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낙비를 읽고 나서 소낙비

소낙비
저자 : 김유정
출판사 : 범우사
1930년대 농촌...
여기 그 어려운 시절을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지금 편하게 앉아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내가 상상할 수도 없는 일들이, 그 시대에는 존재했을만한 일들이다. 굶주림을 모르고 매의 아픔을 모르는 내가 어찌 이해하겠냐만은 19살의 춘호처의 행동은 이해하기조차도 부끄럽고 민망하고... 미안했다.
춘호의 아내.. 19살의 호리호리한 몸매인 그녀는 매가 싫고 굶주림이 싫다. 남편의 매를 피하면 행복할 것만 같다. 매를 피한다면 야 매음도 괜찮을 듯 싶다. 남편 춘호는 얼굴 똑똑한 아내가 이원을 벌어다주었으면 한다. 끝부분에서는 머리를 빗겨주고서 아내를 보낸다. 매음을 강요하는 듯이 말이다. 실패없도록 아내를 모양내 보낸다...
힘든 시기였다. 모두가 알만한 1930년대 농촌생활이다. 하지만 이건 너무 비참하고 아이러니 하다. …(생략)

않았다. 마치 예전에 보았던 `봄봄`의 향내가 느껴지는 듯 했다. `봄봄`에서도 그랬듯 글 여기저기에서 향토적인 면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소낙비의 원제목은 `따라지 목숨`이라고 한다. 일제시대 궁핍한 농촌. 순박하고 어리석은 농민들이 겪는 삶의 애환을 그렸다. 19살의 춘호 처는 지나치게 순박한 모습을, 춘호는 지나치게 어리석은 모습을 보여 마음을 아프게 했다. 쇠돌엄마를 기다리다가 소낙비를 맞는다. 소낙비는 19살의 그녀를 더 돋보이게 하고, 한 사내의 맘에 꼭 들어맞게 한다. 거부하지 않고 발버둥만 치다가 안겨버리고, 돈이 들어오니 아무 것도 아니었다. 남편이 쇠돌엄마의 남편처럼만 되면 될 일이다. 이주사의 밑에서 서로 돕고 주면서 살면 편할 일이다. 그러기에 아내를 곱게 단장하고 보내주어도 싱글벙글 이다. 아내도 꺼림낌없다. 주고받는 것이다.
시대적 배경이 들인 결과이다. 그 사회가 들인 일이다. 우리 서민들의 아픔을 어루만져주기엔 내가 너무 어린 듯 싶다. 이원만 있으면 모든 것이 해결될 듯한 춘호를 비웃기엔 내가 아직 세상을 모른다. 남편의 매를 피하여 매음을 하는 19살의 젊은 아내의 아픔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끼지 못한다. 이해하기 힘들지만 이해하고 싶은 작품 `소낙비`는 한순간에 젊은 여자의 몸으로 스며들었을 때처럼 나의 가슴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깊고 깊은 서민의 애환을 이해하기에 너무 젊은 나는 작품의 주제 격인 `성도덕에 대한 윤리의식`에 대해 논할 것이 없다. 사실성을 포함한 작품이기에 가벼이 넘길 수 없는.. 그 무게감. 나는 윤리의식이 결여된 듯하다. 어느덧 그는 아니어도 그녀는 이해하고 있는 날 발견한다. 여러 가지 생각으로 방향을 잃은 듯한 나를 정리하기에 오늘밤은 너무도 짧은 듯하다. 책을 쥐고만 있기엔 너무 긴밤일 듯하다. 나는 결국 이책을 끌어안고 아무 생각도 못한 채 잠이 들고 말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