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의 세계를 읽고 소피의 세계

소피의 세계를 읽고
새로운 느낌의 철학...
부제부터 소설로 읽는 철학이라 했던가.
소설로 읽는 철학이라..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얘기일지도 몰랐다.
사실 요즈음 윤리시간에 배우고 있는 철학 사상가들은 나에게 따분함만을 가져다 주었다. 사상가들의 심오한 사상이 전개되면 나는 책상에 머리를 박고는 나의 심오한 꿈속의 세계로 들어가 버렸다. 그랬던 것이… 이 책은 나에게 철학이라는 학문의 재미를 느끼게 해 주었다. 시험을 치기 위해 읽어야 하는 교과서도 아니고 독후감 숙제가 있어서 읽어야 할 것도 아니지만 이 책은 그 자체로써 읽기에 충분히 흥미로웠다.
나는 여기서 여러 명의 철학자들을 만났다.
자신의 가슴속엔 그것이 진정한 인간의 모습이라면서 이론을 장황하게 펴낸 철학자도 있었고, 너무나 공감을 느껴서 그 철학자가 표현해놓은 글자가 아름답다고까지 여겨지는 사상들도 많았다. …(생략)

수가 없다. 그런 관념 자체를 인간이 관습에 의해 만들어 버린 것을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고, 그 관습으로 자신의 본모습을 옳아 매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걸까.
사르트르적으로 말한다면 자신을 창조할 수 있는 영역을 남자나 여자라는 울타리 하나로 좁게 만드는 것이다. 나는 궁극적으로 남성성, 여성성이란 말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말 자체에 모순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즉, 말이 우리의 행동을 규제하는 예에 속하는 말이랄까. 저런 말이 없다면 사람들은 좀더 자신의 성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을 것이다.
참! 한번씩 나는 ‘학업`에 충실하다보면 오히려 번져오는 `진정한 앎으로부터의 근원적 소외`를 느끼는 경험도 많았던 기억이 난다. `소피의 세계`는 그 같은 나의 절름발이 지식의 한계를 보완해주고 무엇보다 내가 배워온 학문의 각론이 출발하였던 유럽 문명의 거대한 뿌리로 접근하게 해주는 친절한 안내자의 역할을 기꺼이 떠맡아주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유물론을 배우기 위한 한낱 기초학습으로서 강요당했던 `철학`의 위압감에서 벗어날 수가 있어서 기뻤다.
철학은 애시당초 역사, 사회, 혁명 등 거창한 구호에 복무하기 위한 것이었다기보다는 나와 나를 둘러싼 세상에 대한 지극히 소박한 물음에서 출발하였던 것이다.
철학의 영원한 물음들로부터 나는 누구인가, 우리 삶은 어디로부터 왔는가, 우리는 왜 여기에 왔는가.... 등등 말이다.
책을 읽고 난 후 이렇듯 어렵게만 느껴지고 상아탑 속의 학문이라고만 생각되는 철학을 쉽게 다가설 수 있었기에 나의 철학이라는 학문에 대해 좀 더 알게된 좋은 기회가 된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