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도끼를 읽고 손도끼

꿈의 바다에 별빛 행진을…
-손도끼를 읽고-
우리는 태어남과 동시에 작은 배에 올라탄 것과 같다. 그 배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나와 함께 해 주는 친구요, 동반자이다. 하지만 그 배는 오로지 나만이 조종할 수 있는 무거운 책임이기도 하다. 자기가 올라탄 배를 얼마나 잘 조종해서 인생이라는 거대한 바다를 항해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안타깝게도 자신만의 배를 제대로 조종할 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꿈이 있는, 가슴 속에 별을 간직한 소수의 사람들만이 배의 선장이 되어 자신만의 멋진 인생을 개척해 가는 것이다. ??손도끼??라는 책을 통해 만나게 된 의젓한 선장 브라이언! 그는 ??꿈의 바다??에서의 별빛 행진을 멋지게 보여주었다.
54일간의 표류를 겪기 전 브라이언은 이혼한 부모님 사이에서 혼란스러워 하는 미성숙하고 어린 존재였다. 소년은 앞으로 일어나게 될 일들을 아무 것…(생략)

했고, 곧 구조되리라는 꿈에 부풀러 있었다. 그러나 구조 비행기는 연기를 피우고 고래고래 목청 높여 소리를 질러대는 소년의 필사적인 노력을 무시한 채 금세 사라지고 말았다. 당시 소년의 절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지켜보는 입장인 나도 많이 안타까웠으니까. 심지어 마음 약한 소년은, ??자살??에 까지 생각이 미친다.
솔직히 이 부분에서 적잖이 실망했다. 구조 비행기가 나타나기 전까지 약 십여일간 소년이 보여준 끈질긴 생명력과 침착한 대응방법은 어디로 가고 ??자살??이라는 무모한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물론, 소년이 많은 어려움을 견뎌낼 수 있었던 근본적인 힘은 ??얼마 지나지 않아 구출될 것이라는 희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때인 것이다. 이미 지나간 일에 연연해하기 보다는 현실을 직시하여 새로운 대처방법을 찾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구출이 될 것이다??보다 ??언제 구출이 될지 모르는 일이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이다. 꿈같은 상상보다는 최악의 순간을 대비하는 것이 그 꿈의 실현에 조금 더 다가서는 일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한번쯤은 죽고 싶을 만큼 힘겹고 절망스러울 때가 있다. 솜사탕같이 달콤한 희망을 눈앞에서 놓쳐 버린 소년이 지금 그럴 것이다. 그 절망의 순간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삶은 판이하게 달라진다. 절망의 거센 파도 위를 ??선장??이 되어 목표를 향해 끝없이 항해한다면 그 배는 분명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절망의 파도에 몸을 실은 채 허탈함과 슬픔에만 잠겨있다면, 그 배는 파도에 휩쓸려 난파될 수밖에 없다. 다행이도 소년은 전자를 택하였고, 연약한 13살 소년이 아닌 강인한 산림의 소년, 브라이언으로 다시 태어났다.
새롭게 태어난 브라이언은 산림에서의 생활을 멋지게 해나갔다. 불을 지피는 일도, 동물을 사냥하는 일도, 맹수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는 일도 스스로 깨우쳤다. 브라이언은 자연을 극복하려고 하기 보다는 자연의 일부분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호수에 처박힌 비행기 안으로 들어가 여러 공구가 들어있는 가방을 꺼낸 후에도 ??무기??를 써서 동물들을 제압하려고 하지 않고 그 안의 비상식량을 즐기기만 했다.
만일 브라이언이 ??자연을 극복하려??했다면 살아남기 어려웠을 것이다. 숲은 곰과 이리, 회오리바람 등 많은 위험요소들이 도사리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먹이사슬에서, 사슴이나 토끼와 같은 초식동물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것도 먹고 먹히는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밖에도 브라이언은 ??안 되는 일에 미련을 버리고??, ??무엇이든지 신중하게 생각하는?? 귀중한 지혜를 얻게 되었다. 작은 일 하나에도 생명이 오고가는 숲의 생활에서 살아남기 위한 브라이언의 변화였던 것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사람을 돕는다고 했던가? 이러한 변화들 때문인지 54일만에 브라이언은 극적으로 구출되었다.
산림에서의 생활은 끝이 났지만 ??안 되는 일에 미련을 버리고??, ??무엇이든지 신중하게 생각하는?? 귀중한 지혜는 앞으로 브라이언의 삶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또, 떨떠름한 열매로 끼니를 대신하고, 어렵사리 도구를 만들어 물고기나 작은 새를 사냥해 음식을 마련하는 과정을 겪었기 때문에 구출된 후에 브라이언은 모든 음식을 경이롭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힘든 54일간의 표류기간 속에서 브라이언이 터득한 지혜와 마음가짐은 반짝이는 별이 되어 가슴 속에 박히었다. 그 별은 인생의 바다에서 너무나도 힘이 들고 지칠 때, 스스로를 위로하고 때로는 재촉하는 마음속의 어버이이자 선생님이다. 또, 끊임없는 파도와 돌풍에 휩싸여 앞이 캄캄할 때에도, 희미하게나마 남아있는 가슴 속의 별빛으로 힘차게 항해할 수 있을 것이다.
열세 살 소년 가슴 속의 별빛에 흠뻑 빠져있을 무렵. 나는 어떤 별을 갖고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아직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지만 아마도 지금 이 시간이 나만의 별을 만들어 가는 과정인 것 같다. 나이는 내가 두 살이나 더 많은데도 브라이언 앞에 선 나는 한없이 작게 느껴진다. 오히려 브라이언의 배가 저 앞에서 나를 향해 손짓하고 있다. 브라이언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데 내가 과연 이 말을 할 자격이 있는 지에 확신이 서질 않는다. 하지만 54일이라는 기간 동안 브라이언과 함께 울고 웃으며 가슴 졸였던 한 독자로서 멋진 소년 브라이언에게 속삭여 본다.

언제 어디에서라도 힘겹게 얻은 그 별을 잊지 말라고, 절대로 잃지 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