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964년 겨울 서울 1964년 겨울

<독서감상문>
서울 1964년 겨울
1964년 겨울, 서울의 한 포장마차에서 만난 세 남자. 아주 짤막한 그들의 대화와 이야기를 보면서 대체 작가는 무슨 의도로 이 글을 썼는지 짐작 할 수 없었다. 병으로 숨진 아내의 시신을 팔고 받은 돈을 다 써버리려는 한 사내와 학력도 집안도 전혀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두 남자. 어떠한 연결고리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 해 겨울이 유독 추웠다거나 무언가 특별한 사건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단 한가지 내가 그들에게서 느낀 것은 ‘불쌍하다’ 라는 막연한 감정이다. 그들이 왜 불쌍한가. 누군가 나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면 아마도 나는 명확한 대답을 풀어놓을 수 없을 것이다. 나 자신도 그 이유를 알 수 없는데 어찌 답을 할 수 있을까. 그냥 막연한 느낌이다. 불쌍하다는 것.
옛날이고 지금이고 낯모르는 사람과 아무런 목적도 없이 말을 건네려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이 소설에서…(생략)

동정심도 없이, 그렇게 그가 죽을 것을 알면서도 두고 보아야만 했던. 그리고 그렇게 아무런 기약도 없이 헤어진 두 남자가 어째서 그렇게 되었는지, 난 그 이유를 그 겨울 서울의 모습에서 찾고자 했다. 그 해 겨울은 추웠다. 피부에 와 닿는 느낌으로 ‘춥다’라고 말한 것은 아니다. 내가 그 때 살아보지 않았기에 아무리 알려고 해도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 해 겨울은 추웠다’ 라고 표현한 것은 그 당시 사회의 모습이 나에게는 조금 다른 형태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내가 알고있는 그 시기에 있었던 일들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인터넷을 통한 약간의 정보, 그것뿐이다. 한일기본조약 반대와 한미행정협정 개정을 요구하며 시위에 나섰던 학생들은 서울시 일원에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전면전에 나선 군사정부에 의해 패퇴했다. 4?19가 연 해방과 자유의 공간을 군홧발로 짓밟은 박정희 소장. 그를 상대로 한 싸움을 벌려왔던 학생들의 반격이 6?3사태였다. 스물 다섯, 두 남자에게는 그 사건이 무위로 돌아간 것, 그 때문에 그 해 겨울이 더 없이 춥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 때문에 그들은 사회와의 괴리감을 느끼고 바깥을 돌다 만난 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또 다른 한 남자와의 만남. 그는 또 다른 이유에서 세상 밖을 돌았을 것이고, 나는 그렇게 만난 세 남자의 이야기가 바로 이것이 아니었겠나 하는 추측할 할 뿐이다. 그들은 참 불쌍했다. 사회와의 어떤 연대감을 느낄 수 없게 만든 그 겨울 서울의 모습. 그들은 그렇게 넓은 세상 속에 혼자로 살아가야함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난 아직도, 작가가 무얼 보여주고 싶어했는지 알 수 없다. 그건 내가 신이 아니어서 그의 의도를 파악할 수 없다는 이유도 있지만, 어쩌면 나도 그들처럼 사회와 동떨어진 한 개인의 입장이니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는 것이기에, 주인공은 작가의 의도를 알 수 없다는 웃을 수밖에 없는 결론에 도달하고야 만다.
사회 속에 묻혀있는 개인이라는 존재. 그리고 인간소외 현상. 서울 1964년 겨울은 추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