도 좋아하며 마시는데 우리 나라에서는 물의 낭비가 너무 심한 것 같았다. ‘물 쓰듯 한다’라는 옛말이 아직 우리 나라 사람들의 생활 습관에 남아 있는 듯 하다. 이젠 물의 소중함을 알고 조금이라도 물을 지키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 때가 아닌가 싶다.
내가 가장 흥미롭게 보았던 부분은 ‘생명공학, 진보인가 재앙인가’라는 부분이다. 생명공학은 판도라의 상자라는 표현이 정말 현실로 느껴졌다. 과학에서 윤리의식의 결여가 얼마나 큰 재앙이 되는지 여러 과학자들의 말로 알 수 있었다. “누가 신의 역할을 맡을 것인가”... 인간이 복제되고, 게놈 프로젝트가 완성되어 완전한 인간이 나타나면 우리는 생명의 존엄함도 잊어버리고 인간의 도덕적인 모습도 상실할 것이다. 인간이 유전공학의 발전으로 신의 역할에 도전하게 되면 우리는 과연 어떤 가치관으로 세상을 살아야 하며, 누구를 의지하고 살아야 하는지... 이 부분을 읽으면서 흥미롭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두려웠다. 그리고 유전공학으로 성공한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로 나뉘는 현실에서 성공한 나라 계열에 끼려고 안간힘을 쓰고 연구하고 개발하는 우리 나라를 보았다. 안쓰러웠다. 하지만 우리 나라는 아직 부족한 것 같다. 확실한 법조항도 없다하고 우리 나라 사람들의 도덕성도 의심이 간다. 그저 자기 자신을 위해 무엇이라도 하는 사람들 아닌가...악용하게 되면 인류는 파멸할 그런 생명공학... 꼭 과학도를 꿈꾸는 사람이 아니어도 지구에 사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가 아닐까... “인간 복제는 가능한가?”라는 질문보다 “복제 인간의 제조를 허용할 수 있는가”가 더 큰 문제라는 사실을 사람들이 알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책에 나와있는 데로《프랑켄슈타인》에서처럼 자신 스스로가 신이 되어 생명체 만들기에 도전한 프랑켄슈타인 박사와 그가 만들어 냈지만 감당할 수 없었던 재생인간처럼 우리는 공멸 할 지도 모른다.
‘미래 에너지를 찾아라’에서는 예상했던 데로 핵과 관련된 환경이야기가 있었다. 그곳에서 정말 미국의 행동에 대해 한마디로 어이가 없었다. 어떻게 멀쩡한 사람에게 다른 실험도 아닌 방사선실험을, 플루토늄 주사를 놓을 수 있단 말인지... 결과를 알아보고 싶었다는 이유 단 하나로 어떤 결과를 초래 할 줄 아는 실험을 어떻게 사람이 같은 사람에게 할 수 있는지 의아했다. 과학자는 도덕적인 성품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생각과 판단이 인류에게 큰 재앙을 내릴 수도, 인류를 좀더 나은 삶으로 인도할 수도 있지 않은가... 한편으론 과학에 대한 두려움을 느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인간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마치 자신이 무덤을 파고 그 안으로 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인간의 탐욕으로 인한 무분별한 개발은 또 어떻게 인간에게 돌아올지 이 책은 걱정하고 있었다. 이미 인간은 기회를 놓쳐버렸다. 벌써 지구에는 여러 가지 이변들이 일어나고 있고, 날이 갈수록 그 이변들은 더 많아지고 심해져 간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살아야 할 하찮은 존재가 얼마나 무서운 일을 했는지 알았다.
책을 다 읽고 머리말을 보았다. 제목이 ‘아직도 희망은 있다’였다. 가슴이 뭉클해지고 나도 그 희망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는 우리가 일구어 가야할 미래가 있었다. 독일 벤야민의 자연 관찰일기, 생태도시 프라이부르크, 환경단체 베우엔데 청년회... 브라질의 한 도시는 교통통합 시스템으로 나무와 숲의 도시로 바꾸었고, 한 빈민촌은 쓰레기 구매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숲을 파괴하지 말라고 우는 사람들, 열대밀림을 지키려는 토착민들, 끊임없는 환경단체들의 노력, 지구를 생각하는 인간이 생존하는 한 우리에겐 아직도 희망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