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이성비판

순수이성비판
저자 : 랄프 루드비히
출판사 : 이학사
그다지 큰 이유는 없었다. 이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 한번 읽었을 때에도 나에게 단지 어려운 책으로밖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두 번째 읽었을 때는 달랐다. 무언가 새로운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칸트의 다른 도덕에 대한 저서들의 요약인 "쉽게 읽는 칸트-정언명령"을 읽었을 때, 그 느낌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이것이 이 책을 읽어야 했던 필연성이었던 것이다. 때문에 순수이성비판이라는, 보기에는 약간 부담스러운 책을 사버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지만 말이다.
칸트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그의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그런 느낌이 느껴진다. 그의 책에서 서문은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조금씩 읽을 때마다, 칸트라는 인간이 조금씩 나의 이성을 갉아먹는 듯한 느낌을 준다. 정말 이 책을 다 읽었을 때는 아무…(생략)

마무리짓기 위한 재판장이었다. 이 재판장에서 칸트는 전 유럽의 사상을 한데 모으는데 성공했었으며, 또한 이 재판장에 대해서 공리적인 측면에서의 비판은 있었을지 몰라도, 그것 자체에 대한 비판은 존재하지 않았다. (적어도 본인은 그렇게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적인 뛰어남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나 자신이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는데는 많은 무리가 따랐고, 지금도 미비한 수준으로나마 이해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쓴웃음을 짓고 있는 것이지만, 정언명령을 읽고 나서 느꼈던 것은 칸트의 논리적 전개에 있다. 칸트는 절대로 섣부르게 행동하지 않았다. 모든 것을 하나씩 쌓아갔던 것이다. 가능한 모든 방법을 제시하고, 그것에 대해 선험적 근거를 제시하였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선험"이라는 독특함이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칸트를 이해함은 철학과 지망생이 아니라면 우리에게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다. "과연 칸트를 읽는 것이 우리에게 유익한가?"라는 저자의 질문이 이것을 확실하게 대변해 주고 있다. 칸트를 이해하기는 어려울뿐더러, 위험성까지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와 같은 범인이 철학을 읽는다 함은 사고의 폭을 넓히는 데 그 목적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새로운 사고를 접하는 데 그 목적을 두어야지, 목적이 이해에 있다면 그것은 중도하차하기 쉬울 것이다. 우리에게 이해는 새로운 사고를 접하는 과정에서 얻는 부수적인 이득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결론적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순수이성비판을 내용상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사고의 흐름을 알았다는 데에 의의를 두고 싶다는 점과, 이것이 위험성을 내포할 지언정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점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사고의 다양성을 위해서 칸트의 책을 읽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